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도서순례
정보가 많을수록 탈핵도 빨라진다
『누크노크 똑똑똑』,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2014년
김현우(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인문사회서점 레드북스 공동대표)
아름다운재단의 ‘2013 변화의 시나리오’ 제작지원으로 정보공개센터가 제작한 『누크노크 똑똑똑』은 재미있는 책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방사능의 진실’이라는 부제를 달고 누크(핵발전)를 노크한다. 노크의 방법은 이 단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정보공개 청구’다. 식품의 방사능 안전성에 대해, 핵발전소의 안전관리 실태에 대해, 핵에너지의 경제성에 대해 관련 기관과 기업에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그 답신과 다른 가능한 모든 정보를 동원하여 상황을 정리하고 설명한다.
정보를 구하고자 두드린 노크의 결과는 대개 보잘 것 없음을 넘어 허무한 경우가 많았다. 한국 핵발전소 노후화 진행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노후화 정의나 기준은 없음”이라는 답변이 돌아왔고, 경주 방폐장의 방사능이 누출될 경우의 대책을 묻자, “아직 심사받지 않은 사안으로 정보공개 대상이 아님”이라고 알려왔다. 원자력 발전단가 산출근거 현황에 대한 공개 청구에 대해 한수원의 통지 내용은 그냥 “비공개” 단 세 글자였다.
그러나 정보공개 청구 활동의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보공개센터와 몇몇 환경단체들이 꾸준히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 검사결과를 정보공개청구하자 그 동안 청구해야 받을 수 있었던 정보를 이제는 식품안전처 홈페이지에서 언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핵발전 관련 기관들도 과거와 같은 일방통행 비밀주의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음을 시나브로 알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핵발전과 방사능에 대해 알고 싶은 내용을 평범한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하나씩 비밀의 문을 두드리고 열어나간다. 각 주제마다 앞머리에서 생활글과 인터뷰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정보공개 결과를 통해 상황을 드러내고, 관련 기사와 자료를 실어서 더 많은 문으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 일본의 라디오포럼에 히로세 다카시 선생이 출연해서 독일의 핵폐기장 현지를 방문하고 들려주는 이야기, 의정부의 ‘꿈틀자유학교’에서 진행한 탈핵수업을 매개로 한 학생들과의 인터뷰는 무척 생생하다.
내용뿐 아니라 형식에서도 이 책은 눈에 띄는데, 몇 쪽마다 실린 ‘정보그래픽’ 덕분이다. 방사능 노출이 인체의 세포를 파괴하고 면역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는 무서운 원리를 역설적으로 예쁜 캐릭터를 이용해서 한 눈에 보여주고, 핵발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말이 허구이며 이미 사양 산업임을 한 페이지의 그림으로 압축해 놓은 것 등이다. 이 작업은 홍익대학교의 정보그래픽 스터디소모임(IGIG)의 도움으로 가능했는데, 작업 과정에서 이들도 많은 공부를 했고 뿌듯한 보람도 느꼈다고 말한다.
핵발전에 찬성하는 개인과 단체들은 시민단체들이 방사능 괴담을 퍼트리고 있다고 불평하지만, 정보공개센터는 방사능과 관련한 “괴담을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제대로 된 정보의 제공과 공유”라고 주장한다. 아쉬운 것은 정보공개 청구 활동이 여전히 일부 단체에게만 맡겨져 있는 현실이다. 알아야, 알릴 수 있고 참여할 수 있고 바꿀 수 있다. 에너지 시티즌도 에너지 정보 공개와 공유의 일상화를 통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 책은 시중에서는 판매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보공개 요구뿐 아니라 자신이 가진 정보와 자료의 공개에도 소홀하지 않는 정보공개센터는 이 책을 전자책(E-BOOK)으로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려두어 누구나 볼 수 있게 해놓았다(http://www.opengirok.or.kr/3750). 정보공개센터가 핵발전과 방사능 정보 아카이빙을 위해 만든 ‘방사능와치’ 홈페이지에서 더 많은 정보와 그래픽들을 볼 수 있다(http://nukeknock.net/).
발행일 : 2014.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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