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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평화, 해외

혼란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의 미래는?

혼란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의 미래는?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러시아, 우크라이나 핵발전소 공격?

1986년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28년이 흘렀다.

그 사이 우크라이나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특히 구소련 해체 이후 계속되는 정치적 혼란은 2004년 오렌지 혁명과 최근 EU(유럽연합) 협정체계 중단으로 시작된 유혈충돌과 야누코비치 대통령 퇴진, 러시아의 크림반도 편입 등으로 어느 때보다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핵발전소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2,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 군에 전투태세 돌입을 명령하면서 핵발전소에 대한 경계강화를 지시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의회는 자국내 핵발전소 보호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촉구하는 한편, IAEA(국제원자력기구)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진입으로 핵발전소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 증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긴급한 핵안보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는 서신을 IAEA 사무총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사실 국제사회의 원자로 등 핵시설에 대한 공격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1980년대 이란의 이라크 연구용 원자로 공격, 이스라엘의 이라크 핵시설 공격은 많이 알려진 예이며, 2007년에도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원자로 의심시설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바 있다. 주로 이러한 공격은 플로토늄 생산 등 핵무기 개발시설 파괴를 목적으로 한 공격이지만, 원자로의 파괴는 핵물질 유출을 의미하기에 매우 중대한 위협이다.

부시 행정부 당시 미 국무부 정책분석관을 지낸 베넷 램버그 박사는 최근 한 기고문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핵발전소가 공격받을 가능성이나 방사성 물질 유출에 따른 사보타주가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더구나 이런 물리적 공격이 아니더라도 우크라이나는 전체 생산전력의 46%15개 핵발전소에서 공급받고 있다. 그 중 6기가 친러 세력이 강한 남동부 자포리자 지역에 있어 공격이 아닌 점거만으로도 전력수급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사진 출처,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정치적 혼란 속의 고통받는 체르노빌 아이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혼란은 또 다른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3년 아카데미 외국어상을 수상한 체르노빌 하트로 널리 알려진 체르노빌 아이들 인터내셔널(Chernobyl Children Internatioal, CCI)’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의 정치적 혼란이 심장병 아이들의 수술 일정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체르노빌 핵사고의 영향으로 우크라이나에서는 매년 약 6천명의 유전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는데, 이 단체는 이 아이들의 수술을 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CCI 아디 로슈 대표는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Kharkiv)의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녀는 정치적 상황 때문에 하르키우의 상황이 매우 급변하여 그간 아이들과 부모들이 기다려왔던 수술일정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 “수술 일정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것을 생각할 때, 이는 매우 비극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녀는 몇개월안에 하르키우의 상황이 안정화되기를 바란다며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함께 촉구하기도 했다.

 

계속되고 있는, 체르노빌 덮개 공사

한편 체르노빌 핵사고가 일어난 4호기에 대한 덮개 공사는 계속 진행 중에 있다. 2007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체르노빌덮개기금(Chernobyl Shelter Fund, CSF)이 추진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된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체르노빌 덮개기금은 전세계 20여개국이 113천만유로(16천억원)을 모아 만든 기금으로, 체르노빌 덮개를 새로 만드는 일을 중심활동으로 하고 있다. 1986년 당시 7개월만에 만든 기존 석관(石棺)30년 가까이 되어 노후화되었고, 폭발 당시의 발전소 위에 콘크리트 등을 부은 것으로 구조적으로도 불안정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대형 구조물을 연결하여 폭 260미터, 높이 110미터, 길이 165미터의 비닐하우스 모양의 대형 덮개를 만드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12116개 중 첫 번째 구조물을 완성한데 이어, 계속 공사를 진행하여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가의 수명보다 긴 핵사고의 피해

체르노빌 핵발전소 4호기가 가동을 시작했던 1983, 당시 소련은 세계 최강대국이었다.

하지만 가동된 지 불과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체르노빌 핵발전소는 폭발했고,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 3개국의 국토는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고, 국민은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강대국 소련은 그 사이 사라져 버렸고, 우크라이나 역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가적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는 큰 일이 있을 때 국가가 그것을 모두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반영구적인 핵사고의 피해 앞에 국가란 짧은 생명을 가진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다. 체르노빌 핵사고가 일어난 지 30여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1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방사능에 오염된 국토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다른 피해가 생기지 않을까 국제사회에 도움을 청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체르노빌의 모습이다. 게다가 아직도 핵발전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발행일 : 2014.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