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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공동소송

갑상선암 발생의 책임은 핵발전소에 있다. 균도네 가족, 암발생 소송 판결.

갑상선암 발생의 책임은 핵발전소에 있다

- 균도네 가족, 암발생 소송 판결 결과와 향후 과제

 

구자상(부산녹색당)

 


지난 1017()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최호식 부장판사)는 핵발전소로 인해 건강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20127)한 균도네 가족에게 피고는 원고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며 갑상선 암 연관성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한수원은 1022()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탈핵신문은 이번 판결의 경과와 의미, 향후 과제 등을 확인코자, 이번 소송에 초기부터 관계했던 구자상 씨에게 원고청탁했다편집자 주.

 

한수원은 암발생이 방사능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다면 모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돈과 과학기술을 가진 가해자와 그렇지 못한 피해자 간의 환경소송에서 법이 견지해야 할 민주주의인 것이다.

 

38년간 고리 주민을 옥죄어온 핵발전소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핵발전소가 가동된 고리에, 처음으로 갑상선암 발생의 책임이 핵발전소에 있다는 판결이 있었다. 1978년 핵발전소가 가동된 이후 고리는 계속되는 긴장과 온갖 의혹, 시기와 질투, 투쟁과 체념의 땅이 되고 말았다.

고리 핵발전소는 작고 아름다운 자연어촌을 강제로 밀어내고 들어선 이후 38. 지금까지 고리의 6개 핵발전소에서는 크고 작은 수백 건의 정지 사고를 비롯해, 핵폐기물 불법폐기사건, 핵폐기장 건설시도 등 핵발전으로 인한 사건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1월에는 거의 한달 간이나 비상냉각장치의 동력원이 고장난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는 놀랄만한 사실이 직원의 실수로 외부에 알려지기도 했다. 짝퉁부품 바꿔치기를 통한 부정·비리가 끝없이 이어졌고 향정신성약물을 먹고 발전소를 운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언제나 핵발전소는 안전하고 주변지역의 환경은 깨끗하다고 강변했다. 핵발전소 주변에 설치된 방사능감지기는 그들이 임의로 정한 기준치를 한참이나 밑돌고, 오히려 발전소가 없는 지역이 훨씬 자연방사능이 높다는 발표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기도 했다.

불법과 거짓으로 점철되어온 고리 핵발전소 38년의 역사는, 알 수 없는 암덩어리를 안고 사는 것처럼 주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막연한 불안과 체념, 고통으로 옥죄어 왔다.

균도네 가족의 아픔과 이번 소송 제기 배경

균도네 가족의 아픔은 이러한 곳에서 발생하였다. 균도의 발달장애는 제쳐두더라도 어머님의 갑상선암, 아버지의 직장암, 외할머니의 위암. 균도의 동생을 제외하고 모두가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지난 2012년 총선이 끝나고 7, 우리는 부산환경운동연합의 감사인 변영철 변호사와 논의하여 핵발전소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의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소송을 제기했다.

환경피해 보상소송에서 대개 피해자가 피해의 증거를 드러내야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렇지만 피해자들은 피해를 입증할 경제적인 능력과 과학기술적인 능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가해자는 한수원과 같이 과학기술과 돈을 함께 가지고 있다. 일찍이 일본은 미나마타병, 이따이이따이병, 요카이치천식과 같은 수질·대기오염 피해가 발생한 1960~70년대에, 주민들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법이론이 발달하였다. 이른바 환경오염 피해소송 개연성이론으로, 대기오염, 수질오염, 방사능오염과 같은 요인으로 인해 지역 주민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그 피해가 주변의 오염물질에 의한 것이라는 개연성만으로도 가해자는 배상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한 주체라면, 재력과 권력을 가진 가해자는 자기들의 행위에 의한 피해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현대의 환경소송에서 채택되어야 할 법리인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기본적인 사회적 형평과 정의의 문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적용의 형평성은 대개 무시되고 피해자에게 피해 입증을 요구해왔다.

 

이번 판결, 핵발전소의 책임을 최초로 인정

다행히, 이번 소송에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에 의한 공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서는 기업이 배출한 원인물질이 대기나 물을 매체로 하여 간접적으로 손해를 끼치는 수가 많고 공해문제에 관하여는 현재 과학수준으로도 해명할 수 없는 분야가 있기 때문에 가해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고리를 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이 매우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이러한 공해소송에서 피해자에게 사실적인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하여 과학적으로 엄밀한 증명을 요구한다는 것은 공해로 인한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는 반면에, 가해기업은 기술적·경제적으로 피해자보다 훨씬 원인조사가 용이한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원인을 은폐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가해기업이 어떠한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하고 그것이 피해자에게 도달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자 측에서 그것이 무해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사회형평의 관념에 적합하다.”

균도네의 방사능소송에서 재판부는 분명하게 한수원이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반증의 책임을 요구하고, 이러한 법적용의 개연성이론을 널리 받아들인 것이다. 방사능피해의 인과관계가 완벽히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고도의 개연성을 추정할 수 있는 경우에 피해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지난 80년대 중반 영광에서의 무뇌아 사건이나 방사능에 오염된 세탁과정에서의 피폭사건 등 크고 작은 방사능 피해사건이 있었지만, 처음으로 핵발전소의 책임을 인정한 사건이 되었다.

 

이번 판결은 시작에 불과핵을 넘어서기 위해 또 다른 도전이 필요하다

기업에 비해 사회적·경제적으로 열등한 위치에 놓인 개인이나 주민이 전문지식도 없이 환경오염에 따른 피해를 증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지난한 일이다. 하지만 개연성이론은, 가해자가 오염에 따른 피해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지 못하는 한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개연성이론을 적용한 이번 판례는, 향후 핵발전소 주변지역 암소송의 가장 큰 기준이 될 것이다.

균도네의 방사능소송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번 소송의 내용을 접하고 이미 50여 분의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원하고 있다. 향후의 소송은 핵을 넘어서려는 우리 사회의 생태적 양심들이 벌여야 하는 또 다른 도전이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물적인 피해보상의 문제를 넘어 핵은 인간사회의 평화를 근본적으로 해치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밝혀야 한다 아무리 적은 선량의 방사능도 인간의 생명에 위해가 될 수 있다. 형편에 따라 그때그때 바뀌는 기준치는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것을 주장해야 한다 향후 소송을 통해, 지금까지의 모든 방사능 환경영향에 대한 정보를 밝혀내야 한다 핵과 방사능의 위험에 대한 국민적인 집단 각성을 위해 국민토론을 전개해야 한다 고리뿐만 아니라 월성, 울진, 영광의 핵발전소 지역에서도 연대하여 문제를 발굴하고 정당한 요구를 조직해야 할 것이다.

 

발행일 : 2014.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