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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후쿠시마현 지사 선거…민심은 제대로 반영됐나?

후쿠시마현 지사 선거민심은 제대로 반영됐나?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 이후 처음으로 후쿠시마현 지사 선거가 지난 1026일 진행되었다. 선거 결과, 방사선 방호와 피난자 지원보다 소문피해 해소와 관광객 유치 등 경제부흥을 전면에 내세운 우치보리 마사오(内堀雅雄) 씨가 당선되었다.

그는 전() 부지사이자, 현직 지사 계승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투표수의 약 68%490,384표를 얻어 다른 후보들을 크게 눌렀다. 여당인 자민당과 민주당, 공명당, 사민당 등 대부분의 야당들이 모두 우치보리 씨를 지지한 결과로 조직표가 크게 좌우한 셈이다. 자민당은 당초 독자 후보를 내세우려고 했으나 당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패배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 야당들과 함께 우치보리 씨 지지로 입장을 선회했다.

우치보리 씨는 (All) 후쿠시마를 구호로 지금까지 진행된 후쿠시마 부흥정책에 편승하는 무난한 공약을 내세웠다. 핵발전 정책에 대해서도 후쿠시마현 현내에 있는 핵발전소에 대해서는 모두 폐쇄를 주장했지만, 전국의 핵발전소 재가동에 대해서는 줄곧 함구했다.

이번 선거는 그 동안 진행되어온 후쿠시마 부흥정책에 대한 심판이 내려지는 아주 중요한 선거였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분위기가 의외로 냉랭했다. 투표율은 과거 최저에서 두 번째인 45.85%에 머물렀다.

  

후보

득표(득표율)

비고

우치보리 마사오(전 후쿠시마현 부지사)

490,384(68%)

무소속(자민당, 민주당, 공명당, 사민당 지지)

쿠마사카 요시히로(의사, 전 이와테현 미야코시 시장)

129,455(18%)

무소속(공산당, 신당개혁 지지)

이도카와 가츠타카(전 후쿠시마현 후타바군 후다바정 정장)

29,763(4.1%)

무소속

 

고통받는 현민 입장에 선 후보자들, 모두 완패

후쿠시마현민이 겪고 있는 고통에 귀를 기울이며 독자적인 공약을 내세워 출마한 후보들은 아쉽게도 현민들의 폭넓은 관심과 지지를 얻지 못해 낙선했다.

득표율 2위의 쿠마사카 요시히로(熊坂義裕) 씨는 과거에 이와테현(岩手県) 미야코시(宮古市) 시장을 세 번에 걸쳐 역임했고, 지방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 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후쿠시마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이기도 하다. 직업이 의사인 관계로 대지진 후 재난민 전화상담소를 개설해 지진 피해자와 핵발전소 피난민들의 정신적 치료를 해왔다. 자살을 비롯한 지진피해 관련 사망, 우울증, 이혼으로 인한 가정파괴의 증가 등 후쿠시마현민의 고통을 해결하는 정책을 펴나갈 것을 선언했다. 지금까지의 정부와 도쿄전력 중심의 대응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후쿠시마현의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주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핵발전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을 육성하여 고용도 창출함으로써, 후쿠시마를 다시 태어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에 있는 모든 핵발전소 재가동뿐만 아니라, 핵발전의 해외수출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치보리 씨에 대항하는 후보로 주목 받았지만, 그는 과반수에도 못 미치는 129,455(18%)에 머물렀다.

득표율 3위의 이도카와 가츠타카(井戸川克隆) 씨는 핵발전소 사고 당시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가 있는 후타바마치(双葉町) 자치단체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당시 이도카와 씨는 정부와 후쿠시마현에서 피난지시가 지연되고 있을 때, 지자체의 행정기능을 포함해 후타바마치 전체 주민의 후쿠시마현 현외 피난을 독자적으로 진행하여 주목을 받았다. ‘주민들의 피폭을 막는 것을 최우선으로 판단해 내린 신속한 용단이었다.

이도카와 씨는 후쿠시마현에서 방사능의 안전신화가 만들어져가는 현실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먼저 정확한 방사능 측정과 데이타 공개를 통해 현민 개개인이 원하는 구제(救濟)를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현민 건강조사를 관리하고 있는 현립 의과대학 개혁, 건강수첩 발행, 핵발전소 노동자의 확보와 보상, 현민 입장에 선 핵발전소 피해 해소 위원회설치, 방사성물질세() 도입, 재생가능 에너지 사업 추진 등의 구체적인 구상을 공약했다. 현재 피난지시 해제와 주민 귀환 기준이 되고 있는 연간 20밀리시버트의 철회와 아이들의 안전 문제를 최우선으로 하는 피난의 권리가 보장될 것을 주장했다. 선거기간 중 100곳을 넘는 가설주택을 하나씩 방문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쳐 불과 29,763(4.1%)에 그쳤다.

 

체념과 무기력이 만연한 분열된 공동체

결국 후쿠시마현민은 이번 후쿠시마현 지사 선거를 통해 피해자 구제 등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문제점에 대한 혁신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핵발전소 사고 피해 지역으로서 핵발전 반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국내·외에 선언할 수 있는 기회도 잃었다.

후쿠시마현민 모두가 핵발전소 사고로 큰 고통 속에 살고 있는 가운데, 통일된 후쿠시마의 목소리가 나오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3년이 지난 지금 현민의 분열은 더욱 심해진 것처럼 보인다. 처한 상황이 개인마다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피난을 선택한 사람, 선택하지 않은 사람, 선택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 오염이 심한 지역에서 사는 사람, 비교적 오염되지 않는 지역에서 사는 사람, 방사능오염에 관심이 많은 사람과 무관심한 사람, 도쿄전력으로부터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은 사람과 못 받은 사람, 소문피해로 생업에 큰 지장이 생긴 사람 등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개개인의 입장과 안고 있는 문제가 다르다.

서로가 서로의 입장에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다 보니, 정작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상황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체념이 생기고 무기력해 질 수밖에 없다. 무엇을 요구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후쿠시마현 현내에 만연하고 있고, 그런 분위기가 투표율 저하로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유권자에 대해서도 누구를 후쿠시마현민이라고 부를 것인가라는 문제로 드러났다. 피난 때문에 후쿠시마현 바깥으로 이주한 현민은 46천여명을 웃돈다. 그들이 부재자 투표를 하는 데 어려움도 드러났다. 피난 간 곳에서 편익을 얻기 위해 주민등록을 옮기는 바람에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아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았다.

후쿠시마가 처해 있는 암담한 현실을 상징하듯, 이번 지사 선거도 씁쓸하게 끝났다.

 

발행일 : 2014.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