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해야지. 근데 누가 해? 세 번째
- 사고수습 현장에서
오쿠무라 다케시
오염수 누출, 4호기 저장조 핵연료 반출 등 어려운 문제가 산적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수습작업. 1~3호기 작업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이토 다카시 씨(가명)의 이야기를 지난 호에 이어 세 번째로 연재한다. 사이토 씨는 원래 일본 각지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사고 후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현장에 들어갔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서 지금 방사선과 피폭을 문제삼을 때, 단위는 시간당 몇 μSv(마이크로시버트) 수준이지만, 그가 일하는 현장은 시간당 mSv(밀리시버트, 마이크로시버트보다 일천배 높은 단위)로 자릿수가 다른 세계이다(인터뷰는 2013년 11월 이와키시내에서 진행).
우린 모르모트인가?
―피폭량은 얼마인가?
사이토(이하▲) : 대략 1년 6개월에 70~80mSv 정도일거야. 그렇게 맞으면 얼마동안 방사선을 맞는 현장엔 나갈 수 없어서 다른 일 해야 해(전리방사선장애방지규칙에서는 1년에 50mSv 및 5년에 100mSv가 상한으로 규정돼 있다. 이 상한을 넘으면 이후 5년간 방사선관리구역 안에서 일할 수 없다). 그래서 웬만하면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선량이 높은 작업을 하면, 그 다음엔 안 그런 작업을 한다는 식으로 다 같이 번갈아가면서 하고 있어. 다 생활이 걸려 있으니까. 과연 그런 방식이 좋은지 어떤지 모르지만, 지금은 우리 스스로 그렇게 납득하고 일할 수밖에 없어.
근데 방사선이라는 건 안 맞아도 된다면 안 맞는 게 좋을 거야. 원자를 건드려서 에너지를 얻는 대가니까. 난 그렇게 생각해.
―전리방사선검진은?
▲한 달에 한 번씩. 근데 이것도 이해할 수 없어. 우린 달마다 병원 가서 내 몸의 데이터를 도쿄전력이랑 정부에 제공하고 있는데, 그들은 그거에 아무런 대답이나 답장이 없어. 이게 잘못됐어. 현장에선 다들 그렇게 생각해. 데이터만 가져가서 그들만 알고 있고 본인한텐 안 가르쳐주다니. 모르모트랑 같잖아. “어, 이놈 좀 봐. 앓기 시작했군. 곧 암이 되겠어” 이런 식으로. 20년 후에 “방사선 쐬면 이렇게 된다”는 연구발표를 하기 위해서 데이터를 모으고 있을 뿐이라고. 그 실험재료 취급 받고 있는 거야.
핵발전 그만둘 각오
사이토 씨는 수습작업의 최전선에 있으면서 핵발전의 옳고 그름, 일본의 미래, 문명의 한계라는 문제를 생각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현대문명이 가져온 핵발전소 사고라는 재해에 부딪치고 있기에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핵발전은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어. 그런데 그만뒀을 때 일본경제는 떨어질 거고 국제경쟁에서도 질 거야. 한 번 문명의 맛을 알아버린 놈이 그걸 버릴 각오를 할 수 있을까. 어디 갈 때에도 신칸센 안 타고 일반열차로 갈 수 있을까. 아무도 안 타잖아. 신칸센도 모자라 리니어라니(리니어모터 방식으로 중앙신칸센을 건설하는 계획을 말함, 역자주). 왜 그런게 필요해? 국민 모두가 이웃집이 티비 갖고 있으니 우리도 티비, 피아노도 있으니까 우리도 피아노 사자, 이렇게 살아 왔잖아. 난 인간이 들여놓지 말아야 하는 곳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다는 느낌을 안 가질 수가 없어. 유전자조작이니 원자력이니 말이야. 자동차에 비하자면 브레이크를 어떻게 쓸지 잘 모르면서, 속도가 빨라지는 게 좋아서 휙휙 달리는 느낌이야. 이제 이 지구가 인간의 문명을 지탱 못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풍요로움의 또 다른 의미
▲다른 의미의 풍요로움이라든가 행복 같은 거에 더 눈을 돌려야 해. 동산에는 현금이야 없지만 이렇게 좋은 자연이랑 논밭이 있는 삶, 그런 곳에 문명의 풍요로움이나 마음의 풍요로움이 있는 게 아닐까. 근데 일본사람들은 원래 갖고 있었던 그런 풍요로움을 파괴하면서 경제적인 부유함을 찾아 핵발전까지 만들었지. 그런 문명을 버릴 수 없다면 역시 핵발전이든 뭐든 필요하단 말이지. 일본이라는 나라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더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는 게 아냐?
▲이번 사고를 계기로 그런 문명이 이제 좀 잘못된 게 아니냐고 느끼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한 건 사실이야. 다만 그런 사람들이 나와도 또 한편에선 역시 못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더 부유하고 힘도 있으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다투고 따돌림하고 국가대립도 일어나는 게 아닐까.
우린 현장에서 쓰레기를 하나씩 처리하는 일을 하면서도, 앞으로 정말 어떻게 될까 생각 안 할 수가 없어. 정말 머리가 아파.
찬성이든 반대든 수습작업은 필요
▲어쨌든 핵발전 찬성이니 반대니 마음대로 주장하면 돼. 그런데 찬성이든 반대든 간에 터져버린 핵발전소를 어떻게든 수습해야 할 거 아냐. 수습작업은 하여간 계속해야 해. 안 하면 또다시 펑! 터질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도 그걸 생각해야 해. 그래서 찬성하는 사람한텐 그럼 수습작업이 이 꼴이 뭐냐고, 앞날이 안 보이는 현실을 보고도 찬성하냐고 묻고 싶어. 그리고 반대하는 사람한텐 반대하는 건 좋은데, 이 수습작업을 진행시키기 위해선 누가 뛰어들어서 희생돼야 하지 않느냐고. 만약에 지금 우리가 일 그만두고 아무도 손 안 대고 놓아둬 버리면 또다시 방사능이 퍼지잖아. 그러니까 누군가 해야 해. 근데 누가 해? 수습작업을 꼼꼼히 따지면 그런 문제에 부딪쳐. 그래서 찬성이니 반대니, 수습작업이 어쩌니 밖에서 뭐라 하지 말고 한 번 여기에 와보란 말이야. 그렇게 못하더라도 적어도 우리 같은 사람이 삑삑거리는 APD 소리에 떨면서 작업하고 있다는 사실을 머리 한 구석에 두고 여러 가지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우린 잘 몰라. 다만 언제든 우리가 죽을 때, 우리가 조금이라도 일을 한 덕에 미약하나마 수습으로 다가갔다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다행이다, 뭐 그런 마음이야.
번역: 고노 다이스케
발행일 : 201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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