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후쿠시마 현장, 방사능 오염수 문제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지 3년. 수습의 길은 여전히 깜깜하다. 제일 큰 골칫거리는 역시나 늘어나기만 하는 방사능 오염수다.
녹아내린 핵연료가 도대체 어떤 형태로 어디에 있는지조차 정확히 확인되지 못한 채 냉각을 위해 물을 퍼붓고 있다. 구멍 뚫린 격납용기에서 누설된 오염수는 대량의 방사능물질을 품고 지하로 흘러내리고 있다. 거기에 상당한 양의 지하수가 뒤섞이고 있다. 그 양이 하루에 약 400톤.
이렇게 늘어나는 오염수는 현재 1~4호기 지하에 약 7만6100톤, 집중폐기물처리시설에 1만8540톤, 그리고 지상 농축탱크에 45만톤씩 보관돼 있다. 오염수의 일부는 세슘을 제거해 냉각수로 재투입되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고농도 오염수가 저장된 탱크에서 누설이 일어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오염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최근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것이 ‘지하수 바이패스’ 계획과 ‘동토차수벽’의 건설이다. 그러나 두 방식 모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 오염수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염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하수 바이패스’ 계획
먼저, 올해 5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이 시작된 ‘지하수 바이패스’ 계획이다. 지하수가 핵반응로(=원자로) 건물에 들어가 오염수와 섞이기 전에 펌프로 지상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지하수 오염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원리다.
12개의 우물을 파고 각각 끌어올린 지하수를 한 군데에 모아 탱크에 저장해 오염농도가 해양 방출기준치 미만이면 바다로 방출한다는 방침이다. 이 방법으로 지하수 오염을 하루에 최대 100톤씩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하수 바이패스 계획은 지난 5월 21일부터 시작되어 6월 26일 현재까지 총 8번 실시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끌어올린 지하수에서 방사능 물질인 트리튬이 대량 검출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6월 25일 최고수치인 2100베크렐/리터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도쿄전력이 (사실 마음대로) 정한 트리튬 해양방출 기준치(1500베크렐/리터)를 뛰어넘는 수치이다. 이 수치가 나온 우물은 12개 우물 중 제일 남쪽에 위치하지만, 그 주변에는 작년 여름에 300톤이 넘는 고농도 오염수가 유출된 탱크가 있다. 즉, 물과 비슷한 성질을 가진 트리튬이 지하로 흘러내려가 지하수와 섞인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이에 대한 도쿄전력의 대응이다. 도쿄전력은 12개 우물에서 나온 지하수를 한 군데에 모은 상태에서, 통틀어 해양방출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총 수치가 기준치 이하이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농도 트리튬이 검출되고 있는 우물의 사용을 중단하고 비교적 안전한 북쪽에 우물을 새로 파는 등 방법을 강구할 수도 있겠지만, 도쿄전력은 말 그대로 ‘희석해서 바다로 버리자’는 방식으로, 향후에도 그대로 운영해 나갈 것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동토차수벽’ 건설 계획
또다른 오염수 해결방법으로 지난 6월 2일부터 건설이 시작된 동토차수벽이다. 동토차수벽이란 핵반응로(원자로)건물 1~4호기 주변 땅을 얼려, 벽을 만들어 지하수 유입을 막는다는 것이다.
먼저 직경 12센치, 길이 26.4미터의 동결관(凍結管)을 1미터 간격으로 1,550개씩 땅에 박아, 그 관에 영하 30도의 액체(냉각재)를 순환시켜 토양을 인공적으로 얼리겠다는 방식이다. 이것으로 하루에 280톤씩 유입되는 지하수를 막을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 320억엔이라는 거액의 건설비용이 국고에서 투입된다.
이 계획에 대해 다양한 염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무엇보다 동토차수벽이 전세계적으로 전례가 없고, 기술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다. 원래 터널공사 현장 등에서 주로 사용되어온 이 기술이, 이렇게 대규모로 장기간에 걸쳐 사용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실재로 동결관 부식 등으로 동토차수벽의 수명이 약 7년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고 수습까지 적어도 30~40년이 걸릴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두 번째로 땅을 얼리기 위해 막대한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그 연간 전기 사용양은 일반가정 1만3000가구에서 1년에 사용하는 전기량에 해당된다고 한다. 핵발전소 사고를 교훈으로 전기 사용량을 줄이자는 시민들의 의식이나 세계추세에도 맞지 않는데다, 말 그대로 전기가 끊어지면 바로 쓸모가 없어지는 설비다.
세 번째로 공사과정에서 땅속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배관들을 손상시킬 가능성, 차수벽 설치로 인한 지하수 흐름의 변화에 따른 지반의 불안정화 및 핵반응로(=원자로) 건물의 붕괴 등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되고 있다.
오염수를 줄이기 위해 일초라도 아까운 상황에서, 기술적으로 증명도 안 된 동토차수벽 공사가 만약에 실패로 끝난다면 더 이상 방법이 없다. 사실, 동토차수벽보다 기술적으로 신뢰성이 높은 점토차수벽 건설이 사고 당초부터 검토되어 왔다. 그러나 당시 건설비 1000억엔을 도쿄전력이 짊어져야 할 경우, 도쿄전력 주가가 폭락해 자본시장이 붕괴될 것을 염려한 결과 이 계획이 발표 직전에 백지화된 일이 있다.
결국 건설비용을 국고로 해결할 것이 명확해진 후에야 비로소 동토차수벽 공법으로 건설이 결정된 것이다. 사고 직후에 바로 점토방식으로 신속하게 건설이 시작되었다면 오염수 문제가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견해가 눈에 띈다. 이 동토차수벽 공사에 착수한 기업은 거대 건설업체인 가시마건설(鹿島建設)이다. 가시마건설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제염작업, 방사능폐기물 운반 등으로 이익을 올리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수습이 건설 관련 대기업의 배만 부르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과연 있는지?
그러나 설령 지하수 바이패스나 동토차수벽 건설이 잘 되더라도 오염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지하수의 유입이 아니라 녹아내린 핵연료 상태를 어떻게 파악하고, 또 오염된 냉각수 처리를 향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이다.
정부와 도쿄전력은 스트론튬 등 62종의 방사성물질을 제거하는 다핵종제거장치(ALPS)를 가동시켜 오염수를 처리하는 계획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ALPS는 시운전 단계에서 계속되는 고장으로 실제 사용이 가능할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지하수 바이패스와 마찬가지로 ALPS를 통해서 처리된 저농도 오염수를 최종적으로 해양 방출한다는 것이 정부와 도쿄전력의 방침이지만, ALPS로는 방사능물질인 트리튬을 처리할 수 없다는 큰 한계가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과연 있는 지. 한 번의 사고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이 출구 없는 오염수 문제가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발행일 : 2014.6.30
'일본, 후쿠시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후쿠시마 사고, 피해주민들에 대한 도쿄전력의 배상은? (0) | 2014.08.07 |
---|---|
도쿄 한복판에, 후쿠시마 소 한 마리가 나타났다! (0) | 2014.07.15 |
후쿠시마 3년과 체르노빌 28년 (0) | 2014.06.09 |
‘돈보다 생명’ 일본 오이 핵발전소 3·4호기 가동 금지 판결 (0) | 2014.06.09 |
충분한 안전대비 없이, 일본 핵발전소 재가동 박차 (0) | 2014.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