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탈핵신문 독자모임, 용어풀이

[탈핵 키워드] 반핵, 탈핵, 감원전

∥탈핵으로 가는 핵심 키워드 10

반핵, 탈핵, 탈원전, 감원전

 

 

과거 핵발전소와 핵폐기장 건설에 반대하는 운동을 흔히 반핵운동이라고 불렀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반핵을 핵무기, 원자력발전소 따위의 원자력과 관련된 모든 일을 반대함이라고 정의하고 용례로 반핵 시위’, ‘반핵 투쟁’, ‘반핵 단체로 소개하고 있다. 꼭 사전의 서술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반핵이라는 단어에는 시위나 투쟁이란 단어가 붙는 것이 일반적일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핵발전소를 둘러싼 투쟁은 오래되었다.

 

핵발전소보다 핵무기가 먼저 만들어졌기 때문에 반핵운동의 뿌리는 핵무기 반대 운동으로 시작되었다. 1955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영국의 철학자 버틀런드 러셀은 아인슈타인에게 핵무기 반대 내용을 담은 공동 선언을 제안했다.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으로 알려진 이 선언은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경쟁이 격화되던 시기에 핵무기 폐기와 과학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호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동 선언을 한 11명 중 10명이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대표적인 지식인들이 주축이 된 러셀-아인슈타인 선언1957년 퍼그워시 회의로 연결되어 국제적인 반핵 무기, 평화운동의 근간이 되었다.

 

이렇게 시작한 반핵 무기 운동은 1960년대를 지나면서 핵발전소 반대 운동으로 확산되었다. 1970년대 초 독일 뵐(Wyhl) 핵발전소 반대 운동 대표적이다. 당시 독일 정부는 프랑스와 접경지대인 뵐에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추진 중이었다. 대학도시인 프라이부르크 등의 반대 운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약 3만 명의 시위대가 발전소 부지를 점거하는 등 격렬한 시위가 계속되면서 결국 1975년 뵐 핵발전소 건설 계획이 중단되었다.

 

우리나라에서 ‘탈핵’이란 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의 일이다. 일본에서 다카기 진자부로 박사가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이후 반핵이란 말을 ‘탈원발(脫原發)’로 바꾸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지만, 국내에서는 2011년 이전까지 반핵이란 말이 더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

 

탈핵이란 말 그대로 핵발전소에서 벗어난다라는 뜻으로, 핵발전소에 반대한다는 뜻을 넘어 구체적으로 핵발전소에서 벗어나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게 강조된 말이다. 오랫동안 반핵운동에 덧씌워져 있던 반대를 위한 반대’, ‘과격한 시위 집단의 이미지를 벗어나 대안으로서 탈핵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담긴 표현이다.

 

언론과 여당에선 ‘탈원전’이란 말을 더 많이 써왔다. 영어에서는 핵무기와 핵발전소 모두 nuclear로 쓰지만, 국내에서 핵무기원자력발전소처럼 두 가지를 분명하게 구분하는 경향이 크다. 정부 공식적인 용어도 원자력발전소를 사용하다 보니, 국내 언론은 핵발전소 폐쇄 주장을 탈원전으로 통칭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감원전’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핵발전소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탈원전과 감원전은 사전적으로 비슷한 표현으로 볼 수 있지만,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했던 기존 정책과 차별점을 강조하기 위해 감원전이란 말을 사용한 것이라, 문 정부의 신규 핵발전소 건설 중단과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를 받아들인다는 말인지 아닌지 불투명하다.

 

이헌석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2년 1월(96호)

 

 

 

탈핵신문은 독자의 구독료와 후원금으로 운영합니다.

탈핵신문 구독과 후원 신청 https://nonukesnews.kr/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