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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핵평화, 해외

히로시마 핵폭탄 투하 69주년, 계속되는 핵 피해

히로시마 핵폭탄 투하 69주년, 계속되는 핵 피해

모든 핵을 반대하는·일 푸른하늘 공동행동 연대기

 

김재석(청년초록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작년부터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투하된 날인 86핵에는 인격이 없다’, ‘모든 핵을 반대한다를 주제로 한·일 공동으로 푸른하늘 공동행동을 주최하고 있다.

양국의 주최는 각각 그 해의 대내외적 상황에 맞추어 실행위원회를 제안하고 조직하는데, 2013년에는 청년좌파의 제안으로, 올해는 청년초록네트워크의 제안으로 푸른하늘 공동행동의 한국측 실행위원회를 구성했다. ·일 실행위원회는 앞서 말한 대주제 속에서 서로의 기조, 기획, 선언 등을 공유하고 필요한 것을 조율한다. 이 과정에서 지난 5월 푸른하늘 공동행동을 준비하던 중, 일본 실행위원회 측의 방문 초청을 받았고 이에 필자가 방문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피폭자의 생생한 증언, ‘핵과 인류는 공존할 수 없다

84, 히로시마시 시민 교류 플라자에서 요네자와 데츠시 씨의 피폭 증언을 들었다. 히로시마에 리틀 보이가 투하된 194586일 아침, 당시 11세였던 요네자와 씨는 징집을 피해 시골에 있다 본가에 두고 온 짐을 찾으러 어머니와 함께 히로시마에 잠시 돌아왔다가 노면전차 안에서(폭심지에서 약 750m) 피폭을 당했다. 유리창이 전부 깨진 전차, 상공의 먼지로 태양광선이 가려져 어두워진 하늘, 전소된 도심, 검은 비, 불에 타 팔다리가 녹아내린 사람들, 비명, , 죽음그 속에서 살아남은 요네자와 씨의 생생한 증언의 결론은 핵과 인류는 공존할 수 없다는 진단이었다.

근처에서 숙박한 뒤, 86일 아침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에서 제69주기 히로시마 핵폭탄 투하 추모 평화 대회에 잠시 참석했다. 멀리서 들려온 아베 총리의 발언은 일본어를 못하는 탓에 제대로 이해할 순 없었지만, 평화헌법을 뜯어고치고 핵발전소를 재가동하려는 아베 총리가 추모와 평화의 공원에 그 야만스러운 발을 들여놓고 감히 평화라는 말을 입에 담는 것이 기만이라고 느껴졌다. 일본 총리는 매년 86일에 히로시마에 와서 이렇게 발언하는 것이 상례라고 하는데, 당시 현장에 함께했던 일본 활동가들에 따르면 작년에 한 발언과 순서만 바뀌었을 뿐 발언의 내용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원폭돔으로 발길을 옮겼다. 원래는 히로시마의 현립 상품 진열소로 쓰이다가 전시에 행정기관 및 통제조합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당시 폭심지에서 160m 거리밖에 되지 않아 건물은 한순간에 대파했고, 이후 잔해만 남은 건물의 형태를 본따 원폭돔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 건물의 보존 여부에 관한 논쟁 끝에 히로시마시는 원폭돔을 피폭의 참사를 기억하는 의미로 영구보존하기로 결정했고, 지금까지 핵 피해의 상징적인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일본의 푸른하늘 공동행동인 아오조라(푸른하늘) 식전(式典)’은 매해 원폭돔 앞에서 진행된다. 일본 실행위원회는 식전 전부터 미리 자리를 잡고 대부분의 시민들이 피폭자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는 히로시마 시민들을 상대로 피폭2세회의 가입과 피폭자 정부 보상 확대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며, 그 옆으로 핵이 낳은 다양한 피해를 성토하는 사진전을 연다. 핵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사진도 전시 중이었는데 한국 푸른하늘 공동행동의 사진도 전시하고 있었다.

 

NO MORE 히로시마, 후쿠시마, 고리, 밀양·청도

일본 푸른하늘 공동행동의 사무국장이자 피폭2세회의 대표인 데라나카 마사키 씨는 아오조라 식전의 여는 발언에서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투하된 지 6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후쿠시마 등지에서 핵으로 인한 피해가 여기저기서 계속되고 있다, “이것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의 문제라는 것을 확인하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후 일본의 노동운동, 장애운동 활동가들의 발언이 이어졌고, 미국, 캐나다 등 푸른하늘 공동행동을 위해 방문한 세계 각국의 동지들이 함께 싸우자고 화답했다. 필자도 한국측 실행위원회의 사절로 ‘NO MORE 히로시마, NO MORE 후쿠시마, NO MORE 고리, NO MORE 밀양·청도구호를 외치며 발언했다.

아오조라 식전 후에 데라나카 씨와 오찬을 함께하며 일본 피폭 2세 운동의 역사와 의의에 대해 들었고, 내년 푸른하늘 공동행동을 어떻게 진행할 지를 의논했다. 일본 탈핵운동에 대한 이해와 한·일 탈핵운동의 교류의 폭을 넓히고 더불어 인류와 핵이 공존할 수 없음을 확인했으나 그 사실을 망각하고 거듭 이어진 핵 피해의 시작인 핵폭탄 투하 70년의 투쟁을 어떻게 할지,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눈 뜻 깊은 시간이었다. 오찬 후에는 일본측 실행위원회 동지들의 도움을 받아 폭심지인 시마병원, 평화공원, 평화기념관을 견학했다. 친절한 통역에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곳곳마다 핵과 인류가 접촉했을 때 어떤 참극이 일어나는지 깊이 느낄 수 있었다.

편안히 잠드십시오. 잘못은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견학한 원폭사몰자위령비에는 이런 비문이 새겨있다. 지금껏 인류는 얼마나 많은 잘못을 되풀이했는가? 평화공원을 나오는 발길에 부끄러움과 책임감이 가득 실렸다

 

발행일 : 201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