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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충분한 안전대비 없이, 일본 핵발전소 재가동 박차

충분한 안전대비 없이, 일본 핵발전소 재가동 박차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세월호 여객선이 침몰하는 참담한 사고에 온 나라가 비통함에 가라앉았다.

사고의 내막을 보면 승객의 안전보다는 이윤 추구에 눈이 먼 선박회사의 비도덕적 경영이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관행으로 이루어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한 인재였음이 밝혀지고 있다.

이 사고를 보면서 우리에게 다시금 일어날 수도 있는 핵발전소 대참사에 대해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기계는 고장이 나기 마련이며, 사람은 실수하기 마련이지만, 그 한 번의 사고로 벌어지는 피해 규모가 핵발전소만큼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피해 규모에 비해 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아니 대비를 할 수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일단 사고가 나면 그 피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것이 핵발전소 사고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에서는 사고가 난지 3년이 지난 지금도 악몽과 같은 비참한 일상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지금 후쿠시마 사고를 교훈으로 삼지 않고 덮어버린 채 안전에 대한 무방비 상태로 핵발전소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에너지기본계획 각의결정, 핵발전소 재가동에 박차

지난 411일 일본 정부는 국가 에너지정책의 골격이라 할 수 있는 4차 에너지기본계획을 각의 결정했다(각의란 내각회의의 약칭으로, 의원내각제에서 내각이 그 직무를 행하기 위해 내리는 결정을 말한다). 핵발전을 중요한 기저 전원으로 삼고, 향후 계속적으로 핵발전소 가동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명기했다.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실시하는 안전심사에 합격한 핵발전소는 재가동에 들어간다고 하여, 실질적으로 국가가 핵발전소 재가동을 뒷받침해 줄 모양새를 갖추었다.

 

원자력규제위원회 : 원자력의 안전규제를 일원적으로 실시하는 일본의 행정기관. 후쿠시마 사고 이후 20129월에 설치되었다. 원자력시설, 핵연료, 핵원료물질 사용에 관한 규제, 핵비확산을 위한 보장조치, 핵물질방어 등 업무를 맡고 있다. 원자력규제위원회 발족에 따라 기존의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보안원은 폐지되었고, 사무국으로 원자력규제청이 설치되었다. 핵발전소 재가동에 있어서는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심사 및 승인이 조건이 된다.

 

재가동, 주민의 안전보다 경제성 우선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거의 모든 핵발전소가 가동을 멈추었다.

하지만, 현재 일본에 있는 48기 핵발전소 중 17기가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재가동 신청을 했다. 그 중 센다이 핵발전소를 우선 집중 심사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심사 통과가 빠르게 이뤄질 경우 올 여름부터 재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재가동을 위한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고 직후부터 수시로 시도되었다. 전력회사는 핵발전 없이는 여름을 지낼 수 없다는 식으로 자꾸 전력부족 공포를 조장해 왔다. 2012년 오오이 핵발전소 3, 4호기 재가동은 많은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나중에 그 관할 지역의 전력이 남아돌고 있어, 오오이 핵발전소 재가동은 반드시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실제로 일본에서 핵발전소 가동이 거의 제로 상태가 유지된 지난 3년 동안, 전력부족 사태는 전국 어디에서도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문제의 핵심은 전력부족이 아니라, 항상 전력회사들의 경제논리에 우리가 속아 넘어가는 것이었다.

가동 중지로 인한 핵발전소 주변 지역의 경제 침체도 자꾸 강조되지만 이것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역을 살린다는 문제가 너무 짧고 왜소한 범위에서만 이야기되고 있다. 이윤과 경제성만 우선시하고 지역주민의 생명과 안전한 일상생활의 유지는 뒷전인 것이다.

 

반경 30km권내 주민들의 안전대책, 여전히 무방비

핵발전소 재가동과 관련해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방사능 피난계획과의 관계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핵발전소 비상방재구역을 반경 8~10km에서 30km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책정한 새로운 원자력재해대책지침에는 30km권내(UPZ) 지자체에게 피난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지자체(135)40%가 여전히 구체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탈원전을 위한 수장회의脱原発をめざす首長会議 조사결과).

단기간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해당 지자체뿐만 아니라 비상시에 몰려들어올 수많은 피난민을 받아들여야 하는 인근 지자체의 준비 상태도 고려돼야 한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에는 장애인이나 중환자들의 피난이 늦어지는 사태가 벌어져 적지 않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그 교훈으로부터 요원호자(要援護者, 원조와 보호가 필요한 사람)’에 대한 조기 및 우선적 피난 실시도, 새로운 원자력재해대책지침에 명시되어 있지만 그것에 대응해 대책을 마련한 지자체는 135곳 중 불과 1곳에 머물러 있다.

 

아베총리, “재가동과 비상방재계획 여부는 관계 없다

이렇듯 후쿠시마 사고를 교훈으로 정비해야 할 주민피난 대책은 실효성 있는 진전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지금 일본에서는 재가동이 논의되고 있다. 실제로 핵발전소 사고와 그에 대응한 대비가 실현가능할 지는 논의해볼 문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경우 사고 발생 후 20분 만에 멜트다운(노심용융)이 시작하여, 1시간 반 이후에는 방사성 물질이 주변지역에 확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아무리 훌륭한 방재계획을 세우더라도 반경 30km 주민들을 그 짧은 시간에 모두 안전하게 피난시키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부도 그 점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재가동 적합성 심사에서, 지자체의 방재계획 정비 여부를 공식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간 나오토 전 총리가 본인의 블로그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그 점에 대해 이번 재가동 심사와 방재계획 수립 여부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IWJ Independent Web Journal 기사참고 http://iwj.co.jp/wj/open/archives/127686)

 

핵마피아들의 탐욕이, 수많은 생명을 짓밟다

핵추진파들은 오직 재가동을 통해 에너지를 둘러싼 기존의 경제 구조와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여전히 일본사회에서 가볍게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에서도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도 분명히 드러난 것은, 경제 마피아들의 탐욕으로 인한 구조적 모순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삶을 짓밟았다는 사실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소름이 돋는다.

 

발행일 : 2014.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