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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후쿠시마 사고수습현장- 누군가 해야지. 근데 누가 해?

누군가 해야지. 근데 누가 해? 사고수습 현장에서

 

오쿠무라 다케시(프리랜서 기자)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후쿠시마제1핵발전소에서 20~30)에 사는 프리랜서 기자인 오쿠무라 다케시 씨는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사고를 취재하고 기사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이 글은 본지 지난 15(201312월호)에 이어, 후쿠시마 사고 현장 수습작업을 하고 있는 노동자를 인터뷰해서 지난 2014123일에 올린 기사를, 지면 관계상 이번호와 다음호 2차례에 나눠 연재한다. (번역 고노 다이스케)

 


 

오염수 누출, 4호기 저장조 핵연료 반출 등 어려운 문제가 쌓인 도쿄전력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수습작업. 이번에는 1~3호기 작업에 종사하는 사이토 다카시 씨(가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이토 씨는 원래 일본 각지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사고 후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현장에 들어갔다.

지금 방사선과 피폭을 문제삼을 때, 우리 주변에서는 단위가 시간당 몇 마이크로시버트(μSv) 수준이지만, 사이토 씨가 있는 현장은 시간당 밀리시버트(mSv, 마이크로시버트보다 1천배 높은 단위)라는 자릿수가 다른 세계다. 그러한 현장에 있는 사이토 씨의 말은 무게가 있다. 또 피폭으로 인한 희생자가 있다는 충격적인 말도 했다.

그리고 그는 높은 선량에 노출된 현장이 노골적인 격차(格差)사회라는 실태를 밝혔다. 한편에서는 선량계 경고음에 떨고 건강피해에 대한 불안을 느끼면서 현장에 들어가는 노동자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 안전한 곳에서 지시만 내리고 자꾸 바뀌는 제네콘(Genecon=general construction, 종합건설회사) 직원들이 있다. 양자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임금과 대우뿐만 아니라 피폭문제까지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사이토 씨는 현장 실태에서부터 문명의 한계에 관한 문제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역시 그가 던진 다음 질문이 무게가 있다. “핵발전을 반대하든 찬성하든 상관없는데, 어쨌든 간에 누군가가 수습작업을 안 하면 또 펑 터진다. 근데 누가 해?”라고,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인터뷰는 201311월 이와키시내에서).

 

 

<사진 : 방사능오염 신체검사, J빌리지에서, 오쿠무라 다케시 제공>

 

우주복 입은 이들

간신히 사이토 씨에게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얻었지만 약속장소에 와 줄 지 불안했다. 그의 모습을 보면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취재에 대한 불신감을 막 드러냈다.

 

사이토(이하 ) : 내게 무슨 이야기를 들으려고? 언론이든 전문가든 정치인이든 그런 이들이 스스로 선량이 높은 곳엔 절대 가려하지 않고 밖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웃겨. 안전한 곳에 있으면서 오염수가 새고 있어”, “그러면 안 돼라는 게. 안 된다면 한번이라도 좋으니 50밀리시버트든 100밀리시버트든 쐬러 오란 말이야. 그러고 나서 말하라고, 우린 말하고 싶어.

 

뭐라고 대꾸할 말이 없다. 그리고 현장의 충격적인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런데 우리보다 더 극심한 작업을 하는 이들이 있었어. 원자로가 터진 지 아직 얼마 안 됐을 때, 그야말로 우주복 같은 옷을 입고 말이야. 산소봄베(Bombe, 압축한 산소를 넣어두는 강철 용기)를 메고 납으로 만든 옷을 입고 그 위에 조끼를 입고, 뭘 하는지 그건 몰라. 우리는 그런 작업은 하지 않으니까. 5~6명씩 다다다 들어가는 거야. 쟤들 뭐하나 하고 보고 있었어.

결국 그들이 녹아버린 노심 가까이까지 가서 무언가 작업을 했을 거야. 사태가 계속 악화돼가는 상황이었으니 누군가 거기 가서 해야 하는 일이 있었겠지.

그런데 절반 이상은 이미 죽었을 거야. 다만 명목상 심근경색이라든가 뭐라든가하지 피폭으로 죽었다고는 안 돼 있을 거야. 들었던 바로는 대략 2주 동안 작업하고 하루에 80만엔에서 100만엔 정도, 2주에 1000만엔 이상 받는데, 그걸 가족에게 건네주고 자신은 그 일에 뛰어든다는 거지.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겠지. 모두에게 일절 입 밖으로 내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한다더군. 그게 정부인지 도쿄전력인지 우린 모르지만. 아무도 입 다물고 자세히 말 안하거든.

어쨌든 다들 밖에서 탁상공론 같은 말을 하는데, 원자로가 녹아서 어쩔 수 없을 때, 누군가는 해야 수습되지. 거기에 뛰어든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난 그들한테 마음속에서 이렇게 만날 합장하고 있어. 당신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 일할 수 있다고.

 

APD가 울리는 공포감

불신감을 드러내면서도 사이토 씨는 조금씩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 어떤 작업을 해 왔나?

주로 쓰레기 제거 작업이야. 쓰레기라고 말해도 그야말로 시간당 500밀리시버트라든가, 2000밀리시버트(치사량 수준, 역주) 되는 것들이야.

1호기 주변도 지금은 덮개를 덮었으니 선량도 제법 떨어졌지만 초기엔 정말 높았어. 터졌으니까 그야말로 쓰레기투성이였어. 그걸 다 우리가 가서 처리하고 철판을 세 장 정도 쌓아서 깔곤 했어. 바다 쪽은 워낙 심해. ‘묘지라 불리는 곳이 있는데 찌그러진 탱크라든가 중기라든가 크레인 같은 것들이 뒤집어져서 다 그대로 있어. 건드리려고 해도 건드릴 수가 없어. 그런 것들 눈앞에 두면서 일해 왔어. 터빈 건물 주변도 지금은 선량이 낮아졌지만 역시 초기엔 쓰레기투성이였고 선량도 너무 높았어. 거기에 타이어를 빈틈없이 깔고 그 위에 철판을 하나씩 깔았어. 지금은 가끔 지위 높은 사람들이 시찰 오곤 하는데 그 철판은 우리의 희생으로 깔린 거야.

 

- 선량이 높은 곳에서는 원격조정으로 작업하지 않는가?

역시 사람이 가야 해. 무인 중기도 쓰기는 하지만 결국은 사람이야. 예컨대 컨테이너에 쓰레기를 담아서 크레인으로 옮기는데, 그 컨테이너에서 크레인 쇠줄을 푸는 것은 사람이야. 그 쓰레기가 선량이 심하거든. 철판을 까는 작업도 크레인으로 매달아 올린 철판을 내릴 때 쇠사슬이나 쇠줄을 풀기 위해 역시 누군가 가야 해.

 

- 로봇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고 하던데?

글쎄, 로봇도 들어갈 수 없는 곳이 있어. 건물 안의 상황 조사를 로봇에게 시키는데 계단이든 뭐든 뒤죽박죽이라 못 들어가. 그리고 선량이 너무 높으면 로봇이 고장 나. 반도체 같은 것이 망가져서. 그래서 로봇이 안 돌아오는 거야. 로봇조차 망가지는 선량인데 어쩔 거야. 로봇이 들어가 안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어도, 예컨대 뭐가 한들한들 보이는데 그게 김인지 뭐가 타오른 연기인지는 로봇이 판단 못해. 결국 사람이 가서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해. 지금도 김이든 연기든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어.

이제 3호기 건물 윗부분을 제염한다며 긁어내는 작업을 해. 자주식 기계를 투입한다는데 아마도 쓸모없을 거야. 왜냐면 큰 쓰레기야 없앴지만 울퉁불퉁하고 철근이 여기저기서 뚫고 나왔어. 그 철근도 지름이 30나 되는 굵은 거야. 그런 것들이 걸려서 기계는 앞으로 갈 수 없을걸. 결국 사람이 가서 그런 철근 하나하나를 없애지 않으면 기계가 달릴 수 없어. (다음호에 계속)

발행일 : 201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