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폭노동자와 농성천막…일본 규슈 탈핵운동의 힘
고노다이스케 편집위원
지난 3월 22일, 서강대학교에서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가 주관한 이케나가 변호사, 아오야기 ‘안녕, 원전’ 후쿠오카대표 방한 탈핵강연회 “‘굿바이 원전’- 탈핵 운동의 최전선에서”가 열렸다. 이 두 사람은 일본 규슈 후쿠오카에서 탈핵을 위해 활동하는 운동가와 변호사다. 이 글에서는 당일 강연에서는 두 분이 참여하고 있는 재판과 규슈지방의 탈핵운동을 소개했다.
우메다 류스케, 핵발전소 노동자 구제 재판
이케나가 변호사가 변호를 담당하는 핵발전소 노동자 우메다 류스케 씨의 산재인정재판이다. 아오야기 대표는 우메다 씨의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체르노빌에서는 사고수습작업을 담당한 노동자들이 갖가지 건강피해를 입었다. 후쿠시마에도 전국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모였고, 그들의 가혹한 노동조건에 대해 자주 보도되고 있다. 또 후쿠시마에선 핵발전소 밖에서도 제염작업이라는 형태로 피폭노동이 있고 시민도 동원되고 있다.
우메다 씨는 1978년에 시마네핵발전소와 쓰루가핵발전소에서 정기검사에 종사했다. 당시 쓰루가핵발전소 노동자의 사진을 보면 마스크도 쓰지 않고 있다. 작업현장에 들어가면 더워서 마스크를 벗어 버린다. 그들은 6차, 7차까지 연결된 다중하청의 말단이라 안전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다. 위험하다고 하면, 모두 도망칠 수도 있어 정기검사에 차질이 생긴다. 그래서 피폭의 위험성을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
우메다 씨의 증언에 따르면 알람계측기 등 선량계를 고선량 구역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사람에게 맡긴다. 이렇게 하면 누적선량이 늘지 않으니까. 정해진 허용선량을 넘어버리면 그들은 일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스스로 선량을 억제하려 한다. 피폭의 공포를 모르니 가능한 일이다.
이미 후쿠시마사고 이전에 핵발전소를 일상적으로 가동시키는 과정에서, 연 66만명의 피폭노동자가 발생했다. 모든 핵발전소는 사람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인해전술로 가동되는, 비인도적인 발전시설이다.
전력회사가 1차 하청에 지불하는 돈은 5만~10만엔인데, 삥땅이 반복돼 말단 노동자가 받는 돈은 6500엔~1만2000엔에 불과하며, 보험도 충분하지 않다.
우메다 씨의 경우, 쓰루가핵발전소에서 일하고 난 다음부터 아팠다. 병원을 여러 군데 다녀봤지만 원인불명이란다. 그의 진료기록이 규슈대학에 기적적으로 남아 있었는데 권태감, 두근거림, 침침함, 잦은 코피라고 적혀 있다. 나가사키대학에서 전신방사선측정기로 검사받은 결과, 코발트, 망간, 세슘 등 몸속에 방사성핵종이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그 후 그는 심근경색을 앓아, 스스로 산재를 신청했으나 기록된 그의 피폭선량은 8.6mSv로 인과관계는 부정당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그의 선량계를 맡았던 어떤 아저씨의 것이다. 우메다 씨는 마스크도 쓰지 않아 내부피폭량이 컸다. 실제 선량은 알 수 없다. 그의 증상은 대량 피폭됐음을 시사한다. 그는 산재인정을 요구해 정부를 상대로 재판을 제기했다(2012년 2월).
핵발전소 노동자들 중 이름과 얼굴을 밝히고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은 드물다. 우선 일과 자식의 결혼 등을 걱정한 가족의 반대가 심하다. 피폭노동 고발 전화를 설치했지만 단 한 명도 전화하지 않았다. 우메다 씨는 무언전화(전화는 했지만, 말을 하지 않는)나 협박전화를 받았다. 아오야기 대표는 우익이 규슈전력 앞 농성천막을 부수러 온다고 공안경찰한테 경고받았다. 인력사무소 운영과 알선업이 조폭들의 주요 업무인데, 탈핵운동이 그들의 이권을 위협하기 때문이다(조폭이 자금을 모으기 위해 우익단체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음).
이 재판은 우메다 씨의 구제는 물론, 지금도 후쿠시마에서 생기고 있는 방대한 피폭노동자 전체를 구제하기 위한 것이다. 우메다 씨도 변호인단과 그 지원자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핵발전 없애자 규슈 겡카이소송
후쿠시마 사고 후 규슈 지역의 많은 변호사들이 모여 겡카이핵발전소 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핵발전 없애자 규슈 겡카이소송’을 시작했다. 겡카이핵발전소는 후쿠오카에서 약 50km에 위치하며, 사고가 일어나면 후쿠오카는 물론 한국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재판에선 추첨으로 약 30명밖에 방청인이 들어갈 수 없어, 매번 모의법정을 열어 재판 내용을 모든 시민에게 공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의재판이 더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제9차 제소까지 이루어졌고 원고는 총 7488명에 이르며 이것은 일본의 핵발전소 관련 재판 중 최대규모다. 유명인사를 원고에 끼워 재판 때마다 그들이 의견을 제기하기도 한다. 올 6월에 제10차 제소를 준비 중이며, 애초 원고 1000명을 목표로 세웠으나 제1차 제소로 1000명을 채웠기 때문에 1만 명을 목표로 삼았다. 이제 곧 1만명에 도달하기에 그 다음은 2만 명을 목표로 할지 10만 명으로 할지 논의해야 한다.
방사능이 어디까지 가는지 시민 스스로 조사하기 위해 겡카이발전소 인근의 공원에서 많은 시민들이 모여 풍선을 날리고 풍선이 도달한 지점을 지도에 표시해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일부 전문가와 정치인 그리고 기업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생각하고 앞으로의 에너지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이케나가 변호사는 “이 재판을 통해 우선 겡카이핵발전소를, 그리고 일본에서, 나아가 지구에서 모든 핵발전소를 없애고 싶다”고 말했다.
이케나가 변호사와 아오야기 대표는?
규슈전력 본사 앞 천막 ― 1000일 넘는 농성으로 운동의 구심점이 돼
<이케나가 변호사>
<아오야기 대표>
이케나가 오사무 변호사는 이 외에도 규슈에 온 피난민 구제재판 등에 변호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 또한 변호사였고 ‘겡카이소송’ 발기인이었다. 겡카이소송 재판이 있을 때마다 행진을 하는데, 그 맨 앞에는 아버지 초상을 품은 어머니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아오야기 노부유키 대표는 2011년 4월 20일부터 후쿠오카 시내의 규슈전력 본사 앞에 천막을 지고 농성하고 있는 시민활동가다. 그곳은 ‘핵발전소 멈추자! 규전본사 앞 광장’이라 불리며, 후쿠오카는 물론 규슈 각지에서 시민들이 그리고 후쿠시마나 도쿄 주변의 피난민들이 모이고, 한국을 비롯해 외국에서도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 탈핵운동의 거점이 돼 있다.
이케나가 변호사가 변호를 담당하는 재판 외에도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집회와 행사에, 아오야기 씨와 천막농성장이 사무국이나 대표, 또는 상황실 역할을 맡는 경우도 많다. 후쿠오카에서는 2011년 11월에 1만6천명, 2013년 11월에 1만명이 모인 집회가 개최되었는데, 이것은 후쿠시마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도시로서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규모다.
규슈의 다른 도시에서도 3·11집회에 모이는 사람들이 다른 지방에 비해 많다. 왜인지 신기하게 생각했는데 아오야기 대표 말씀을 듣고 그 이유의 일단을 봤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오야기 대표는 가톨릭 신자이며 후쿠오카 정의와평화협의회(한국의 정의평화위원회에 해당됨)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활동을 함께 하는 시민에겐 평소에 신앙이나 성경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는데, 그 날 주최 측과 장소가 가톨릭 관계기관이기도 해서, 가톨릭 신자로서 왜 싸우는가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1970년대에 한 일본기업이 필리핀으로 공장을 옮기려 한다는 사실을 어느 신부에게 들었던 것이, 아오야기 대표가 시민운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공장은 일본 국내에서 매연을 흩뿌리고 있었고, 공장이전은 바로 공해수출을 의미했다. 실제로 필리핀에 가보니 공장 예정지는 전기도 수도도 없는 곳이었으며, 당시 마르코스 독재정권은 마을 주민을 내쫓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총으로 쏴 죽이고 있었다.
페루와 니카라과에서 해방신학을 실천하는 이들과의 만남에서, 필리핀의 한 주교의 ‘해방신학으로는 필리핀을 구할 수 없다. 투쟁신학이어야 한다’는 말에서, 한국의 민중운동, 민주화운동, 노동운동에서 그는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발행일 : 201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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