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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고창(한빛 관련)

100번의 기도와 걸음. 탈핵도보순례

100번의 기도와 걸음

 

이태옥(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 위한 원불교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100번째 탈핵순례가 있었던 지난 1020() 하늘에는 먹구름이 흩어지고 모여들면서 아침부터 간간이 빗방울을 뿌립니다.

광주전남핵없는세상, 탈핵에너지전환전북연대, 영광핵발전소안전성확보를위한공동행동이 함께 준비한 탈핵풍선 날리기 행사가 못내 걱정이어서 한 시간 전에 영광(=한빛)핵발전소로 차를 몰았습니다. 일찌감치 광주, 전주, 고창 등지에서부터 영광지역분들까지 50여명이 헬륨풍선 1,000개를 불고, 묶고, 꼬리표를 다는 내내 비에 풍선이 잘 날아갈지?”, “바람 탄 탈핵풍선은 어디까지 날아갈지?”, “풍선줄끼리 꼬여 낭패는 아닐지?” 걱정과 물음이 이어졌습니다.

1020. 노란 탈핵풍선과 노란탈핵우산을 받쳐든 150여명의 사람들이 영광핵발전소 앞으로 속속 모여듭니다.

 

201211월 탈핵순례 제안 이후, 매주 1차례씩 100회차 순례길

2년 전 20121126, 우주만유에 깃들여 사는 생명을 위협하는 핵발전소가 더 이상 이 땅에 존재하지 않기를 염원하는 원불교 성직자와 재가교도들을 중심으로 시작한 원불교 탈핵순례의 제안자인 강해윤 교무(원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를 비롯해 원불교 최고의결기구인 수위단회의 대표인 김혜봉 교무, 서울·부산 등지에서 원불교 출가·재가 교도들이 전국에서 달려오셨습니다. 그리고 든든한 이웃종교 탈핵동지인 안홍철 사무총장(기독교환경운동연대), 김용휘 대표(천도교한울연대), 김경태 목사(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100차 순례길에 함께 하셨습니다.

광주·무안·나주·전주·고창·익산 지역 시민단체 회원, 영광공동행동 회원 및 주민들과 대한민국 방사능 지도의 결과에 대한 궁금증을 품고 탈핵풍선을 하늘로 날렸습니다. 탈핵풍선은 북쪽으로 북쪽으로 날아가더군요.

비는 더욱 거세졌지만, 비옷에 노란우산을 든 순례단은 영광핵발전소 정문을 출발해 홍농교당까지 5km를 걸었습니다. 흠뻑 젖은 몸을 털고 법당과 마당에서 도시락을 나누는 동안 선발대 20여명은 2차 코스지인 법성으로 향했습니다. 점심식사 후 행법스님(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의 안전한 100차 순례의 염원을 담은 반야심경 독경과 김희용 목사(광주 넘치는 교회)의 탈핵 기도는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되었습니다.

12km를 기도하며 걸은 순례단은 영광 스포티움에 모여 밀양에서부터 달려오신 김준한 신부(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의 기도에 힘입어 마지막 코스인 영광스포티움-영광터미널-영광군청까지 4km를 걸어 탈핵, 생명평화 나눔제가 열리는 영광교당에 들어섰습니다.

 

여덟 계절 동안, 22km, 1700여명이 함께 걸었다한국탈핵 그날까지!

일찌감치 젖은 운동화는 벗어들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은 몸으로 영광교당 법당에 모인 100차 순례단과 나눔제행사에 오신 150여명은 김홍선 교무(원불교 교정원 부원장)의 탈핵시낭송을 시작으로 탈핵이야기의 장을 열었습니다. 방사능 가스누출, 증기발생기 파열, 핵반응로(=원자로) 점검 부실, 핵반응로 내부 임의용접, 짝퉁부품 교체, 부품시험성적서 위조, 입찰과 계약을 둘러싼 부정부패, 제어봉 균열, 비상발전기 작동실패 등 부실덩어리 영광핵발전소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이하영 부회장(영광군농민회)의 이야기에 이어, 김준한 신부의 밀양할매들의 송전탑반대이야기, 성원기 교수(삼척대책위·강원대)의 삼척시민 탈핵 주민투표 승리이야기가 가슴 벅차게 이어졌습니다.

영산선학대학교 이응준 교무의 따뜻한 노래공양과 송상진 교무와 윤금희 교수, 영광여성의 전화 회장단, 영광여성농민회원들로 구성된 탈핵시스터즈의 탈핵군무는 힘든 여정을 녹여주었습니다.

탈핵, 생명평화 선언에서 100차 순례단은 모든 핵발전소에 대한 수명연장 시도를 포기하고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방재대책 마련과 핵발전소 운영에 상시적인 주민참여 보장 등을 요구하였습니다.

여덟 계절 동안 비, 바람, , , 더위, 추위를 달게 받으며 걸어온 22km의 길에 함께 해준 1,700여명의 탈핵동지들에게 감사드리며, 101차 순례길도 힘차게 이어갑니다. 탈핵한국의 그날까지 말입니다.

 

발행일 : 2014.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