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3년과 체르노빌 28년
요시다 유코(吉田由布子, ‘체르노빌 피해조사·구원’ 여성네트워크)
후쿠시마사고가 발생한지 3년이 지났다. 귀환정책이 추진되는 한편 수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다. 후쿠시마현민 건강관리조사 중 갑상선검사에선 약 27만명의 검사 결과 갑상선암 또는 그것이 의심되는 사례가 75 건(그 중 하나는 양성)이 발견됐다(2013년 말 기준). 이 암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 논쟁이 벌여져 있다. 그 경과에 대해 일본의 ‘전문가’들과 정부 공식 문서 등에서 계속 말하고 있는 “100mSv 미만의 피폭으로는, 방사선으로 인한 암이 늘었는지 그렇지 않은지 확인 못한다”는 주장에 관해, 올 2월에 개최된 두 차례 회의에서 흥미로운 보고가 있기에 소개한다.
그 중 첫째는 2월 21일~23일 일본정부 환경성, OECD NEA(원자력에너지기구), 그리고 후쿠시마현립의대 공동주최로 열린 ‘방사선과 갑상선암에 관한 국제워크샵’이다. 나가사키대학 이사 겸 부학장이자 후쿠시마현립의과대학 부학장인 야마시타 슝이치 씨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에서 현재 발견되고 있는 갑상선암에 대해 “방사선의 영향으로 생각하기 어렵다”는 예정대로의 주장을 반복하며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 워크샵 발표 중 하나인 방사선영향연구소(이하 ‘방영연’) 부이사장인 Shore 박사는 소아기에 피폭된 핵폭탄 피폭자가 갑상선암에 걸릴 위험성에 대해, “20mGy(밀리그레이, 베타선과 감마선의 경우엔 1mGy=1mSv(밀리시버트), 알파선의 경우엔 1mGy=20mGy) 미만에선 통계적 검출력이 부족하여 불확실하나 거기(20mGy)까지는 위험성이 있으며, 갑상선암에 걸릴 위험성은 피폭 시기가 어릴수록 높고, 피폭 이후 50년 이상 계속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이 워크샵 직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이후 방사선방어’ 회의였다. 마지막 날 의장 총괄발언에서 후쿠시마사고로 인한 갑상선암에 대해 “평균 갑상선 선량을 20mGy로 상정하면, 향후 50년간 0.1% 정도 약간의 암 증가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 중 대부분은 향후 수년간에 관찰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배경(Background) 발생률과 구별 못 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갑상선 피폭선량과 암에 걸릴 위험성에 대해 이 두 가지 내용은 딱 부합된다. 지금 관찰되고 있는 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엿보이지만, 방사선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20mSv까지 언급한 발표가 방영연과 IAEA에서 나왔는데도, 일본의 유명한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100mSv’를 고집할 것인가? 사실상 새로운 ‘20mSv 역치론(문턱 값, 일정 기준치(문턱 값) 이상일 때만 영향이 있다 주장, 편집자 주)’이 되면 곤란하겠지만, 앞으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체르노빌 초기엔 어떠했는가
후쿠시마 3년에 비춰 체르노빌 당시 스크랩한 신문기사(아사히신문. 이하 날짜만 기재)를 흟어보았다. 후쿠시마와 유사한 점과 다른 점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지 7개월 후, 4호 핵반응로(=원자로)를 봉쇄하기 위한 ‘석관’이 완공된 1986년 12월, 우크라이나의 수도이자 핵발전소에서 100km 남짓 떨어진 키예프시의 상황이 보도됐다. 핵발전소 주변 30km권내는 ‘위험구역’, 100km까지는 ‘제2 위험구역’, 키예프시는 ‘방사능경계구역’으로 지정됐다. 인구 250만 키예프시민들에게 피난지시야 내리지 않았지만 5월 이후 아이들은 여름 방학이라는 명목하에 3개월 동안 일제히 키예프시를 떠났고, 그 사이에 거리를 몇번이나 주로 물로 씻는 제염작업이 진행됐다. 씻어낸 물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국영농장 소장은 “농산품이 검사를 거쳤고 오염 또한 IAEA가 정한 기준치 이하로 사고의 영향은 없으며 아이들의 검사결과도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12월 10일).12월 14일, 소련 정부가 사고 긴급대책 단계가 끝났다며 사고 ‘수습선언’을 내렸다. 농업생산 재개를 위한 조건이 형성되고 있어, 앞으로 출입금지와 경작금지 등의 제한을 해제할 방침이다(12월 15일). 노다 총리(당시)의 12월 16일 ‘수습선언’이 떠오른다.
1987년 1월, 소련에서 체르노빌사고 의료조사단이 일본을 방문해 향후 핵발전소 주변 주민 수십만 명의 추적조사를 실시할 때 참고하기 위해, 원폭병원(히로시마, 나가사키 핵폭탄 투여이후 피폭자들의 건강과 치료 등을 위해 설립된 병원, 편집자주)에서 피폭자건강수첩 견본을 받고 피폭자들의 생활 등에 대해 질문했다. 방영연에선 ‘수십년 동안 계속해야 할 11가지 항목의 추적조사안’과 그 노하우로 ‘①옷 단추와 이빨에 조사(照射)된 방사선량을 이용한 개인피폭량 계산 ②2년에 한 번씩 정밀검사 등 방대하고 상세한 내용’이 제시됐다(1월 21일). 그 후 수년에 걸쳐 구소련 및 독립 이후 러시아와 벨라루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선 오염지역의 정의와 이주기준 및 이주선택권 설정, 등록과 건강검진, 휴양제도 등을 적용받을 수 있는 피폭자의 정의와 보상내용을 정한 이른바 ‘체르노빌법’ 제정에 이르렀다.
1987년 5월, ‘히로시마에서 해명되지 않은 두 가지 위험도에 초점’이라는 제목으로 핵폭탄의 급성피폭과는 다른, 체르노빌에서의 만성적인 저선량피폭 및 내부피폭 영향에 관한 연구에 새로운 성과가 기대된다는 내용이 실렸다(5월 11일 석간).
6월, 핵발전소 노동자의 도시 프리피야트에선 앞으로 8~10년 동안 거주를 금한다, 피난민 10만명 이상에 대해 추적조사 실시 등, 향후 대책에 대해 보도됐다(6월 11일).
체르노빌사고 2주기 이후
체르노빌사고 2주기를 맞이한 88년, 일본에선 처음으로 대규모 탈핵집회가 도쿄에서 진행됐다. 한편, 주민의 건강에 관한 체르노빌의 정보는 그다지 들어오지 않았다. 간혹 유럽의 야생동물 고기의 방사능오염 농도가 지난해보다 높아졌다는 등의 기사가 보일 정도다.
1989년 2월, 핵발전소에서 250km 이상 떨어진 벨라루스(당시는 백러시아) 내 17개 지구에서 높은 오염이 판명됐고, 20개 마을에 새로 피난명령을 내린다는 사실이 보도됐다(2월 4일). 애초 1만2천명 정도로 발표됐으나, 이후 새롭게 이주한 이는 10만 명 규모라고 발표됐다(7월 31일). 오염지도 발표로 광범위하게 오염이 퍼져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벨라루스에서는 핵발전소에서 50~60km 떨어진 ‘이론적으로는 안전하다’고 한 지역에서, 아이들 수백명에게서 빈혈과 목의 질병, 갖가지 염증이 발견됐고, 약 300km 떨어진 지역에서도 아이들에게 빈혈과 운동기능장애가 보여 방사능오염의 영향이 의심된다고 소련정부 기관지에서 소개됐다고 한다(8월 1일).
3주기 전후부터 아이들의 갑상선 비대증과 암이 간혹 보고되기 시작했으며, 공식적으로는 31명으로 돼 있는 사고수습작업 종사 노동자의 사망자 수에 대해서도 수백명 규모라는 소식도 전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90년경까지 일본 시민이 오염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체르노빌여성네트워크’ 설립 계기도, 와타누키 레코綿貫礼子가 90년 여름 시민사고조사단 일원으로 오염지역을 방문해 아이들의 건강피해와 의약품 부족이라는 현지의 실상을 알게 되면서 부터이다. 그 때 쯤부터 아이들의 건강상태에 관한 보도가 늘어 지원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구소련 내에서도 정부 공식발표의 신뢰성이 흔들리기 시작한 가운데 소련정부의 요청이라는 형태로 IAEA가 나서 ‘국제적 권위’로 사고대책과 주민의 건강평가를 실시하게 됐다.
이후 소아기 및 사춘기에 피폭당한 사람들의 갑상선암에 대해서는, 방사성 요오드로 인한 내부피폭의 영향으로 인정받게 됐다. 그러나 주민들이 앓고 있는 그 외의 질병에 대해, 국제기구들은 방사선과의 인과관계를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방사선의 건강피해를 둘러싼 논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아이들의 건강상태는
이야기가 갑자기 현재로 건너뛰게 되지만 작년 2월, 우리가 20년 이상 교류를 계속해 온 러시아국립 소아방사선방어임상연구센터(이하 ‘센터’) 라리사 바레버 소장을 초청해 와타누키 레코 1주기 심포지엄 ‘저선량 방사선영향의 진실을 찾아서’에서 러시아 아이들의 건강상태에 대해 보고받았다.
러시아에선 ‘체르노빌법’과 함께 91년 4월에 ‘체르노빌 아이들’이라는 대통령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그 우선사항으로 ▲오염지역과 그 지역을 포함한 주와 국가의 소아과, 산과의원, 보건기관의 기술적 강화 ▲소아과전문의료 종사자 훈련 ▲지역과 주, 국가 각 단계에서 지원체계 설계 ▲휴양 및 건강증진책 마련 등이 실시됐다. 센터는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중심이 됐다. 의료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소아과 의사들이 중심이 돼 아이들의 건강보호대책이 마련돼, 방사선영향 연구와 더불어 추진해 온 의의는 크다. 2012년 12월엔 피폭된 사람의 손자 세대까지 국가방사선역학등록에 포함시킬 것을 연방법에서 정했다.
러시아 아이들의 건강영향 중에서 큰 문제는 역시 갑상선암이지만, 암 이외에 갑상선기능 저하와 자기면역성 갑상선염 등 내분비계 질환, 사춘기 여자아이들의 성호르몬 교란과 임신 출산 등 생식건강에 대한 영향 등도 지적되고 있다.
대상지역의 18세 미만은 1986년 당시 약 18만명, 2012년 1월 현재 약 9만7천명이며, ①사고수습작업 노동자의 자녀(약 2만8천명) ②심한 오염지역에서 피난해온 주민의 자녀(약 1800명) ③오염지역에 계속 살고 있는 사람의 자녀(약 6만7천명)으로 모두가 사고 이후에 태어난 세대다. 사고 때 아이였던 사람에 대해서는 2세대에 걸친 치료와 관찰이 계속되고 있다.
통계데이터를 비교해 보면 전반적으로 발병률은 피폭된 사람의 자녀가 러시아 전국평균보다 계속 높게 나오고 있다. 더 자세히 보면 앞서 말한 분류 ①~②번 아이들의 발병률은 2000년 이후 낮아지는 경향이 보이지만 ③번 아이들의 발병률이 높은 수준에 계속 머물고 있다(그림1). 질병분류별로 보면 악성종양은 ①, ②에서 많고 선천성 이상은 ①에서 많다(그림2, 3). 다시 말해 오염지역 주민의 자녀는 심각한 병은 적으나 갖가지 병에 걸리기 쉽고, 심한 병은 사고수습 노동자나 심한 오염지역에서 피난해 온 주민의 자녀들에서 많은 경향이 있다. 사고수습노동자를 포함해 사고를 직접 겪은 세대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그 다음 세대의 건강보호에 직접 이어질 것이다. 일본의 건강대책을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
책임감과 희망을 갖고
마지막으로 체르노빌 1주기를 맞이하며 신문에 실린 다카기 진자부로 대표의 담화(CNIC 전 대표, 고인. 87년 4월 23일)를 소개한다.
사실상의 ‘수습선언’ 이후 소련정부는 사고를 과거의 것으로 하려하고 있으며, 서방 국가들의 태도 또한 그다지 다른 바 없다. “우리는 체르노빌보단 심하지 않다”는 ‘사고 불감증’이 생겨난 듯하다. ‘조직된 무책임’(P.바이쉬)이라는 태도가 체제 안에 만연해 모두가 사고를 잊어버리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 태도는 오히려 ‘한 번 얻게 된 핵기술은 이제 손 놓을 수 없다’는 기술자들 사이에 퍼져 있는 ‘조직된 체념’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라고 다카기 대표는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후쿠시마사고를 겪어 ‘조직된 체념’은 변할 가능성이 있고 변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지금도 생각이 계속되고 있는 것 아닌가. ‘조직된 무책임’ 또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바이쉬는 ‘무책임’ 대신 “한 사람 한 사람의 책임감에 의한 조직”을, 다카기 대표는 ‘체념’ 대신 “희망을 조직하자”고 호소했다. 우리 또한 책임감과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도 전진해야 한다.
발행일 : 2014.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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