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 페이스북>
지난해 10월 30일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는 공식 출범했다.
사용후핵연료(폐연료봉)를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하고 부지선정절차, 지역지원 등의 권고안을, 공론화의 과정을 통해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국민적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위원회의 첫 번째 할 일이다. 그러나 출범한지 8개월. 너무 조용하다.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하나로 모아가는 토론의 자리로 잔칫집같은 시끌벅적함을 예상했으나, 아직까지는 상주 없는 상갓집마냥 고요하다.
사안자체가 고준위핵폐기물이라는 민감한 사안으로, 또 처음 진행해보는 공론화라는 방식이고, 다수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모은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과정이기에 준비과정이 길어졌다고 이해해보려 했다. 하지만 ‘공론화 실행계획’이 제출됐던 것이 출범 3개월만인 지난 2월 초. 실행계획은 가지 없는 나무처럼 앙상하기 짝이 없었다. 또 그로부터 5개월만인 지난 6월 17일 공론화위원회 첫 번째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의 고요함과 여유로움에 대하여…
내실 있는 준비를 위해 준비기간은 얼마든지 길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시한이 정해져 올 연말까지 결과물을 내놔야하는 사안이라면 얘기가 조금 다르다. 앞으로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해야하는 연말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6개월이다. 공론화위원 10명 의견 모으는데 8개월의 시간을 소요했던 위원회가, 6개월 만에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까? 또한 이 여유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6개월이란 시간은 충분한 시간인가?
지난 토론회 참가자들에 의하면, 토론회는 참가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라기보다 중간저장시설과 재처리에 대한 발제를 중심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의 시급성, 필요성만을 강조하고 관리정책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자리로 느껴졌다고 한다.
마치, 결과를 정해놓은 듯 대부분의 발제와 토론이 중간저장시설과 재처리를 중심으로 향하고 있다. 이는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공론화가 아닌 프로파간다(Propaganda, 선동)에 가깝다.
기간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은 중간저장시설과 재처리에 맞춰져 있으며, 이번 공론화의 과정에서 이러한 주제가 선차적으로 제출된다는 것 자체가 이를 반증한다고 할 것이다.
이미 정해진 답, 이견 없는 인적 구성…예견된 권고안이 나올까 두렵다!
또한, 애초부터 정부의 핵발전 진흥부서인 산업통상부가 관주도로 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회 실무를 지원하는 지원단이 원자력문화재단 등의 실무자들로 구성되어, 이미 예상되었던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 정해진 답이 있고, 이견이 없는 인적 구성을 가진 공론화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겠는가? 이미 정해진 답을 구하는 것이라면 많은 기간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며, 시급성과 필요성, 정당성이 확보된 상태라면 많은 참여의 수적 필요성 또한 그다지 필요치 않을 것이다.
공론화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과 명분만을 보강하고, 그동안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사회적 수용성을 약간(?) 높이는 정도로 진행한다면, 아마도 지금처럼 굳이 요란하지 않고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연말 공론화위원회가 정부에 제출할 권고안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아니, 우리가 다 예상하고 있는 그대로 나올까 두렵다.
쉿! 조용!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국민적 문제에 대해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국민적 관심과 의견을 수렴하는 시끌벅적 토론의 난장이 펼쳐지길 간절히 바란다.
발행일 ㅣ 2014.6.30
박상은 통신원(광주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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