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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후쿠시마 사고, 피해주민들에 대한 도쿄전력의 배상은?

후쿠시마 사고, 피해주민들에 대한 도쿄전력의 배상은?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빼앗았다. 후쿠시마 현내에서 주거지를 떠나 피난한 주민들의 수는 약 16만명(현내 피난 10만명, 현외 피난 6만명). 후쿠시마 인근 지역을 포함하면 그 수는 20만명을 넘는다. 직접 피난을 가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적지 않은 피해로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잃었다. 그 동안 이러한 피해주민들에 대한 도쿄전력의 배상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을까?

먼저, 배상의 근거가 되는 것이 원자력손해 배상에 관한 법률(이하 원배법)’이다. 일본에서는 본격적인 핵의 상업적 이용에 앞서, 1961년에 제정된 법이다. 핵발전소 사고는 광범위하고 심각한 방사능 피해를 발생시키는 점을 미뤄 피해자의 보호원자력사업의 건전한 발달을 위해 제정되었다.

법 제정에는 당시 핵반응로(=원자로) 등 핵발전 기술을 일본에 도입하려는 미국의 압력이 컸다. 이 법률에 따르면 사고 피해에 대해 핵발전사업자는 무과실책임(無過失責任)’을 진다. 즉 과실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핵발전 사업자는 사고에 대한 무한의 책임을 져야 하며, 보상의 의무가 있다. 이에 반해 핵반응로 제조업체 등에 대한 책임은 면제되고 있다.

즉 사고의 모든 책임이 핵발전 사업자에 집중된다. 핵발전 사업자는 이러한 책임을 담보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고 또 정부와도 보상계약을 맺고 있다. 이것을 손해배상조치라고 하지만, 이것으로 준비되는 사고 보상 금액에는 한계가 있다(후쿠시마 사고의 경우 손해배상조치에 따른 보상액은 2,400억엔=24000억원). 원배법은 부족한 액수에 대해 국가가 추가적으로 핵발전사업자에 대해 지원하는 것으로 정해 두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로 도쿄전력 경영파탄하지만, 국민의 세금과 전기요금 인상으로 메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도쿄전력은 사실상 경영파탄 상태에 빠졌다. 핵발전소 사고 수습과 폐로, 보상 등 각종 비용이 엄청난 액수가 될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원배법에 따른 국가의 지원금이 지급되더라도 쉽게 마련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원자력손해배상지원기구법’(2011. 8)이었다. 원자력손해배상지원기구는 도쿄전력에 자금의 교부와 주식의 인수 등의 형태로 지원을 한다. 사기업인 도쿄전력은 결국 정부기구의 지원으로 경영파탄을 회피했고, 그로 인해 도쿄전력의 주주와 채권자들은 책임을 면했다. 피해자에게 지불되는 배상금도 형식적으로는 사기업인 도쿄전력이 책임을 지는 형태이지만, 그 돈의 출처는 정부기구를 통해 국가가 도쿄전력에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기구에서 지원된 금액의 일부를 부담금이라는 형태로 반납해야 한다. 그러나 그 금액은 전기요금의 원가에 포함되고 있다. ,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대가는 국민(=소비자)이 내는 세금과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그림1 참조). 

 

피해자 배상 문제피해자 청구 심사를 도쿄전력이?!

피해자에 대한 배상은 원자력 손해배상 분쟁 심사회에서 정한 중간지침에 따라 진행되어 왔다. 도쿄전력은 이 중간지침을 기초로 배상기준을 만들어 피해자로부터 청구를 받아 청구내용의 심사까지 맡고 있다. 가해 당사자인 도쿄전력이 피해자의 청구내용에 대해 심사까지 한다는 점에 대해 애초부터 많은 비판이 있었다. 배상금에 이의가 있거나 개별적인 사정에 맞게 배상을 요구할 경우에는, 도쿄전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러나 피해자 개인이 도쿄전력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소송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비용적 부담도 크다. 그래서 개설된 것이 원자력 손해배상 분쟁 해결 센터(원전ADR)’이다(그림2 참조). 조사관이 피해 내용을 조사하고, 그것을 근거로 중재위원(=변호사)이 화해안을 제시해 분쟁해결을 도모한다. 당초 해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3개월 이내로 하고 있었다.

 

원전ADR를 통해 피해자 입장에 입각한 신속한 분쟁 해결이 기대되었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분쟁해결까지 최소한 4~5개월이 걸리고, 길게는 1년이 넘는 경우도 있다. 현재까지 원전ADR 제기 건수는 12,340건이며 그 중 화해 성립은 7,665건이다(2014718일 현재). 피해 주민들의 의사가 모두 원전ADR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도쿄전력이 화해안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있는 몇 가지 사례에 대해 소개한다.

 

먼저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약 50km, 거주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이이타테무라(飯舘村)와 라비다이라지구(蕨平地区) 주민 111명이 원전ADR를 통해 도쿄전력에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건에 대해 센터는 1년 만에 화해안을 제시했다. 도쿄전력은 정신적 위자료 인상 등 화해안의 핵심적 부분에 대해 거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2014. 7. 18 후쿠시마 민보). 핵발전소 소재지 옆 동내에 해당되는 나미에마치(浪江町) 주민 15000(주민의 약70%)이 도쿄전력에 대해 매월 10만엔씩 지불되는 정신적 배상액의 증액을 요구해 센터에 제기한 사례도 있다. 센터는 1인당 15만엔으로 인상하는 화해안을 제시했지만 도쿄전력은 두 번에 걸쳐 회답을 연장한 끝에, 결국 전면 거부하는 입장을 밝혔다(2014. 6. 27 마이니치 신문). 원전ADR은 분쟁당사자들 간의 중재 및 조정이라는 성격 때문에, 결과에 대한 도쿄전력의 이행 의무는 없다. 그러나 화해안의 거부는 도쿄전력의 책임회피다.

 

최근에는 분쟁을 속결하려다 보니, 피해 주민의 구제라는 원전ADR의 취지와 달리 아쉬운 사례도 있다. 지난 710일자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사망한 유족에 지불하는 위자료를 센터가 일률적으로 낮게 규정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예를 들어 남성 A는 피난 중에 사망한 아버지에 대한 위자료 청구액으로 2800만엔을 원전ADR를 통해서 요구했지만, 센터가 제시한 화해안은 700만엔이었다. 아무 근거도 없이 위자료 기준액을 청구금액의 절반인 1400만엔으로 설정하고, 그 금액에서 사망자에 대해 일률적으로 정한 사고 영향도를 50%로 적용하여 700만엔으로 결론지었다. A씨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금액이었지만, 직면하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도쿄전력의 책임의식 부재, 이를 두둔하는 일본 정부

이렇듯 보상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은 원전ADR이라는 방식에 기대어 추가 구제조치를 희망했지만, 원전ADR 제도에도 빈틈은 있다. 피해자들이 받는 보상금에 격차가 있는 것도 지역 간, 개인들 간의 갈등을 낳고 있다.

문제의 근원은 사고에 대한 도쿄전력의 책임 의식 부재이다. 사고에 대해 일차적 책임이 있는 도쿄전력을 존속시키는 방식으로 국가가 옹호한 것이 도쿄전력의 책임회피를 두둔하고 있는 셈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손해액은 주민배상, 폐로, 제염 등 모두 포함해서 11조엔(1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정부가 발표한 금액의 거의 두 배다.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피해액과 주민들의 고통, 그리고 국민의 부담을 생각한다면 일본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탈핵을 선택해야 한다.

 

참고문헌

原発のコスト』 大島堅一, 岩波新書, 2013

原発賠償』 除本理史, 岩波ブックレット,2013

 

발행일 : 2014.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