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노다 요코의 후쿠시마 소식2
핵발전소 사고 이후 진행되는 후쿠시마 어린이 “휴양” 프로그램
~원칙적으로는 정부가 해야 하는 일, 그러나 정부가 나설 때가지 기다릴 수도 없는 일~
번역 :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동일본대지진과 그에 따른 핵발전소 사고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일변시켰습니다. 그들이 겪은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층격을 받은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피해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들도 적지 않은 층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각오와 함께 일어났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여러 움직임 중 하나가 후무시마 어린이를 위한 “휴양” 프로그램입니다. 휴양이란 핵발전소 사고 피해를 입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오염 피해가 적은 지역으로 일정기간 동안 피난가는 것을 말합니다.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면역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핵발전소 사고는 지금까지 누려왔던 픽션을 갑자기 현실로 바꿔버리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생활을 근본부터 바꾸었습니다. 상쾌한 아침 바람도 방사능 걱정 때문에 마음껏 들이쉴 수 없습니다. 텃밭에서 정성을 담아 키운 채소들을 아이들에게 먹일지를 넣고도 가족들의 의견이 충돌합니다. 풀꽃이나 벌레, 돌맹이, 그리고 모래까지도 만져서는 안 되는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눈에 안 보이는 방사능을 어떻게 여기고 대응할지에 따라, 가족들 사이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지역사람들 사이에서 마찰이 생겨 서로의 마음이 멀어졌습니다.
그런 속에서 “휴양” 프로그램은,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이나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나, 어린이들은 어린이다운 시간을 만끽하고, 어른들도 조금이라도 웃음을 되찾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캠프, 홈스테이 등 형태는 다양하지만, 이런 “휴양” 프로그램은 사고 이후 금방 전국적으로 번져 현재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에는 한국에서도 몇 개 시민단체들이 그러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주셨던 것은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사고 수습 전망이 안 보이는 가운데 일본정부 관계자들이 망언을 되풀이하는 가운데서도, 한국에서 이러한 지원의 손길을 주시는 것에 대해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방사능 영향을 받는 지역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적어도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기간 동안 아이들을 오염이 적은 지역으로 보내고 싶어 합니다. 그럴 때 힘을 발휘하는 것이 “휴양 프로그램”입니다. 오염이 적은 지역에서 원전사고와 그 영향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어른들의 보호를 받습니다. 그곳에서 평상시에 하지 못하는 밖의 놀이와 물놀이 등을 만끽하고 건강에 좋은 식사를 먹습니다. 저렴함 가격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그런 귀중한 프로그램이 여러 지역에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순수하게 시민들의 힘으로 3년째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체르노빌 사고로 심대한 피해를 입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베라르시와 같은 나라에서는 이 “휴양” 프로그램이 국가사업으로 28년째 진행되고 있습니다. 휴양을 위한 전용 숙소가 정비되어 있고, 교통비 등에 대한 공적보조금이 있는 등 모든 어린이들이 휴양 프로그램에 참여할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습니다. 그것에 비해 일본은 자금 모으기부터 숙소 확보, 자원봉사자 확보, 교통수단 확보, 건강관리, 보무와의 연락 및 대응 등 모든 일을 무급의 자원봉사자들의 열의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를 참여시키고자 하는 부모들은 휴양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알아봐야 하고 비용 부담도 감당해야 합니다. 정부도 지자체도 아이들의 휴양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들 사이에서도 휴양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프로그램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주변부터 “자주 여행가시는 군요” “돈이 많으시는군요” 등 야유를 들을 때도 있다고 합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시작한 휴양 프로그램은 사고 후 28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당시 어린이들이 부모가 되어 그들의 아이들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휴양 프로그램이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가 속수무책의 입장을 바꾸지 않은 상항에서 우리들은 어떻게 하면 휴양 프로그램을 향후 10년단위로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휴양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후쿠시마와 그 주변에서 온 아이들과 만날 때 그 아이들이 평상시에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물론 참여하는 아이들을 불쌍한 아이들로 여기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이 아침밥을 먹을 때마다 “이 우유, 방사능 들어 있지 않죠?” 확인하거나, 모래나 나뭇잎을 만지기 전에 “이거 만져도 되요?”라고 물어보는 것을 보면 핵발전소 사고가 끝이 안 보이는 악몽인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핵발전소에서 20km 거리에 살고 있다가 강제 피난을 당한 어떤 초등학생 여자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휴양 캠프에 참여해 매일 매일 아주 즐겁게 자전거를 탔습니다. 스텝이 “자전거를 아주 좋아하는구나” 라고 말을 걸었더니 “우리집은 핵발전소 바로 근처였기 때문에 자전거를 가지고 피난갈 수 없었어요. 이제 그 자전거를 탈 수 없게 되었지만 나는 괜찮아요. 아마 100년 정도 자나서 후쿠시마가 다시 깨끗해지면 그 때 나의 손자들이 그 자전거를 타서 놀 거니까요.” 그렇게 대답했답니다. 그 말을 들은 스텝은 나중에 혼자 울었다고 합니다.
아이들과의 따뜻한 추억도 그 동안 많이 쌓았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25km 떨어진 미나미소마시 하라마치구 어린이들 4명이 우리집에서 홈스테이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빨래를 정리하거나 종이접기를 하거나 아이들의 싸움의 중재 하거나 바쁘게 돌봐주는 모습을 싱글싱글 웃으면서 보고 있던 5살 리나짱이 갑자기 저에게 말했습니다. “우노다상은 어린이가 소중하는군요” 저는 순간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더니 “왜냐면 우노다상은 나나 사야짱, 고짱, 그리고 유짱이 너무 소중하다고 생각하니까 이런 일을 하는 거죠” 라고 말하자 정말 기쁜 표정을 지어 웃었습니다. 아이들은 국가로부터 버림받고 있다는 것을 어린 마음에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 상처는 우리가 생가하기보다 아주 깊습니다. 저는 휴야 사업의 근본적인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파국적인 핵발전소 사고로, 그 사고 수습에는 적어도 향후 40년은 걸릴 것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핵발전소 사고의 영향에 대한 견해도 사람마다 각양각색입니다. 어떤 미래를 전망하든지 간에 기초가 되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입니다. 한번 친구가 되면 모르는 척할 수는 없습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도 달라집니다.
“후쿠시마의 어린이들”이 아니라 모두 이름을 가진 한 인간으로써의 소중한 만남을 통해 “나는 당신이 소중해” 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만난 그 아이들의 성장을 계속 지켜봐주고 싶습니다. 그런 만남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사람을 사람답게 취급하지 않은 지금의 일본사회를 결정적으로 바꿔나갈 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우노다 요코 : 오사카 거주, 1996년부터 반핵아시아포럼(No Nukes Asia Forum) 멤버로 핵없는 미래를 지향하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 이후에는 관서지역으로 피난해온 사람들의 지원과 동북지역 현지 지원활동에 주력, 동일본에서 오사카로 옮겨온 피난민에 대한 이주지원과 상담지원, 특히 어린이들의 피난 생활보조 활동을 하고 있다. 현지 지원활동으로써는 후쿠시마현을 중심으로 매월 동북지역을 방문해 어린이들의 놀이터 활동지원과 동시에 언어청각사로 의료지원을 하고 있다.
발행일 : 20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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