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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평화, 해외

발전차액지원금제도 재도입 시급-독일에너지자립마을 탐방기

발전차액지원금제도 재도입 시급하다!

독일의 에너지 자립마을을 다녀와서

김영태(강과 습지를 사랑하는 상주사람들)

 


 

지난 여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환경농업연합회가 주관한 농업인 해외연수단 일행은 독일 중부 니더작센주 쾨팅엔 남쪽 15km 지점에 위치한 인구 750명의 작은 마을인 윤데마을에 들어섰다. 이 마을은 옥수수 등을 잘라 만든 우드칩을 이용하는 바이오매스와 가축분뇨를 이용한 바이오가스에 기반한 열과 전력 공급체계로 마을에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곳이다. 이른바 독일 최초의 에너지 자립마을로 알려진 곳이다. 우리가 도착한 그 날은 시설확장을 위해 정비차량들로 매우 분주한 날이었다.

 지난 2000년 괴팅엔 대학 연구그룹의 제안으로 시작된 에너지 자립마을 건설 계획은 주민투표 결과 60%의 찬성으로 2001년 바이오에너지마을 윤데 발기인 모임이 출범했으며, 2001년 독일정부로부터 자립마을로 선정돼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20059월 처음으로 난방열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그 해 12월부터는 전기판매를 시작했다. 지금은 마을에서 필요한 에너지보다 두 배 많은 전기를 생산해서 한 해에 100만유로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독일에는 이처럼 시민들이 직접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에 뛰어든 경우가 많다. 독일 남서부 징엔의 한 작은 마을 졸라 콤플렉스(Solar Complex)’는 시민들이 주도해서 에너지 자립마을 실현을 이끈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졸라 콤플렉스는 지난 2000년 시민 70여명이 의기투합해 협동조합 형태인 시민기업으로 출발했으며, 2030년까지 인구 20만명인 징엔 지역의 에너지를 100% 재생가능 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는 700여명이 시민기업의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은 액면가 2500유로(375만원)인 주식을 1주 이상씩 갖고 있다. 졸라 콤플렉스는 태양광발전, 소수력발전, 바이오가스플랜트 등 세부사업에 대한 자회사까지 두고 이들 회사의 관리와 컨설팅을 한다.

지난 2011년 방문한 적이 있는 포츠담의 태양광 시민발전소를 이끌고 있는 소피아 헤벨은 포츠담대학에서 10년간을 화학자로 일해오면서 석유 고갈에 대비해 어떻게 하면 시민 차원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를 사용하는 에너지 전환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2006년 직접 회사를 차렸다. 그는 포츠담시를 설득해 학교 건물을 30년 동안 사용할 권리를 허락받아 이곳 지붕에 60kW짜리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그의 회사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태양광 지붕공사에 투자할 주주를 모집했다. 60명의 주주가 1인당 500유로 이상씩 투자했으며 연 3~4% 이상씩 수익을 올려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고 있다.

헤벨 씨는 자신의 재생가능에너지 분야 투자가 가능했던 것은 20004월부터 시작된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법(Renewable Energy Sources Act. EEG)’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법에 의하면 전력망 운영자(·배선사업자)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가능 에너지를 이용해서 만든 전기를 반드시 법이 정한 고정가격에 사 주도록 돼있다. 헤벨 씨는 이 법이 없었다면 전력을 생산해 팔아 수익을 남길 수 있는 생태적인 투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독일에서는 이 법이 10년 이상 한 번도 변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시행되면서 시민들의 재생가능에너지 분야 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독일에서는 19984.8%에 불과했던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이 201017%까지 늘어났으며(그 덕택에 원전 의존율은 23%로 줄어들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독일정부는 마침내 2011“2022년까지 모든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이른바 탈핵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1독일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분포 및 독일 발전 부문 전력분포. 자료, 독일 연방 환경부(2010)

 

이와같이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을 활성화 시킨 주역인 재생가능에너지법의 핵심 내용은 바로 발전차액지원제도(FIT, Feed In Tariff)’라고 할 수 있다. 발전차액지원제도란 전력생산단가와 지식경제부장관이 고시하는 전력매입 기준단가가 차이가 나는 경우 발전사업자에게 그 차액을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제도로,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1년까지 시행되다가 2012년부터 공급의무화제도(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가 시행되면서 폐지된 제도다.

발전차액지원제도 방식에 의하면 누구든지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면 전력망 운영자는 법이 정한 가격에 반드시 사 줘야 하고, 그 차액은 정부가 지원해 준다. 현재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 34개국이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발전차액지원제도 시행 후 재생가능에너지 분야 비중이 가파르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공급의무화제도()와는 어떻게 다를까? 공급의무화제도는 발전사업자에게 전력 총공급량 중 일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동서발전, 포스코 등 13개 사업자가 의무할당제 대상이다. 올해 이들 13개 사업자에게 할당된 재생가능에너지 공급량은 총 공급량의 2.5%552GWh이다.

그럼 의무할당을 받은 이들 전력사업자들이 이 할당량을 어떻게 맞추려할지는 자명하다. 우선 가장 손쉬운 방법인 조력발전이나 기업형 태양광발전 등 대규모 발전시설에 먼저 눈을 돌리고, 모자라는 부분만 민간사업자에게서 사들이려 하기 때문에 소규모 사업자의 재생가능에너지 분야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발전용량 100kW 이하의 소규모 재생가능에너지 발전시설을 운영하는 발전사업자의 경우 발전차액지원금이 폐지됨에 따라 수익성이 심각하게 악화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시민발전소’, ‘마을에너지사업’, ‘시민출자형 태양광협동조합등의 친환경적인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사업이 위축돼 정부에서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정책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 모임(대표의원 유인태, 책임연구의원 우원식)’이 지난해 말 탈핵사회를 위한 10대 법안을 통해 발전차액지원제도의 재도입을 위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 이용 보급 촉진법개정안을 발의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이 법은 공급의무화제도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적절히 병행·시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발의한 개정안은 이전에 시행했던 발전차액지원제도와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종전의 발전차액지원제도는 대규모 발전소도 포함돼 정부의 재정압박을 초래했지만, 재도입하려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는 100kW 이하 규모의 소규모 발전소로 한정해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다. 뿐만아니라 과도한 의무공급량 등으로 공급의무화제도에 불만이 많던 발전사업자들도 이 법의 개정을 환영하고 있다고 한다.

화석연료는 언젠가는 고갈될 유한에너지원이며, 또 화석연료에너지와 핵에너지는 중앙집중식 공급체제로서 자본투입형 에너지경제다. , 자본이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다. 중앙집중식 공급체제는 송전설비가 불가피하고 제2, 3의 밀양 송전탑 같은 사태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반면 재생가능에너지 공급은 지역단위에서 분산형으로 활성화될 수 있으며, 고용창출효과가 뛰어나다. 독일은 최근 12년간 이 부문에서만 6만명에서 36만명으로 6배나 고용증대를 이루어 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온실가스 배출도 줄이고 지구자원도 살리는 순환형 경제의 요체이다. 독일 뿐 아니라 덴마크 등 북유럽은 빠르게 에너지 전환을 하고 있다. 여기에 미래경제의 명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원전 의존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핵발전소 의존율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이 법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

 

 

<농업인 해외연수단 일행은 지난 6, 79일 일정으로 독일과 스위스의 유기농업 현장과 유기가공시설, 에너지자립마을 등을 둘러보고 왔다.>

 

발행일 : 2013.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