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의 그림자…발전차액지원제도 존폐의 위기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에서 성장세를 보여 온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9월 25일, 규슈전력은 대규모 태양광발전소(메가솔라) 등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자와 신규 계약을 중단했다. 그 후 도호쿠전력, 시코쿠전력, 홋카이도전력, 오키나와전력이 잇달아 신규 계약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이유에 대해 5개 전력회사 모두 “지금까지 계약한 재생가능에너지 전력이 너무 많아, 송전망 부족으로 전력공급이 불안정해지면 정전사태가 일어날 염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아 설명하고 있다. 근년 일본에서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제도, 일본에서는 ‘고정가격매입제도’) 도입이 한 몫을 해 왔다. 그러나 전력회사의 잇따른 신규 계약 중단에 따라 정부는 ‘신에너지 소위원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발전차액지원제도의 폐지 또는 대폭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발전차액지원제도, 후쿠시마 사고 후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크게 기여
발전차액지원제도란 개인과 사업자가 태양광 등을 이용해 생산한 전기를 국가가 정한 고정가격으로 전력회사가 사들이는 제도다. 가장 일반적인 재생가능에너지 지원정책으로 전 세계 50여개 국가가 실시하고 있다. 한국은 2002년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도입했다가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2011년에 폐지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해 2012년 7월 당시 민주당 정권이 도입했다. 그 후 약 2년 동안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크게 기여해왔다.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에 따라 2013년도에는 설비용량이 700만kW 증가했다. 2003년부터 10년간의 설비용량 증가가 780만kW였던 점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확대라고 볼 수 있다. 재생가능에너지가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급속히 증가했다. 2010년도는 불과 1.1%였던 반면, 2013년에는 2.5%, 최근 2014년 4~5월, 단 2개월 동안 4.2%에 달했다(자연에너지재단 자료 참고).
핵발전소를 재가동하려는 자민당 정권, 재생가능에너지 추진은 허울뿐
2012년 말 자민당으로 정권이 바뀐 후, 국가에너지정책은 또다시 핵발전소 의존으로 기울었다. 자민당은 선거공약으로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내세웠지만, 선거 후에는 자민당이 도입한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뒷받침할만한 각종 제도정비를 게을리했다.
전력회사들이 주장하는 송전망 부족은 그런 사정에서 나온 말이다. 올해 4월에 성립한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핵발전을 중요한 기저(基底)전원’으로 위치시키고, 발전원별 비율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즉,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는 필요하지만 일정 정도는 핵발전을 재도입해 기저전원으로 유지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에너지 소위원회’는 발전차액지원제도 재고(再考)를 통해 재생가능에너지에 일정한 제약을 둠으로써 기저전원으로서 핵발전 비율을 다시 확보할 작정이다.
일본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 2년째, 드러나는 문제점
그렇다고 그동안 발전차액지원제도에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제일 큰 문제점은 재생가능에너지 투자가 태양광발전에 집중해 전체 약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태양광발전은 토지와 판넬만 확보하면 다른 재생가능에너지보다 훨씬 손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구입가격도 32엔으로, 풍력 22엔, 지열 26엔과 비교하면 비싸다. 풍력과 지열은 설비투자에 많은 돈이 드는데다, 도입할 때 제도적 장벽도 크다. 그러다보니 태양광발전으로 도입 비율이 쏠리는 경향이 있지만, 이것은 재생가능에너지의 전반적 확대라는 관점에서 보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태양광발전을 투기 목적으로 하는 사업자도 눈에 띤다. 태양광사업자는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으로 전력회사와 계약을 맺으려하고, 계약을 맺은 후에는 판넬 구입비 등 도입 단가가 충분히 내린 후에서야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사업자들이 최대한 이익을 챙기기 위해 쓰는 방법이다. 실제로 경제산업성이 실시한 조사 결과, 2012년 계약을 맺은 400kW 설비 중, 토지와 설비 확보를 하지 않고 발전을 시작하지 않는 경우가 전체 2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자연에너지재단 자료 참고).
그러나 이런 약점이 있다고 해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에서는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으로 재생가능에너지는 꾸준히 확대해왔고, 에너지 대안을 구축하기 위한 의미 있는 과정을 밟아 왔다. 특히 핵에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 체계를 만들기 위한 시민들의 관심과 실천에 비전을 주기도 했다. 또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 진흥을 위한 사업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고, 동일본대지진으로 지역 고유의 산업을 잃어 어려움에 처한 곳에서 지역부흥을 위한 사업으로 도입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재고하는 것은 이런 긍정적 실험들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수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때문에 전기요금 상승?…책임을 전가하는 정부와 전력회사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일본에서는 핵발전소 사고 이후 전기요금이 약 20% 상승했다. 발전차액지원제도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 구입에 든 비용을 부과금으로 전기요금에 추가해 전력소비자(=국민)가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마치 이것이 전기요금 대폭 상승의 주범인 것처럼 착시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이것은 올바른 해석이 아니다.
전기 요금이 오른 이유는 주로 두 가지다. 하나는 핵발전을 대신하게 된 화력발전의 연료 단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핵발전소를 거의 가동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요되는 비용 때문이다.
핵발전은 가동여부와 상관없이 유지관리, 안전대책,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 막대한 비용이 든다. 실제로 일본에서 2010년 핵발전에 투입한 비용은 모두 1.7조엔이었지만, 핵발전을 거의 가동하지 않았던 2013년에도 비슷하게 1.3조엔이나 들었다. 이것은 당연히 핵발전을 소유하는 전력회사에게 큰 부담이 된다. 전력회사들이 재가동을 서두르는 것도 그런 까닭일 수 있다. 이를 두고, 재생가능에너지는 비싸며 국민에게 부담을 준다고 선전하는 것은 책임전가이자 명백한 거짓말이다.
이렇듯, 일본에서 발전차액지원제도는 도입 2년만에 큰 기로에 서 있다. 제도적 약점을 극복하고 재생가능에너지가 핵발전을 대신하는 미래 에너지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발행일 : 201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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