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과 나누어 볼 ‘탈핵’ 이야기
『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 강양구 외, 철수와영희, 2014
김현우(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인문사회서점 레드북스 공동대표)
철수와영희 출판사는 ‘10대와 통하는’이라는 시리즈로 청소년들이 함께 읽고 이야기할만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책들을 펴내왔다. 그리고 드디어 10대들과 나누어 볼 ‘탈핵’ 이야기를 묶었다. 2012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평화박물관에서 진행한 연속 강좌를 청소년들이 읽기 쉽도록 정리한 것인데, 강연에 나섰던 이들이 탈핵의 각 분야에 해박한 사람들이거니와 청소년은 물론 성인이 읽어도 밑줄을 그을만한 구절이 적지 않다. 탈핵은 아무리 공부해도 끝이 없음을 확인한다고나 할까.
청소년의 상대적 장점 중 하나는 편견 없는 시선과 상상력일 것이다. 강연에 나선 이들은 그래서 더 쉽고도 더 직관적으로 탈핵이 필요하고 또 가능함을 전해준다. 책 앞머리에 실린 소복이의 네 쪽짜리 만화는 핵이 안전하다는 거듭된 거짓말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된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지금의 삶을 바꾸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알맞게 가지려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들의 마음은 ‘핵보다 더 강한 에너지’다.
첫 강연에 나선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핵발전소와 핵무기가 하나의 뿌리에서 나왔다는 지나간 사실과 10만년을 가는 핵폐기물을 생각하면 한 세대를 30년으로 볼 때 3000세대의 후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앞으로의 사실을 먼저 알려준다. 하지만 이 당연한 사실이 널리 알려지기 전에 국민들은 핵에 대한 ‘무지’를 강요당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핵발전소가 지어졌을 때 ‘원자력’은 근대화와 지역 발전의 상징이었고, 그래서 그 곳에는 ‘원자력교회’와 ‘원자력정육점’ 그리고 ‘핵광아파트’가 들어섰다.
하지만 핵발전에 내재한 근원적 위험성과 잠재하는 문제들은 여전히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2강에 나선 김익중 교수가 ‘원자력발전’이 아니라 ‘핵발전’이라고 불러야 함을 강조하는 이유다. 하지만 핵발전소를 찬성하는 이들은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계속 운전’이라고 부르려 한다. 이제까지 한국 핵발전소에서 난 사고가 공개된 것만 635건인데, 수명이 다한 것일수록 계속 운전한다면 ‘계속 고장’이라는 결과가 자명할 것이다. 결국 탈핵이 최고의 안전이다.
이때쯤 늘 듣는 이야기가 ‘대안’이 있느냐는 것이다. 3강에서 이원영 교수는 이미 탈핵 에너지 전환을 실현해 가고 있는 독일을 찾아 목격한 사례들을 들려준다. 4강에서 한홍구 교수는 핵안보를 위협하는 것은 바로 핵발전과 핵무기 자체라는 것, 핵을 환경이나 안전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윤리적이지도 않고 이익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아야 함을 알려준다. 5강에서 우석균 박사는 인간이 만든 불치병인 핵과 방사능에 너무도 둔감한 우리 현실을 일깨운다. 책은 2011년 한반도에 거주하는 과학자로부터 온 가상의 메일 한통을 소개하며 끝을 맺는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에서 제대로 교훈을 얻지 못한 인류가 무모하게 핵발전을 계속한 끝에 핵테러와 사고들을 겪고, 또 22세기가 되도록 사용후핵연료 폐기장을 세계 어느 나라도 만들지 못한 일을 알려주며, 지금 우리에게 ‘사고의 관성’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날 것을 간절히 요청한다.
지난 8월말 ‘청소년 참여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사업단(청사공)’이 주관한 청소년 워크샵은, 지금의 청소년이 감당해야 할 미래의 일을 결정하는 일에 청소년이 빠져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여러 창의적인 제안을 쏟아냈다. 이렇게 탈핵을 바라는 청소년의 눈들을 우리 사회의 눈으로 넓힐 때 우리는 탈핵에 더욱 빨리 다가서게 될 것이다.
발행일 : 201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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