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무책임체제 유지한 채 핵발전소 재가동
규슈전력 센다이핵발전소
고노 다이스케 편집위원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이하 ‘규제위’)는 지난 7월 16일, 가고시마현 사쓰마센다이시에 위치한 규슈전력 센다이핵발전소 1~2호기가 새 규제기준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베정부는 규제기준에 부합하면 핵발전소를 재가동시킬 방침이다. 오오이핵발전소가 가동을 다시 중단한 이후 가동되고 있는 핵발전소가 전혀 없는 상태가 계속되던 일본이지만, 이번 가을에 그것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졌다.
센다이핵발전소 근처에, 화산이!
새 규제기준에 따르면 화산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
센다이핵발전소가 위치한 가고시마현을 비롯해 규슈 중부에서 남부는 화산이 많은 지역이며 센다이핵발전소에서 반경160km권내(규제기준이 요구하는 조사범위)에 화산이 여러 개 존재한다. 대규모 분화는 때로 100km 떨어진 곳까지 화쇄류(火碎流, 화산 쇄설류(碎屑流)라고도 한다. 여러 화산 쇄설물(碎屑物)이 한 덩어리가 되어 고속으로 지표로 흘러내리는 현상-편집자 주)가 닿는다. 사실 과거에 화쇄류가 센다이핵발전소 부근까지 왔다는 흔적도 남아 있고, 규슈전력 자신도 3만년전에 화쇄류가 발전소 부지에 도달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규슈전력은 GPS 등을 이용하여 미리 화산폭발의 징조를 포착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규제위는 이를 그대로 믿고 ‘적합’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판단 이후 핵연료 반출에 2년 이상 걸리고, 반출한 핵연료의 수용처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더군다나 실제로는 분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화산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일본열도에선 거대분화가 1만년에 한 번이라는 비율로 일어나고 있고, 마지막 분화는 7300년 전에 있었다. 규슈전력은 “발전소 가동 중에 거대분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주장한다. 핵사고가 날 수 있는 큰 지진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던 3·11 이전과 비슷하다.
엉터리 피난계획…애매한 ‘지역 합의’, 어디까지 ‘지역’인가?
일본에선 후쿠시마사고 이후 핵발전소를 중심으로 주변 30km권내가 긴급시 방호조치준비구역(UPZ)으로 지정됐고, 구역 내 도도부현(일본의 행정구역을 의미-편집자 주) 및 기초자치단체가 피난계획을 세우게 돼 있는데, 가고시마현이 세운 피난계획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다.
①자가용차 이외의 교통수단을 생각하지 않았다. 차가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대체 교통수단이 될 버스의 숫자도 많이 부족하다. ②피난 가는 차가 밀리거나 지진과 쓰나미 등으로 길이 끊길 가능성을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5m의 쓰나미가 덮치면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되는 도로를 피난경로로 삼았다. 핵사고를 일으킬 정도로 큰 지진이나 쓰나미가 오면 길도 당연히 끊길 것이다. ③고령자나 장애인 등 이동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 대한 피난계획이 엉성하다. 가고시마현의 이토 유우이치로 지사는 6월에 “이동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피난계획을 30km권내까지 세우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10km권 밖의 피난계획을 당분간 세우지 않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러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집에서 대기하기에도 도움이 필요하며, 식재료와 물 등 생명줄을 어떻게 확보하는가가 문제인데, 그 부분에 대한 계획도 없다. 그들을 그냥 버리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④피난한 사람들의 생활을 어떻게 보장하는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한편 재가동에는 ‘지역의 합의’가 필요한데, 어디까지가 지역인지 의견이 갈라진다. 30km권에 아슬아슬 걸리는 아이라시 의회는 재가동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통과시켰는데, 이토 지사는 가고시마현과 사쓰마센다이시만 합의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피난계획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구조가 없을뿐더러, 피난계획의 유무가 새 규제기준 적합 판단에서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규제위 다나카 슝이치 위원장은 “피난계획은 규제위가 다뤄야 할 범위 외에 있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분명히 무책임한 발언이다. 규제위 설치법 제1조에는 규제위가 “원자력 이용에서 안전 확보를 통합적으로 맡는다”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또다시 무책임체제 그대로, 재가동 절차 진행
본래 이 새 규제기준을 ‘안전기준’이라고 하지 않는 것은 다나카 위원장의 뜻이다. 이 기준에 적합하다고 해도 꼭 안전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7월 16일의 적합판단 직후 “기준에 대한 적합성을 심사했다. 안전하다고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며 “이번 심사가 꼭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는 인식을 다시 밝혔다. 그런데 이 결과를 받아 재가동을 결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새 규제기준이 안전기준으로 취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규제위는 전력회사가 제출한 서류를 토대로 그 핵발전소가 새 규제기준에 적합한가를 판단할 뿐, 재가동을 결정하는 권한은 없으며 다나카 위원장도 “최종적인 책임은 우리에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정부는 규제위가 새 기준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핵발전소를 재가동시킬 방침을 일찍부터 밝혀 왔는데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7월 16일 기자회견에서 “원전의 안전성은 규제위에 맡겼다. 각 재가동 안건은 사업자(전력회사)가 판단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는 정부에 분명한 방침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규슈전력은 지역의 동의를 얻는 절차에서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셈이다.
그런데 사고가 일어나면 누가 책임을 지는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체제가 유지된 채 재가동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발행일 : 201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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