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수습 현장 : 누군가 해야지. 근데 누가 해? (2)
오쿠무라 다케시
번역 : 고노 다이스케 편집위원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서 20~30km 위치)에 사는 프리랜스 기자인 오쿠무라 다케시 씨는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를 취재하고, 자신의 블로그에 기사를 올리고 있다. 이 글은 지난 호 17호(2014년 3월호)에 이어, 후쿠시마 사고 현장 수습작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를 인터뷰해서 2014년 1월 23일에 올린 기사를, 지면 관계상 지난 호와 이번호, 다음호 세차례에 나눠 연재한다-편집자주
<사진 설명 :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1F)로 가는 출·퇴근 버스 차내에서, 2012년 촬영. 버스 좌석 안내문에는 ‘1F 출·퇴근 버스 승차 시 준수 사항’, ‘장갑 등을 꼭 낄 것’, ‘마스크는 코와 입을 덮을 것’, ‘신발 커버로 신발 전체를 덮을 것’라고 쓰여 있다. 오쿠무라 다케시 제공.>
오염수 누출, 4호기 저장조 핵연료 반출 등 어려운 문제가 산적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수습작업. 1~3호기 작업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이토 다카시 씨(가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이토 씨는 원래 일본 각지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사고 후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현장에 들어갔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서 지금 방사선과 피폭을 문제삼을 때, 단위는 시간당 몇 μSv(마이크로시버트) 수준이지만, 그가 일하는 현장은 시간당 mSv(밀리시버트, 마이크로시버트보다 일천배 높은 단위)로 자릿수가 다른 세계이다(인터뷰는 2013년 11월 이와키시내에서 진행).
APD가 울리는 공포감
―그 작업(3호기 건물 위부분 제염작업)을 하려면 제법 피폭될 텐데?
사이토(이하▲) : 맞아. 조금만 들어가도 APD(경보음이 울리는 휴대용 선량계)가 삑삑거려. 그런 곳으로 가서 작업을 한단 말이야. 그 공포감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그야말로 패닉에 빠지는 이도 있지. 작업하려고 연료저장조로 가거나 크레인 쇠줄을 풀려고 할 때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APD가 울려. 예정된 일을 전혀 못하고 바로 돌아오게 돼. 그리고 다음 사람이 갔다가 또 바로 돌아오는 식이야. 근데 APD가 울린다며 안 가면 언제까지나 일 진행이 안 되니까 할 수 없이 가는데, 작업이 예정보다 훨씬 늦어버리지.
공정표대로는 할 수가 없어. 억지로 공정표대로 진행시키려 하면 APD가 아웃 상태가 돼버려. 아웃이라는 건 APD가 미리 설정된 2mSv나 3mSv라는 기준을 넘으면 삑 소리가 멈추지 않는 거야. 그렇게 된 사람은 시말서 써야 해.
―시말서라니 그게 무슨 뜻인가?
▲“그렇게까지 방사선을 쐬면 안 되는데, 너는 쐬었다”는 뜻이야. 왜 그랬냐는. 방사선을 맞은 사람의 책임으로 뒤집어씌우는 거야. 제네콘(Genecom=general construction, 종합건설회사)으로서는 쐬지 않도록 계획을 세워서 지시를 내리고 있으니, 쐰 사람의 잘못이라는 이유로. 그럼 그렇게 많이 맞아야 하는 일을 시키지 말라고 하고 싶어. 그런 모순투성이야 현장은.
또 APD가 안 울리도록 빨리 하려고 하면 이번엔 발이 걸려 넘어지곤 해서 또 시말서 써야 해. 현장에선 뛰지 말라며 일반 공사현장 규칙이랑 같은 말을 하는 거야. 근데 선량이 높은 곳에 있으면 누구든 선량이 낮은 곳으로 서둘러 가려고 해서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이 사람 마음이잖아. 그것을 “왜 규칙을 안 지키냐”며 야단쳐. 그럼 당신이 선량이 높은 곳에 가서 천천히 걸어보란 말이야.
―그 작업계획 자체에 무리가 있다는 이야기인가?
▲글쎄 제네콘 입장에선 무리가 없도록 배려하고 있을 텐데. 그런데 실제로 현장으로 들어가면, 여기서 선량을 쟀을 때엔 낮았으니 괜찮다 해서 작업을 시작해도, 바로 옆이 매우 높았다는 일이 자주 있어. 일반 공사현장이면 공정표가 있어서 오늘은 여기까지 작업한다는 식으로 계획을 세우고, 상황에 따라 납기를 못 지킨다면 밤을 새더라도 하잖아. 그런데 여기 작업 같은 경우엔 공정표라는 건 일단 위에서 만들기는 했지만, 실제로 현장 작업에선 APD가 울렸으니 오늘은 여기까지로 한다고 할 수밖에 없어. 계획보다 늦었으니 선량을 쐬더라도 해오라고 할 순 없는 거야. 그럼 공정표에선 한 달이었던 작업이 쉽게 두 달이 되고, 세 달이 될 수 있어. 그래서 2년이었던 목표도 10년까지 걸릴 수 있거든. 선량이 높다는 큰 문제가 있으니 공정표대로 진행할 수 없어. 그게 수습작업이 어려운 점이야. 그래서 공정표보다 빨라지는 일은 절대 없어. 계획을 앞당긴다지만 그것은 실상을 전혀 모르는 이들의 환상이지.
―숙련 노동자가 사라질 것이라는데?
▲피폭한도까지 다 차서 현장을 떠나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어. 그 반면에 쓸모없는 놈들이 어물어물 현장에 남아 있어. 무책임하고 일하기 싫은 놈은 질질 끌어. 반대로 부지런한 이는 후딱후딱 일하니까 선량을 먹어서 차, 이제 그만, 이라는 경우가 많아. 그런 모순투성이 속에 몸을 두고 일하고 있어. 대체로 장인들은 다 제법 성실하고 열심히 일해. 다만 조폭들이 최근에 늘었어. 절반까지는 안 되지만 꽤 있어. 젊은 놈부터 나이 먹은 놈까지 말이야.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의 ‘중장기 공정표’에 의하면, 2015년에 3호기 핵연료 저장조에서 핵연료를 반출하고 2017년에 1~2호기에서 반출한다고 하던데.
▲그건 탁상공론이야. 제어층(원자로건물 윗부분, 핵연료저장조 부근)에서의 작업은 그럭저럭 하고 있어. 1호기는 이전에 덮은 건물 덮개를 다시 거두게 돼 있어. 그런데, 그 다음이 어떻게 될까. 4호기와 달리 3호기나 1호기나 핵연료저장조 주변의 선량이 높으니까. 2호기의 경우엔 건물은 그다지 안 부서졌지만 내부는 상상도 못해. 선량이 만 단위니까(격납용기 부근에서 시간당 약 7만mSv). 완전 치사량이잖아. 100년이 지나도 손댈 수 없을걸. 어쩔 수 없어.
7년 후에 올림픽이라는데 그 때까지는 그럭저럭 해 나가지 않을까. 그런데 그러고 나서 어떻게 할까? 올림픽으로 잘난 척 하면 그 다음이 힘들어지지 않을까?
두 달에 한 번씩 바뀌는 제네콘 직원
선량이 높은 현장에서 악전고투하는 이야기가 계속된 후, 그런 현장에 나가지 않고 지시만 내리는 이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제네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우리 입장에서 말하자면 제네콘 사람들 진짜 다 대책없는 놈들이요. 왜 그러냐면, 그들이 두 달마다 바뀌니까. 현장에 와도 “여기가 어디냐”부터 시작한다니까. 어디에 뭐가 있고, 어떻게 돼 있다는 걸 외우는 데 대략 한 달 반 정도 걸리잖아. 다 외웠다 싶더니 이제 2주밖에 안 남았어. 2주만에 뭘 하겠어. 게다가 그 새 비가 3~4일이나 오면, 거의 시간이 없어. 겨우 현장을 파악하자마자 “오랫동안 신세를 끼쳤습니다”라는데, 아직 두 달밖에 안 지났단 말이지. 그래도 돌림종이엔 “다 함께 힘내서, 후쿠시마 복구를 위하여…”라는 말을 쓰곤 하지. 그럼 자신이 목숨을 걸고 여기서 힘내면 되잖아. 그런 허울 좋은 말만 남기고 곧 사라져 버리는 거야.
―제네콘 사람들은 왜 두 달 만에 바뀌는가?
▲그야 자신들이 방사선을 쐬고 싶진 않으니까. 회사 규칙으로 그렇게 정해진 거긴 하지만, 요컨대 걔들은 방사선을 쐬지 않고 돌아갈 것만을 생각하고 있는 거야. 안 그런 놈은 하나도 없어. 도쿄전력은 더 해. 사고 직후에 열심히 일했던 사람 빼고, 이제 현장에 나오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선량이 높은 곳에 가는 건 우리고, 우릴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게 도쿄전력의 일이야. 우리가 걔들 대신 가는 거라고. 그래서 잘못된 거야. 솔직히 말해 대학교 나와서 지식이 있는 이는 현장엔 절대 안 가. 사실 그런 이들이 현장에 갔으면 더 빨리 해결할 수도 있을 텐데. 하지만 그런 이들은 한 발 물러서서 밖에서 지시만 해. 그러면 현장이 안 보이고 조금도 수습이 안 돼. 이게 일본의 교육이 잘못된 거 아니야? “우린 훌륭하니 안전한 곳에서 지시하겠소” 하고. 어디가 훌륭해? 이게 잘못된 거야.
―그럼 제네콘 사람들은 무슨 일을?
▲그들은 말은 잘하지만 일을 못하는 이들이 많아. 현장 들어가는 사람한테 주어들은 이야기를 마치 지가 생각한 것처럼 조회 같은 자리에서 말하는 건 잘하지만. 같이 작업한다는 자세만이라도 있었으면, 보이는 것도 달라질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아. 현장에 나와도 검사며 체크며 주변을 대충 훑어보고 바로 면진 중요동(지진 등을 대비한, 핵발전소 핵심통제시설) 안으로 돌아가 버려. 그런데도 우리가 현장판단으로 이건 이렇게 하는 게 더 낫다 해서 한 것들에 대해 “그건 예정 외 작업이다. 왜 했냐”며 화를 내. 그런가 하면 이 작업은 이렇게 하자고 정해져 있는 것을 나중에 와서, 그것도 해라 저것도 해라 하는 거야. 우리한테 예정 외 작업 하지 말라고 해 놓고, 예정 외 작업 계속 떠맡기는 게 누군데. 완전 지리멸렬이야.
발행일 : 201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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