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클럽 후쿠시마 사람들 이야기’
두레생협연합회 주최…검사결과 알고 재검사 받을 권리 찾았다!
지난 4월 11일, 두레생협연합회가 주최한 일본 생활클럽 후쿠시마생협 초청강연 ‘생활클럽 후쿠시마 사람들 이야기’가 서울에서 개최됐다. 생활클럽 후쿠시마생협 조합원 니이제키 마유미 씨와 즈치야마 유우지 전무이사가 강연자로 나섰다. 그 내용을 정리했다.
<사진 : 두레생협연합회 이금자 회장(왼쪽)으로부터 3·8 후쿠시마 3주기 행사 때 모은 한국 시민들의 메시지 담긴 엽서를 전달 받는, 생활클럽 후쿠시마생협 니이제키 조합원(오른쪽)과 즈치야마 전무이사(가운데).>
오염에 둘러싸인 생활
니이제키 씨는 사고로 생활이 확 변했다. 그의 집은 사고 현장에서 약 40km 떨어진 가와마타마치이지만, 사고 발생 이후 얼마간 그는 후쿠시마시 서부(60km권)에 있는 친정에서 딸과 함께 지냈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딸이 다니는 학교에선 측정과 제염도 하지 않고 안전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야외에서 체육과 동아리 활동을 시키고 있었다. 친구 어머니들과 함께 후쿠시마시와 후쿠시마현 교육위원회 및 교장에게 위험한 곳에서 활동시키지 말라고 요청했지만, 그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했다. 같은 해 6월, 그는 딸과 함께 40km 더 떨어진 요네자와로 피난 갔지만 동아리 활동과 친구들과의 깊은 유대관계 때문에 딸을 전학시키진 못했다.
지난 4월부터 딸은 대학에 들어가 도쿄에서 살게 됐고, 니이제키 씨는 가와마타마치의 집으로 들어갔다. 집 주변은 삼나무 숲인데 숲은 제염이 불가능하다. 비가 오면 오염된 물이 숲에서 집 쪽으로 흘러온다. 집에서 샘물을 사용하는데 샘물에서 1m정도 떨어진 곳에서 측정한 방사선 수치는 1.53μSv/h(시간당 마이크로시버트, 통상적인 허용기준치의 몇 배에 해당되는 수치, 편집자 주)다.
숲에서 나무를 베어 목욕물 땔감으로 이용하는데, 그 재를 측정해 보면 2~3만 베크렐이 나온다. 집에서 1km정도 떨어진 곳에 오염물 가설 폐기장이 있는데, 오염물은 검은 봉지에 넣었을 뿐이다. 찢어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폐기장에 설치돼 있는 측정기의 수치는 늘 0.11μSv/h지만 니이제키 씨가 직접 자동차 안에서 측정하더라도 약 세 배가 나온다. 집 앞은 제염 이후에도 0.57~0.6μSv/h이다. 밭 근처에 가면 0.64μSv/h. 밭 자체는 제염하지 않았기에 좀 더 높다.
갑상선검사, 당사자에게 설명 안 해
후쿠시마현은 현민건강관리조사의 일환으로 사고 당시 만 0세에서 18세였던 소아·청소년 약 36만명을 대상으로 초음파 갑상선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검사를 담당하는 후쿠시마현립의과대학 야마시타 슝이치 부학장은 재검사를 실시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문서를 전국의 갑상선 전문의에게 보냈다. 그 조사목적이 ‘현민들의 불안 해소와 학술조사’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고 직후부터 “100mSv(밀리시버트)여도 괜찮다, 아이들이 야외에서 놀아도 괜찮다”고 후쿠시마현 내를 떠들고 다녔다.
이에 대해 생협에선 다른 시민단체들과 함께 ‘아이들과 방사능대책 모임’을 구성했다. 후쿠시마에선 사고발생 당시 갑상선에 방사성요오드가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한 요오드제를, 후쿠시마현이 주민들에게 마시게 하지 않았다. 대책모임의 조사에 의하면 후쿠시마현립의대 의사와 관계자들은 요오드제를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75명의 후쿠시마 아이들이 암 또는 암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정받았다. 아이들의 갑상선암이 100만 명에 한 두 명이라고 애초에 말했던 야마시타 부학장은 이제 검사기기 성능 향상 및 많은 아이들을 검사하는 것, 그 자체가 많은 환자를 발견한 원인이며 병이 방사능의 영향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다고 우긴다.
2011년 11월, 니이제키 씨의 딸이 그 검사를 받았고 3개월 후에 A2라는 판정을 받았는데 그 의미를 몰라 현에 문의했더니, 담당자는 “이상이 없고 괜찮다”는 말만 했다. 그래서 딸에게 다른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게 했더니, 4개월마다 검사가 필요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또 니이제키 씨는 즈치야마 전무의 조언으로 후쿠시마현에 검사내용을 알려줄 것을 요구했는데, 후쿠시마현은 호적초본과 신분증 그리고 복사비용까지 요구했고, 그는 수차례 관공서를 드나들어야 했으며 3주 후에야 겨우 딸의 갑상선 초음파사진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과 방사능대책 모임’은 후쿠시마현립의대 및 후쿠시현과 협상해 조사목적을 ‘건강상태 파악과 질병 조기발견 및 조기치료’로 바꾸게했고, 재검사를 방해하는 글을 철회하게 했으며, 당사자가 사진을 포함한 검사결과를 신청서 작성만으로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주민들이 검사결과를 쉽게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래서 전국의 생활클럽생협 조합원 및 생산자들의 모금으로 지역신문에 이를 알리는 전면광고를 4월 15일에 싣기로 했다고 즈치야마 전무는 밝혔다.
앞으로도 그들은 만발성(晩發性) 방사선장애대책, 이주권, 건강관리정책에 대한 시민참여 등을 요구하며 협상을 계속함과 동시에 피폭정보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후쿠시마는 오히려 문제 있는 아이가 적다?
생활클럽연합회에서는 2012년 12월부터 13년 3월까지 전국의 조합원 아이들 612명을 대상으로 갑상선검사를 실시했다. 후쿠시마와 전국을 비교해서 후쿠시마 아이들의 현황을 파악함과 동시에 오염이 퍼진 수도권에서의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정부 또한 같은 시기에 아오모리현과 야마나시현, 그리고 나가사키현에서 각각 1500명씩, 총 4500명에게 갑상선검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이들 조사를 서로 비교하는 것은 몹시 어려웠다. 조사대상자가 많을수록 갑상선에 생긴 결절이 적은 경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오모리와 야마나시는 결절이 발견된 아이의 비율이 후쿠시마보다 높았고, 가장 높았던 것은 생활클럽의 조사였다. 생활클럽은 한 아이를 십분 이상 꼼꼼히 조사한 데 비해, 후쿠시마현은 2~3분만에 마치 공장노동처럼 처리하기에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고 즈치야마 전무는 지적했다.
주민을 귀환시키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지원금 삭감
체르노빌사고 때 피해를 입었던 벨로루시에선 주민을 피난시키고 배상하는 것보다 원래 살던 곳에 계속 살게 했다(에토스 프로젝트). 그것이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은 IAEA(국제원자력기구) 및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와 함께 후쿠시마 에토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후쿠시마현과 기초자치단체에 어드바이저를 배치해 100mSv 이하면 발암 유의성이 없다며 주민을 안심시키려 하고 있다.
후쿠시마 주민들은 아이들이 병에 걸리지 않을지 걱정하지만, 방사능을 걱정하고 있다는 딱지가 붙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들은 사람과의 관계를 잃지 않으려 하고, 아이들을 지키려 하고,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런 소원을 생협 조합원들의 활동을 통해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즈치야마 전무는 말했다.
발행일 : 201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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