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 핵발전소 재가동에 맞선, 거대한 저항의 물결
일본 9·23 사요나라 원전 전국대집회 참관기
박혜령 통신원
<사진설명 : 9월 23일 집회 후 가두 행진은 주최단체인 ‘사요나라 원발(=핵발전소) 1000만 서명 시민모임’에서 일본국민들에게 참여를 호소해온 작가 카마타 사토(작가, 왼쪽에서 두 번째) 씨를 비롯해 앞쪽 왼쪽에서부터 필자, 우찌하시 카츠토(경제학자, 세번째), 기노우치 미도리(배우)가 대열을 이끌고 있다.>
일본 시민들이 아베 정권의 핵발전소 재가동에 맞서 전국적 저항행동을 시작했다. 한국과 대만의 시민들도 일본 핵발전소 재가동 반대에 연대의 목소리를 더했다.
9·23일 도쿄 중심부 고토(江東)구 가메이도주오(龜戶中央)공원에 1만6천명 이상이 일본의 핵발전소 재가동 반대를 위해 운집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행사에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를 비롯해 히로세 다카시, 사와치 히사에 등 저명한 작가들이 앞장섰다. 일본의 미래를 우려하며, 아베정권의 집권이 핵발전의 허용을 뜻하는 것이 아님을 천명하고, 핵발전 재가동을 계속 시도할 경우 아베 정권을 탄핵으로 심판하겠다는 결의의 장이었다.
행진은 5시간 이상 도쿄시내를 돌며 이어졌고, 일본 시민들의 재가동 반대의지를 재확인했다. 앞장선 작가들과 끝없이 이어진 행렬에 많은 시민들이 박수를 보내며 뜨거운 동감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육교 위, 건물 주변, 건너편의 버스 정류장 곳곳에 운집한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대열과 함께 발을 맞추며 ‘さようなら げんぱつ(잘가라 핵발전소)’를 외쳤다. 재가동 반대의 거대한 물결은 일본 열도를 가득 울리며 아베 정권에 대항했다. 일본의 핵발전소 재가동은 불가능하다는 일본 시민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역사의 현장이었다.
일본은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이후 3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기의 원전도 재가동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핵발전소는 어떤 자연재앙이나 인재로부터도 안전하다는 ‘신화’는 무참히 무너졌다. 일본 시민들은 후쿠시마의 경험으로부터 더 이상의 핵발전소사고를 재현해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확신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2012년 12월 집권한 아베 정권은 민주당 노다 정권의 ‘2030년대 원전가동률 제로’라는 목표를 백지화했다. 그리고 2013년 7월부터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재가동신청을 받기 시작했고, 이후 아베 정권은 원전 재가동의 뜻을 천명했다.
올해 5월 후쿠이현 오오이 핵발전소 3·4호기의 재가동이 시도되었으나, 운전정지 청구사건의 재판부 승소로 재가동은 불가판정을 받았다. 지난 7월 원자력규제위원회는 규슈전력 센다이 핵발전소 1·2호기를 강화된 새로운 규제를 준수하고 있다며 재가동 심사를 승인했고 빠르면 연내에 재가동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로 현재 일본 내 모든 핵발전소 가동이 중단된 가운데, 센다이 핵발전소 1·2호기를 포함한 13개 핵발전소 핵반응로(=원자로) 20기에 대해 재가동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9월 27일에는 일본 혼슈(本州) 중앙부 산악지대의 온타케산이 7년 만에 화산활동을 재개해 일본 열도를 다시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지진이나 자연재해가 아니더라도 일본 국민들은 이제 핵과 방사능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 모든 핵발전소를 영구 중단하고, 안전한 폐쇄의 길을 찾는 것이라고 엄중히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우리의 선택은 어떠한가? 우리는 핵발전으로부터 과연 안전한가!
발행일 : 201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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