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4호기 핵연류 반출...실패하면 인류멸망 위기
고노 다이스케 편집위원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가 사고를 일으켰을 때, 나는 지금 인류의 멸망을 목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문제를 접하면서 나는 다시 그 생각을 굳혔다.
도쿄전력은 11월 중순부터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4호기 5층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서 핵연료 반출을 시작한다. 4호기는 사고발생 당시, 정기점검 중이어서 원자로에는 핵연료가 없었으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는 사용후핵연료집합체(핵연료집합체, 핵연료를 여러 개 묶은 것) 1331개와 미사용 핵연료집합체 204개, 합쳐 1535개가 있었다(미사용 핵연료는 작년 7월에 시험적으로 2개가 반출됐음). 그것을 이번에 발전소 부지 내 공용저장조로 옮긴다. 도쿄전력은 이 작업을 약 1년 안에 끝낸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몇 년 걸릴지 몇 십 년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공포스러운 것은 핵연료 반출에 실패하면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후쿠시마 4호기의 현황
4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는 현재 사용후핵연료집합체 1331개, 미사용 핵연료집합체 202개, 총 1533개가 있다. 4호기는 수소폭발을 일으켜 건물이 파괴돼 5층의 핵연료 저장조가 밖으로 노출된 데다 핵연료 저장조는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지금은 핵연료 저장조 바닥 밑에 보강공사를 해 놓은 상태지만, 무너질 위험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번 핵연료 반출을 위해 작년 6월에 건물의 저장조 윗부분을 해체했고, 올해 5월에는 4호기에 인접한 지반 위에 핵연료 반출용 덮개 철골이 완공됐다(그림 참조). 이 철골은 윗부분이 4호기 쪽으로 튀어 나와 있고 그 부분에 연료를 꺼내기 위한 크레인이 설치됐다.
어려운 핵연료 반출…실패하면 인류멸망 위기
<사진: 4호기 바로 옆에 설치된 덮게 철골, 4호기 쪽으로 튀어나온 부분에는 저장조에서 핵연료를 끌어올리기 위한 크레인이 설치되어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평소 물속에 보관되어 있는데 공기 중에서는 사람이 접근하면 즉사할 정도로 극심한 방사선을 쏜다. 그만큼 다룰 때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찍부터 지적됐듯이 만약 4호기가 무너져 저장조에서 사용후핵연료가 쏟아져 나오면 극심한 방사선 때문에 사람이 접근할 수 없어 냉각시킬 수 없고, 사용후핵연료가 스스로의 붕괴열로 녹아버린다. 후쿠시마에선 또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반복해서 지적되어왔다. 실제로 2004년 인도양지진에선 그 이후에도 주변 지역에서 대규모 지진이 여러 번 일어난 적이 있어, 4호기 붕괴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저장조에는 수소폭발로 인해 크고 작은 쓰레기와 건물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다. 큰 것은 길이 10m, 무게 200kg의 금속판, 마찬가지로 무게 200kg의 계단 등, 작은 것은 모래 같은 콘크리트 부스러기까지다. 이들 쓰레기 철거작업은 이미 시작됐고 앞으로도 연료 반출작업과 병행하여 계속된다. 쓰레기가 연료를 손상시켰을 가능성은 높고 앞으로의 작업으로 연료가 손상될 수도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저장조 안에서 캐스크(cask, 높은 방사능 물질의 수송·저장에 사용되는 차폐기능을 가진 용기)에 넣어 물 위로 끌어올린다. 이번에 사용되는 캐스크는 핵연료집합체 최대 수용량이 22개, 길이 5.5m, 지름 2.1m, 무게는 무려 91톤이나 된다. 이것을 새로 설치한 크레인으로 끌어올리고, 지상에 있는 트레일러에 싣고(고도 차이는 최대 32m), 수 십m 떨어진 곳에 있는 공용 저장조에 옮긴다.
4호기를 둘러싼 위험은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①지진으로 저장조가 무너져 연료가 쏟아져 나온다. ②반출 과정에 크레인에서 캐스크가 지상으로 떨어진다. ③캐스크나 크레인 자체가 저장조에 떨어진다. ④연료봉을 둘러싼 피복관의 부식, 또는 쓰레기나 다른 연료와의 접촉 등으로 연료봉 안의 연료펠릿이 쏟아져 나온다.
②캐스크가 땅으로 떨어질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 캐스크 안의 연료봉이 파손돼 연료펠릿이 피복관에서 쏟아져 캐스크 바닥에 쌓여 재임계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거짓말쟁이 도쿄전력은 그런 경우는 ‘없다’고 하지만). 또 캐스크에서 연료가 쏟아져 나오면 극심한 방사선 때문에 접근이 어려워 방치할 수밖에 없다. 핵연료의 붕괴열 때문에 불이 나고, 공기 중에 방사성물질이 대량 방출된다. 그렇게되면 이제 4호기에는 아예 접근할 수도 없게 되고, 아마도 1~3호기 가까이에도 갈 수 없게 될 것이다.
핵연료를 옮길 공용 저장조도 4호기 바로 옆이다. 사고를 일으키지 않은 5, 6호기에도 핵연료가 있다. 사고수습작업은 여기서 중단돼 냉각이 불가능해져서 그 뒤엔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 남은 핵연료가 연달아 화재를 일으켜 전 세계에 대량의 방사능이 퍼질 것이다. 4호기의 사용후핵연료만으로도 히로시마 핵폭탄의 15,000배나 되는 방사능이 꽉 차 있다. 일본열도는 광대한 무인지대를 가운데 두고 둘로 쪼개질 것이다. 아니 건더슨 씨(Arnie Gundersen, 미국의 핵기술자이자 핵발전 폐기론자로 1990년에 핵산업 내부를 고발했음)는 북반구가 끝장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일본의 전 외교관이자 핵 반대론자인 무라타 미쓰헤이 씨는 “(핵연료 방출이) 지구환경과 우리 문명 그 자체를 파괴할 것이다. 인류가 생존할 수 있을까의 문제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과거에는 고속증식로 ‘몬주’ 원자로 내 중계장치 낙하사고, 그리고 올해 9월 5일에는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3호기 건물 쓰레기 제거작업 중이던 크레인이 부러지는 사고가 있기도 했다.
현재 1~4호기에 남은 사용후핵연료는 〈표1〉과 같다. 이렇게 어려운 작업을 다음 대지진으로 저장조가 무너지기 이전에 1~4호기 모두 실시해야 한다. 더군다나 1~3호기는 멜트다운 됐기 때문에, 건물 내 방사선량이 높아 반출에는 더 큰 어려움이 따른다.
도쿄전력은 내년 말에 4호기에서의 반출을 끝내고, 내년 12월부터 3호기 저장조에서의 반출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하지만, 이것은 단지 그들의 기대 또는 이 문제에서 여론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도쿄전력에 맡기면 안된다…전 세계의 예지를 결집해야
이 작업에 바로 인류의 존망이 달려있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최악인 것은 작업의 주체가 거짓과 정보 은폐를 거듭하고 임시변통의 사고처리로 일관하고 있는 도쿄전력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크레인이 캐스크를 끌어올리는 순간에는 크레인 조종자인 개인에게 우리 인류의 운명이 달려 있다. 이런 스트레스 속에서 잘못이 일어날 가능성은 더욱 크다. 물론 이것은 대량 피폭을 당하면서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크레인 조종 시의 피폭량은 시간 당 0.2~0.5밀리시버트(‘4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등에서 사용후핵연료 반출 안전성에 관한 비평의 답변’)이다. 이것은 일반인의 피폭허용량을 2~5시간 만에 쐬어버리는 양이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도 이 문제에 대한 위기감이 없어 보인다. 다나카 슝이치 위원장은 4호기의 핵연료 반출을 보통의 핵연료 반출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사고수습보다 경영을 우선시하는 도쿄전력을 유지시키고 감싸주는 일본정부도 이 문제를 맡기기에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 무라타 미쓰헤이 씨는 “전력회사와 한 국가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국제적인 대책조직을 만들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런데 사고수습을 도쿄전력 이외의 누군가가 맡는 것은 쉽지 않다. 실패했을 때 배상책임도 지기 때문이다(일본정부가 도쿄전력을 유지시킨 진정한 이유는 이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패했을 때 인류가 멸망한다면? 이 문제는 핵문제가 근대시민사회의 개념 범주에선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지금까지 실패를 거듭해 온 도쿄전력에 우리 운명을 맡길 것인가. 전 세계에서 최고의 전문가들을 모은 국제대책조직에 맡길 것인가. 어느 쪽이 더 믿을 만한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한 달도 없다. 탈핵신문 독자 여러분들에게 호소한다. 도쿄전력, 일본정부, 자국정부, 유엔 등 생각나는 모든 조직과 기구들에게 이 문제를 국제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해 달라.
예를 들어 미국 시민사회에서는 세계적인 과학자와 기술자를 후쿠시마의 사용후핵연료 반출에 동원할 것을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과 오바마 대통령에게 촉구하는 서명이 제기됐다. 인터넷이 가능하면 전 세계 누구라도 다음의 사이트에서 서명할 수 있다. The World Community Must Take Charge at Fukushima (http://petitions.moveon.org/sign/the-world-community-must)
<사진설명: 4호기 핵연료저장조의 핵연료 위에 떨어진 계단. 무게 200kg. 출처: 도쿄전력 8월 9일>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 있는 핵연료집합체 수
원자로 |
사용후핵연료 |
미사용연료 |
합계 | |
1호기 |
(400)용융 |
292 |
100 |
392 |
2호기 |
(548)용융 |
587 |
28 |
615 |
3호기 |
(548)용융 |
514 |
52 |
566 |
4호기 |
0 |
1,331 |
202 |
1,533 |
합계 |
- |
2,724 |
382 |
3,106 |
※ 합계에 용융된 연료는 포함되지 않았음
원자로 |
사용후핵연료 |
미사용연료 |
합계 |
보관용량 | |
5호기 |
548 |
946 |
48 |
1,542 |
2,308 |
6호기 |
764 |
876 |
64 |
1,704 |
2,764 |
캐스크 보관건물 |
- |
0 |
0 |
0 |
408 |
공용저장조 |
- |
6,375 |
2 |
6,377 |
6,840 |
캐스크 가설 보관시설 |
- |
408 |
0 |
408 |
2,930 |
합계 |
1,312 |
8,605 |
114 |
10,031 |
15,250 |
. 2013년 5월 23일 기준. 출처: 후쿠시마현 HP
발행일 : 201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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