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사고 원전 제조 3사 도쿄재판소에 제소
이 대 수(아시아평화시민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세계 최초의 핵발전소 제조사 피해소송
지난 1월 30일 도쿄지방재판소에,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낸 원자로를 제작한 제너럴일렉트릭(GE)일본법인·도시바·히다치 3개 핵발전소 제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단은 원고 1415명(후쿠시마현 주민 38명을 포함해 일본 1058명, 한국 195명을 포함한 32개국 357명의 원고단)과 22명의 변호인단(대표변호사 시마 아키히로)으로 구성되었다.
이 날 시마 아키히로 변호사와 일본원고 등 20여명이 함께 민사소송청구를 하였는데, 이 소송은 후쿠시마 사고가 TV등에 보도됨으로서 충격을 받았고 직접적인 피해와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를, 3개 핵반응로(=원자로) 제조회사가 원고 1인당 100엔(약 1천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원자력손해배상법(이하 원배법)에서, 이른바 ‘집중배상제’에 따라 전력회사만 책임을 지고 제조회사의 책임을 면제시키는 것은 제조물책임법 위반이며, 헌법에 반하는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비핵권(非核權, No Nukes권. 핵으로부터 안전할 권리)라는 새로운 인권개념을 창안하여 재판에 도입하고 있다. 소송시효가 3년이므로 계속 소송원고를 모집해 3월 10일 2차 제소를 할 예정이다.
반핵아시아행동 창립 때부터 준비 … 3월 10일 2차 제소
지난 2012년 11월 10일 도쿄 시나노마치교회에서 개최된 반핵아시아행동(NNAA, No Nukes Asia Actions) 설립총회의 1부 강연에서 시마 아키히로 변호사는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 핵반응로 제조회사(=원전 메이커)를 상대로 한 소송이 필요하고, 또 가능하다고 발표했었다.
이후 준비과정을 거쳐 2013년 봄부터 세계 1만인 소송 원고인을 모집해 왔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내에서는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를 상대로 많은 소송이 있었지만, 정작 제조회사를 상대로 하는 소송은 없었다. 책임은 커녕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일본 시민들은 핵발전소 제조회사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지나쳤다.
처음 이 문제를 인식했던 반핵아시아행동-일본(NNAA-Japan) 최승구 사무국장은 “핵발전소 제조회사의 책임을 묻기 위한 소송을 변호사에게 문의했을 때, 변호사들은 한결같이 실정법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고, 단 한 사람 시마 아키히로 변호사만이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응답해 주었다. 그 후 연구모임 등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변호사들이 참여하게 되었고, 법리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소송원고단 모집과 ‘민중법정’ 운동
소송을 하기 위해 소송원고단을 모집하는 일도 결코 쉽지 않았다. 세계 최초로 초일류기업들을 상대로 하는 소송이고, 원배법상의 면책 조항이 있는 실정법상의 난점도 있어 승소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있었다. 재판의 원고가 된다는 것은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에서부터 장기간 계속될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결심을 해야하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자 일본시민의 정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핵아시아행동-일본을 중심으로 1천명 이상의 원고를 모집한 것은 상당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의 경우 아시아평화시민네트워크 차원에서 초기부터 소송에 참여하기로 했고, 6월과 10월의 한·일 양국의 핵발전소지역 투어를 통한 연대감을 형성하면서, 9월에 후쿠시마원전 세계시민 1만인 소송원고단 한국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배영근, 안홍택, 이대수) 발족을 별도의 홍보리플렛 등을 제작해, 수도권과 각 지역별로 소송원고를 모집했다.
해외 소송참가자는 지난 10월 30일~11월 8일, 부산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참가자를 대상으로 모집했고 독일과 미국 캐나다, 타이완, 필리핀, 인도네시아는 지난 1월 중 직접 방문하여 설명회를 통해 모집했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한인교회와 한인 시민단체 미국 교회와 시민단체에서 원고를 모집해 주었고, 일본계미국인 단체 특히 2차대전 중 미국내 일본인을 강제격리 수용해 온 미국정부에 사과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활동해온 NCRR(Nikei for Civil Right & Redress)에서도 소송참가자를 모집해 주었다.
이번 소송이 세계 각국 시민이 참여하는 시민소송이라는 점에서도 향후 탈핵운동의 확산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또 탈핵운동이 아시아네트워크를 넘어 글로벌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3월 10일 2차 제소 이후에는, 법적 소송만이 아니라 시민들이 법정을 마련하여 활동하는 ‘시민법정’ 또는 ‘민중법정’ 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미국 내의 원전손해배상법에 관한 문제제기
미국내에서도 원전손해배상법(Price-Anderson act, 프라이스-앤드슨법)에 관한 문제제기가 시작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프라이스-앤드슨법은 1957년 기존의 원자력기본법(the Atomic Energy Act)을 전면 개정하여 제정된 법으로, 원래 10년 한시법으로 제정되었으나 1966년 10년 연장되었고 계속 연장되어 2003년까지 연장되었다.
2003년 1월 8일 미의회에서는 핵발전사업자의 강력한 요청으로 프라이스-앤드슨 개정법(Price-Anderson Amendments Act of 2003)이 통과되어, 2017년 8월 1일까지 연장된 상태이다. 전 세계 원전손해배상 관련법은 이 법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핵발전소수출을 주요정책으로 표방하고 나서면서 제조회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개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번 소송에서 쟁점이 될 원배법의 위헌성 문제를 집중 제기해 핵발전소 제조회사의 책임을 요구하는 입법활동이 이루어질 경우 현재 해외로 핵발전소를 수출하고 있는 회사들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운동이 자국 내 핵발전소의 가동중지와 폐쇄를 요구하는 운동에만 머물러서는 해외로 확산되는 핵발전소 건설 붐을 막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전 세계 핵발전소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해외 수출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 대응하는 것이 탈핵운동의 과제가 되고 있다.
발행일 : 20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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