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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기사, 핵폐기물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와 탈핵진영의 대응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와 탈핵진영의 대응

윤기돈(녹색연합 사무처장)

 


우리 세대가 책임지고,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공론을 모아가야 한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이후 공론화)에 대한 탈핵운동진영의 시각차가 존재하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다만, 공론화위원회 참여를 두고는 입장의 차이가 명확히 갈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의 경우 그 이름을 걸고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전통적인 반핵운동진영은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부지선정 문제를 반핵운동을 실현할 핵심 열쇠라는 전술을 선택해왔다. 이는 기존 부지에 신규핵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사실상 신규핵발전소를 저지할 동력을 찾지 못하는 속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부안싸움을 거치고, 후쿠시마사고 이후 변화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이 전술이 유효하다는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공론화를 통해 미래세대에게 해결책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세대가 책임지고 이 난제의 해결방법에 대한 공론을 모아가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는 생각이다. 이 관점에서 공론화위원회를 꾸리는 과정에 탈핵운동진영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누군가는 공론화위원회에 들어가서 역할을 해야 한다!

탈핵운동을 어렵게 하는 빌미만을 제공하고, 들러리의 위험이 높다는 비판에도, 처음에 공론화위원회에 참여를 결정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제대로 된 공론을 형성하기 위해서였다. 누구나 인정하듯 공론화위원회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공론의 과정이었다고 판단하는데 한계가 많았다. 따라서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의 주민, 탈핵 운동을 하고 있는 시민사회, 핵산업계, 정부/지자체 관계자, 그리고 갈등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던 학계 등으로부터, 공론화위원회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관철함으로써 공론의 토대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각 이해당사자와 관심있는 사람들이 갖는 우려가 무엇인지, 혹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를 충분히 듣는 자리부터 시작해야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이를 관철하고 싶었다.

둘째,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해 지금까지 만들어진 조직체계, 관리기금, 법령과 제도가 적합한 것인지, 국민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과정을 꼭 다루고 싶었다.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에서 원자력환경공단으로 바뀐 관리 조직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구성되어 있는지, 혹시 보강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무엇인지를 논의하는 자리로, 또 현재 100년까지로 제한되어 있는 관리연도의 규정이 적합한 것인지도 국민의 시각에서 재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외에도 사용후핵연료 관리와 연관되어 지금까지 만들어진 법과 제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부터 국민의 눈높이에서 공론화하여 보다 올바른 대답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고, 이것이 탈핵운동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마지막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선행된 과학기술분야의 선행연구결과는 충분한 것인지, 만약 고려하지 못한 시나리오가 있다면 무엇인지도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해외사례도 이들 시나리오를 토대로 세대간 형평성, 위험과 편익의 공간적 형평성 등을 고려하며, 시나리오를 지워나가는 형식으로 공론화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사용후핵연료를 처분/관리하기 위해 우리나라 기준에 가장 적합한 시나리오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공론화의 과정이어야 한다. 따라서 시나리오가 충분히 세워졌는지를 검토하고, 어떤 기준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압축해 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또한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후에야 지금 산업부가 계획하는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을 집중형으로 할지, 분산형으로 할지를 판단하는 논의가 진행되어야 올바른 공론을 모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냥 두면, 산업부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에 누군가는 들어가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공론화위원회 구성의 비밀주의 등, 결국 출범 당일 들어가지 않기로

그러나 공론화위원회 구성부터가 비밀주의에 가려져, 공론화위원회 구성원을 출범 하루 전날 인지하였고, 구성원의 의문에 대해 다른 구성원들이 해명을 들을 통로가 없었다. 출범 당일 회의는 과연 이런 분위기와 방법으로 공론을 모아갈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들어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후 공론화위원회에 대한 소식을 직접 확인할 길은 없다. 들려오는 이야기는 해외시찰을 내년 초 간다는 것이다. 어디 무엇을 보러가는지 모르겠다. 부지를 보러가는 것이라면 부지선정을 위한 공론화 과정이 아니기에 잘못된 결정임에 틀림없다. 공론을 모아가는 방법을 보러간다면, 위원들이 나갈 것이 아니라 그들을 불러들여 시민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참여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자체적 공론 절차를 밟아가는 것도 방안!

어쨌든 공론화위원회는 출범했고, 시민사회와의 소통 통로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공론화위원회는 국민들의 공론을 잘 모아서 성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탈핵운동진영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공론화위원회 참여가 무의미하다면, 탈핵운동진영 자체적으로 공론을 모으기 위한 절차를 밟아나가며,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어떤 방법이든, 시대의 숙제를 풀어가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다는 것에서 출발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발행일 : 2013.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