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을 향한 한·일 시민연대는 계속된다!
-탈핵아시아평화를 위한 한·일시민 일본서부 핵발전소지역 투어 참관기-
이대수 목사(아시아평화시민네트워크 운영위원장)
9월 29일(일)~10월 5일(토) 일본서부 핵발전소지역을 한·일시민들이 함께 돌아보았다. 그리고 일부 인원은 2박 3일간 센다이와 후쿠시마지역을 방문하였다. 이번 행사는 지난 6월 일본 참가자 21명이 영광, 밀양, 부산고리, 경주월성, 영덕, 울진, 삼척 등 핵발전소 가동 혹은 건설예정지역을 방문하고, 수도권에서 탈핵운동 단체를 만나 한·일 나아가 아시아 탈핵운동을 공동추진하기 위한 후속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8월 한·일 공동으로 타이완을 방문해 타이페이에서 20km 반경의 핵발전소 1,2호기와 신규 핵발전소를 방문하고, 타이완 장로교회(PCT)와 타이완환경보호연합(TEPU)과 함께 탈핵운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아시아태평양녹색당네트워크(APGN) 담당자도 만나 탈핵을 위한 공동행동을 추진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했다. 타이완에서 교세가 가장 큰 대만 장로교회는 1992년부터 핵발전소 반대를 선언했고, 오는 10월 30일(수)~11월 8일(금) 부산에서 개최되는 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총회에서 탈핵이슈 부각을 위해 공조하기로 한 바 있다.
6박 7일간의 일본 핵발전소 지역 투어
9월 29일(일) 오후 서울과 부산을 출발해 후쿠오카에 도착한 한국의 참가자는 11명으로, 장영진 사무국장(영광 농민회), 김승홍 간사(부산녹색연합), 정현걸 원전·방폐장 특위위원장(경주환경운동연합) 전양규 씨와 장시원 군의원(울진), 이광우 시의원(삼척시), 김남규 사무국장(대구KYC) 오하라 츠나키 팀장(광주환경운동연합), 양재성 목사(기독교환경연대) 등이 참여했다.
이날 양측 참가자들은 후쿠오카 시내의 국제그리스도교 교회에서의 교류회와 다음날 규슈전력 앞 농성텐트를 방문했다. 3년째 거리농성을 하고 있는 아오야기 선생의 열의에 박수를 보냈다. 이어 방문한 겐카이 핵발전소 지역의 산업회관에서 플루서멀(통상적인 우라늄 원료에 플루토늄을 혼합해 만든 더욱 위험한 핵원료) 소송을 하고 있는 주민들과 교류회를 가졌다. 한글로 직접 손으로 쓴 ‘방문 환영’ 현수막의 정성도 와 닿았고, 지역 언론의 관심도 적극적이어서 저녁 TV뉴스에 자세히 보도될 정도였다.
겐카이 핵발전소 홍보관을 돌아보고 이동한 고쿠라교회에서 정성어린 식사와 교류회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고쿠라항에서 야간여객선훼리를 타고 여유롭게 선상의 교류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세토나이해역(일본의 혼슈, 큐슈, 시코구에 둘러싸인 내해)을 지나 오전 5시 마츠야마항에 도착해 마중나온 버스를 타고 1백년 전통의 도고온천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작은 화강석 욕조에 잠시 드나드는 수준인데 2층 다다미마루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잠시 가졌다.
다시 버스를 타고 마츠야마를 거쳐 도착한 이카다 핵발전소에서는 전력회사측이 반대활동을 하는 주민의 출입을 불허하고 있었다. 다시 배를 타고 도착한, 세토나이 내해에 추진되고 있는 가미노세키 핵발전소 건설을 저지하고 있는, 이와이시마는 인구 5백명이 거주하고 있는 작은 섬인데 핵발전소 부지를 마주보고 있어 90% 주민들이 반대하며 겨울에 9시간동안 물속에서 저지시위를 할 정도로 치열했다고 한다.
다시 배와 버스를 갈아타며 도착한 히로시마 공원과 자료관, 그리고 한국인추모비를 돌아보고 후쿠이로 이동했다. 후쿠이는 핵발전소가 13개나 몰려있고, 건설중인 몬주의 핵재처리 시설까지 위치하고 있는 최대 밀집지역이다. 오래된 사찰에서 교류집회를 가졌는데 주지스님께서 적극적으로 탈핵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풀뿌리 탈핵운동을 만나는 기회라고 실감이 들었다. 일부 핵발전소지역은 주민들 중 핵발전소 근무자를 둔 가족의 경우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마약같은 핵발전소 중독을 벗어나 지역경제를 어떻게 재건할 수 있을지를 고심해야 하는 이유도 더욱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고베청년센터에서의 교류회는 70여명이 참석해 탈핵을 위한 한·일 시민간의 열기와 친교로 이어졌다. 진행 사회를 맡아준 반핵아시아포럼(NNAF)의 사토 다이스케 사무국장은 20년간 반핵운동을 주도해오면서 아시아 네트워크 활동을 해 왔기에 탈핵아시아행동(NNAA)의 투어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 더욱 반갑고 의미있는 일로 여겨졌다. 특히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것이 반가웠다.
<이대수 제공>
2박3일간의 후쿠시마 현장 방문
고베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마치고 핵그련(핵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연대)의 양재성 목사와 이광우 시의원(삼척시의회), 유혜준 기자(오마이뉴스), 최승구 사무국장(탈핵아시아행동 일본, NNAA-Japan), 야기누마 오오쿠보 선생등과 함께 비행기로 센다이로 이동해 후쿠시마 현장을 찾아갔다. 도호쿠헬프에 미리 부탁해 둔 덕분에 1백년의 역사를 가진 하북신문 기자가 5회에 걸쳐 작성한 기획기사를 통해,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했던 하타바지역 주민운동의 역사를 알 수 있었고 핵발전이 아닌 대안을 모색하고 실천했던 지역 사례도 소개받았다. 대부분의 신문이 핵발전소 관련 광고에 의존하면서 진실을 전하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보였다.
둘째날에는 가와카미 목사와 이정임 선생의 안내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주변의 미나미소마시를 방문했다. 토양오염을 줄이기 위해 표토를 쌓아둔 모습도 보였다. 방사능측정기를 켠 채로 다녔는데, 지역에 따라 0.01~20.6밀리시버트(mSv)까지 편차가 심했다. 현재 미나미소마시는 낮 시간에 집안 물건을 가져가기 위한 방문만 허용되는 정도라, 해가 진 다음에는 거의 불빛이 보이지 않는 유령도시처럼 여겨졌다. 피난주민을 위한 가설주택단지도 방문했다. 인터넷도 되지 않는 채 2년 반이 지나도록 가설주택에 살고 있는 분들이 무척이도 힘들어 보였다. 도쿄 올림픽을 유치한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었지만, 과연 안전상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많이 제기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15번의 교류회를 진행하면서 강행한 8박 9일간의 일정을 통해, 핵발전소 관련 지역 한·일 시민간의 대화와 친교가 이어졌는데, 서로에게 신선한 자극과 상호이해를 돈독히 하는 기회가 된 것은 분명해 보였다. 특히 유혜준 기자(오마이뉴스)가 연속 기사를 올려 줘, 한국참가자들 뿐만 아니라, 일본 탈핵아시아행동(NNAA) 참가자들의 활동소식도 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일간의 국경을 넘어 아시아로 확대되어가는 탈핵평화운동의 발전을 기원하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발행일 : 201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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