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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돈보다 생명’ 일본 오이 핵발전소 3·4호기 가동 금지 판결

돈보다 생명일본 오이 핵발전소 3·4호기 가동 금지 판결

 

오하라 츠나키(탈핵신문 편집위원)


 

 

일본에서 탈핵 실현을 앞당기는 획기적인 사법판결이 나왔다.

지난 521일 후쿠이(福井)지방재판소가 간사이(関西)전력 오이(大飯)핵발전소 3·4호기 가동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2012년 안전성도 보장되지 않은 채 재가동된 오이 핵발전소 3, 4호기에 대해 해당 지역과 광범위한 주변 지역 주민 189명이 운전 금지를 요구한 소송이다. 오이핵발전소 3·4호기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에서 처음으로 운전이 재개된 핵발전소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상징적인 의미가 큰 뿐더러, 판결 내용이 국가와 핵발전소 사업자가 주장하는 경제성보다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개인의 생명과 생활에 관한 이익(=인격권)을 선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 판결은 오이핵발전소뿐만 아니라 일본에 존재하는 모든 핵발전소 재가동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전성 결여 - “간사이 전력 지진 기준, 근거 없는 낙관적 전망이다

판결에서는 오이핵발전소 3·4호기의 냉각기능과 방사능 누출을 막는 구조에 결함이 있다는 것이 인정되었다.

간사이 전력이 제시한 기준지진동(基準地震動, 지진에 의해 발생하는 흔들림에 대비하기 위한 기준 수치) 856(gal)에 대해 지진 대국인 일본에서 기준지진동을 넘는 지진이 오이핵발전소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 주장하는 것은, 근거 없는 낙관적 전망에 지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과거 10년 동안 5번이나 기준지진동을 뛰어넘는 진동이 관측된 것을 예로 들어 간사이 전력이 주장하는 안전기준을 인정하지 않았다.

 

경제성보다, 개인의 생명과 생활이라는 인격권이 우선

판결에서 인격권의 보장이 강조된 점이 무엇보다 주목할 만하다.

핵발전소 가동에 따른 경제성보다 국민의 안전과 생존권이 더 우선한다는 것이다. 판결문에서 “(핵발전소는) 법적으로는 전기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수단인 경제활동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고, 헌법상 인격권의 핵심보다 낮은 위치에 놓여야 한다, “자연재해와 전쟁 외에 (인격권이라고 하는) 근원적 권리를 극히 광범위하게 박탈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핵발전소 사고 밖에 없다고 했다. 더불어 인간의 생존에 관한 권리와 전기 값의 높고 낮음의 문제를 함께 논의하는 것은 법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간사이 전력이 주장하는 국부(國富)의 유출 및 상실에 대해서도 풍부한 국토와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국민의 생활이야 말로 국부라며, “그것을 상실하는 것이 바로 국부의 상실이라고 간사이 전력의 주장을 강하게 일축했다.

 

핵발전소에서 ‘250km’ 권내 위험성 인정

판결을 통해 핵발전소에서 250km 권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위험성이 인정된 것도 핵발전소 사고 영향권을 향후 보다 더 현실적인 것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 때 250km 권내 주민에 대한 피난권고가 검토되었던 점을 미루어볼 때, 오이핵발전소에서 만약에 사고가 날 경우에도 250km 권내 주민들의 인격권 침해가 예상된다며 이번 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이 점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확대된 핵발전소 주변 피난계획구역 반경 30km가 대형 사고를 상정할 때, 진정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 것이다.

 

재판관의 용기 있는 판결, 전국의 탈핵 목소리와 노력의 결과

이번 판결은 전력회사가 기술적 전문성을 토대로 주장하는 핵발전소의 안전성에 의존하지 않고, 후쿠시마 핵사고의 교훈을 토대로 핵발전소가 가지는 위험성에 대해 재판소가 스스로 용기 있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생존할 수 있는 권리를 사법의 입장에서 최우선하고 보호하는 것으로, 말 그대로 사법이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판결이 되었다.

이 판결은 오이핵발전소에만 해당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이번 소송과 동일한 핵발전소 관련 시설 가동중지 소송이 현재 전국에서 20건 이상이나 진행되고 있다. 이번 판결이 다른 소송 판결에도 영향을 미쳐 향후 탈핵운동에 큰 힘이 될 것이 기대된다. 오이핵발전소가 있는 후쿠이현 현지에서 탈핵운동에 매진하는 나카노 미츠루 씨는 본인의 메일링리스트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탈핵운동과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전국 민중들의 목소리와 노력의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에 있는 모든 핵발전소 재가동을 저지하고 핵없는 세상을 실현하자!

 

발행일 : 2014.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