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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일본 핵발전소 피폭노동의 현실 - 인터뷰 _ 나스비(‘피폭노동을 생각하는 네트워크’ 활동가)

일본 핵발전소 피폭노동의 현실

일본 40년 핵발전 역사에서 45만명 피폭노동자 발생산재인정 13

 

 

지난 9월 말,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의 초청으로 전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노동자 니이쓰마 히데아키 씨, 피폭노동문제 활동가 나스비 씨, 40년 동안 피폭노동을 추적해온 사진작가 히구치 겡지 씨가 한국을 방문해 여러 차례 강연과 토론을 벌였다. 이 글은 923() 서강대에서 진행한 ·일 핵발전 노동 워크샵-포스트 후쿠시마, 핵발전 노동자의 삶에서의 강연과 925() 개별 인터뷰를 각각 재구성했다. 

고노 다이스케 편집위원

 


 

30년간 노동자지원활동3·11 이후 피폭노동 상담

나스비(‘피폭노동을 생각하는 네트워크활동가)

 

 

1986년부터 도쿄의 일용직노동자의 거리인 상야에서 노동자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3·11 이후 피폭노동을 생각하는 네트워크를 결성해 노동상담 등을 벌이고 있다.

(일용직노동자가 주로 종사하는) 토목·건설업은 다중하청구조를 가지며, 한국도 마찬가지인데 그것은 일제가 한국으로 가져온 것이다. 핵발전소 또한 그 구조가 있으며 최하층에 일용직이 있다.

 

최하층에 놓인 일용직5년 후의 건강보다 당장 내일 먹고살아야!

니이쓰마 씨는 위험을 느끼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가 하는 보수·점검 작업 전에 바닥에 새나온 오염수를 걸레로 닦아내야 하는 노동자가 있다. 그런 일을 하는 노동자가 상야 등에서 모집된다. 압력용기를 열고 터빈 날개를 직접 만지는 등의 위험한 작업을 하는 것도 이들이다.

전력회사는 차 하청까지밖에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는 , 8차까지 존재한다. 차 이하는 고용계약서가 없어 불법파견, 중간착취가 판친다. 이런 파견노동은 고용관계가 애매한데, 이 애매함이 노동사고가 일어났을 때 노동자는 배상도 못 받고 참아야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 피폭노동자 중 96가 전력회사 직원이 아닌 하청노동자라는 현실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노동구조는 노동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어, 1~2달간의 정기점검 때에만 많은 일손이 필요한 핵발전소에 적합했다.

일용직노동자는 5년이나 10년 후에 병에 걸리는 것보다 내일 먹고 살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 점이 피폭노동자로 이용당하는 요인이다.

 

40년 동안 총 45만명 피폭노동자 발생산재 인정 13

피폭노동에서 산재대상으로 적용되는 병은 7가지에 불과하며 조건도 몹시 까다롭다. 예를 들어 백혈병은 1년 이상의 노동실적과 동시에 5mSv(밀리시버트) 이상 피폭돼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수습작업에선 한 달 만에 사고 이전의 1년치를 맞을 수 있다. 또 일본 핵발전 40여년의 역사에서 총 45만명의 피폭노동자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핵발전소 노동자가 산재로 인정받은 사례는 13건뿐이다.

 

3·11 이후의 노동실태온통 피폭노동, 노동관리도 엉망진창

사고 발생 이후 수습작업현장에서 총 174명이 100밀리시버트(일반인 연간 허용기준치 100-편집자주)를 넘는 피폭을 당했다(표 참조). 이들은 핵발전소 사고 대처 특수훈련을 받지도 않은 일반 노동자들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수습작업으로 100mSv이상 피폭된 사람 수

피폭선량(mSv)

사람 수

100~150

138

150~200

27

200~250

3

250~

6(최고 피폭치, 680mSv)

174

출처: 도쿄전력 홈페이지(20146월 말 기준)

 

지금 수습현장은 온통 피폭노동이다. 오염수저장탱크는 지하수 때문에 지반이 불안정해져 누수가 자주 발생한다. 그것을 점검하던 노동자는 불과 몇 달 만에 20mSv(5년간 100mSv라는 국가기준을 토대로 도쿄전력 및 하청기업들이 설정한 연간피폭한도) 피폭됐다.

도쿄전력의 사고대응은 무계획적이며 노동관리도 엉터리다. 예를 들어 냉각수에서 염분을 제거하는 장치의 관을 교환하는 작업 중에, 바꿔야 할 관이 아닌 물이 흐르고 있는 관을 잘못 떼어내는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6명이 오염수를 뒤집어썼다. 그 물을 잠글 권한을 가진 것은 도쿄전력인데 현장에는 하청업체 직원뿐이었다. 30분 후에 그 누수 때문에 공간선량이 높아져 울린 경보를 듣고 도쿄전력 직원이 와서야 물을 잠글 수 있었다. 결국 11톤이나 되는 오염수가 샜다. 당시 사고 소식은 하청 위계질서를 거슬러 올라가는 중이었고, 아직 도쿄전력까지 닿지 않았다. 보통 어떤 공사현장이든 일어날 수 있는 잘못과 사고를 미리 함께 확인하는 법인데, 그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오염수에 대응하기 위해 도쿄전력은 탱크를 용접하는 하청업체에 서두르라고 압박한다. 그 결과 어떤 업체는 정규근무시간 외에 아침저녁 각 2시간씩 일을 더 시켰다. 이 작업은 방사선 아래에서의 노동이기에 8시간 이상 일을 시키는 것도 불법인데 말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시간이 하루 14시간에 이른 적도 있었고, 주말은 물론 점심시간에도 쉴 수 없었으며 심지어 화장실에도 갈 수 없었다. 그래서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작업복 속에 싸라고 했고, 실제로 그랬던 노동자도 있었다.

현장은 피폭 외에도 위험요소가 많다. 어떤 건물의 기초 보강공사에선 사망사고까지 발생했다. 대개 터널을 파는 공사는 천장이 무너질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지주를 세우고 입구를 넓게 확보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수습현장은 지주도 세우지 않고 입구도 좁다. 그래서 노동자가 생매장된 것이다.

제염현장도 열악한 노동환경이다. 위험수당이 중간착취되는 것도 흔한 일이며, 어떤 업체는 공급되는 저녁식사가 밥 한 공기, 숙주나물 한줌, 풋고추 3, 가지 2조각뿐이었다. 작업하다가 다쳐도 제염 노동자라는 사실이 들키지 않도록 팔찌를 떼어내고 일부러 도쿄에 있는 병원에 가게 했다.

역시 안전관리가 엉터리라 노동자가 후진하던 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도 일어났다. 후쿠시마노동국의 조사에선 조사대상 제염업체 중 2/3가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었다. 제염노동자는 방사선관리수첩을 사고 발생 후 1년 반 동안 아무도 받지 않았고, 노동자 자신도 의식이 낮았다. 지금 핵발전소 수습현장에선 50가 제네콘(대형건설회사)인데 제염은 100그들 몫이다. 환경성(=환경부)과의 계약 상 노동자의 방사선관리를 하게끔 돼 있지만 제네콘은 그것이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의식이 희박해, 일부 간부가 우리는 안 한다고 공공연하게 발언하는 업체까지 있었다. 지금은 귀찮게 요구하는 노동자에게만 퇴직하고 꽤 시간이 지나서 발급하기는 한다.

개인의 피폭선량 관리에도 문제가 있다. 제염현장의 공간선량이 기준 이하일 경우, 제염업체는 대표자의 피폭선량으로 그 현장에 있는 모든 노동자들의 피폭량을 대체해도 되게끔 돼 있다. 이 경우, 개인선량계를 가진 사람은 대표자뿐이다. 그러나 제염현장은 도랑이나 물받이 등 국지적으로 선량이 높은 곳이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은 문제가 있다.

후쿠시마사고 수습 노동현장에서 피폭 때문에 사망한 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소문도 듣지 못했다. 다만 단기간만 일하다 그만두는 이들도 많아 본인이 말하지 않는 이상 건강피해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늘어나는 사고, 부족한 일손

수습현장에선 해야 할 일이 더 늘어나고 있다. 도쿄전력은 작년 가을에 위험수당을 1만엔(10만원) 더 주겠다며 일손을 모아 노동자 수는 작년 가을에 비해 2배인 6000명이지만 그래도 부족하다. 각지의 핵발전소가 재가동되면 경험이 있는 이들 중심으로 그쪽으로 빠져나갈 것이다.

앞으로는 외국에서 노동자가 투입될 수 있다. 정부가 건설업 등의 단순노동에 현재 금지돼 있는 외국인노동자 투입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연수제도(어업과 식품가공업 등에서 주류를 이루는 저임금 무권리 노동)’를 확대해서 말이다. 그렇게 되면 제염현장에는 확실히 투입될 테고, 핵발전소 수습현장에도 투입될 것이다. 그들이 귀국 후 병이 발병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발행일 : 2014.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