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2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301호에서는 ‘갑상선암 공동소송’의 최종변론이 있었다. 7여 년간 진행된 소송에서 재판부가 바뀐 것도 수차례, 이제 공동소송은 2월 16일 1심 판결선고를 앞두고 있다.
공동소송, 7년간의 여정
갑상선암 공동소송은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진행된 균도네 가족 소송 일부승소 판결을 계기로 시작됐다. 핵발전소 반경 10km 이내 지역에 5년 이상 거주 또는 근무한 사람 중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모집한 ‘갑상선암 공동소송인단’은 1차로 298명(2014년 11월), 2차로 248명(2015년 2월)이 참여했고, 원고 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민심(대표변호사 변영철)이 2015년 2월 25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이후 공동소송인은 2016년 8월까지 총 618명으로 늘어났다.
갑상선암 공동소송의 첫 변론은 2015년 4월에 시작됐다. 3차 변론(2015.5.21.)에서는 유럽방사선리스크위원회(ECRR, European Committee on Radiation Risk) 과학위원장 크리스토퍼 버스비를 증인으로 채택해 저선량 내부피폭의 위험에 대해 증언을 들었고, 2016년 12월에는 대한직업환경의학회로부터 방사성 물질과 갑상선암 발병의 의학적 관련성 감정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대한직업환경의학회는 “감정 대상자들의 갑상선암 발생과 방사선 노출 간의 관련성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우나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감정 결과를 보내오면서 원고들을 실망시켰다.
이후 현장검증, 현장 증인, 전문가 등의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한수원과 공방을 벌이다 2018년 3월 10차 변론에서 재판부가 선행사건인 균도네 가족 소송 2심 재판 결과를 기다린 후 공동소송 재판을 재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공동소송 변론은 무기한 연기됐다.
그리고 2019년 8월 14일 고등법원이 균도네 가족 소송 항소를 기각하고, 2020년 1월 20일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균도네 소송은 최종 패소했다.
이후 갑상선암 공동소송은 2020년 4월 8일 약 2년 만에 재판이 재개(11차 변론)되었고, 2022년 1월 12일 14차 변론(최종변론)을 마지막으로 1심에서의 모든 변론이 종료됐다.
소송대리인의 최종변론
최종변론을 앞두고 법무법인 ‘민심’과 한수원측 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은 종합준비서면을 제출했다.
종합준비서면에서 민심은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1항 및 「민법」 제758조 1항에 근거해 한수원의 손해배상 책임임을 물었다. 이들 법률과 판례에 따르면 원고가 ①가해자가 어떤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한 사실 ②유해한 원인물질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었다는 사실 ③그것이 피해물건(피해자)에 도달한 사실 ④이후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입증하고, 피고가 이에 대한 반증으로 ①피고가 배출한 방사성 물질에 갑상선 발병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원인물질이 들어있지 않다는 사실 ② 원고들의 피폭 선량이 안전농도 이내 범위에 속한다는 사실 ③원고들의 갑상선암 발병이 피고가 배출한 방사성 물질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전적으로 발생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피고는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법무법인 민심은 한수원이 각 발전소의 상업운전을 시작(고리 1978, 월성 1983, 영광 1986, 울진 1988)하며, ‘확실히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물질’인 방사성 요오드-131을 포함한 방사성폐기물을 외부환경으로 배출하여온 사실, 1998년 과학기술부 고시 제1998-12호 ‘방사선량 등을 정하는 기준’이 제정되기까지 미국 연방원자력규제위원회(U.S.NRC)가 정한 기준을 초과해 방사성폐기물을 배출해온 사실, 원고들이 허용기준치 이하라도 장기간․누적적으로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어온 사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2007년 권고문과 원자방사능의 영향에 관한 국제연합과학위원회(UNSCEAR)의 2000년 보고서, 미국과학아카데미(NAS)의 전리방사선의 생물학적 영항(BEIR) Ⅶ 2006 보고서 등을 통해 방사선 영향에 대한 안전농도가 없다는 사실, 저선량 피폭이어도 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 등을 입증했다.
한편 피고 측 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은 한수원이 공법상 제한을 준수하여 방사성 물질을 배출했고, 이로 인한 피폭선량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해 의미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주민들의 피폭선량으로 갑상선암이 발생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은 근거가 없는 독단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피고 측 법률대리인은 원자력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해 배상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원자력손해배상법’상 핵발전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손해는 해당하지 않으며, 갑상선암 발병은 원자력 손해에 해당하지 않고 규제기준을 넘는 방사성 물질의 배출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요오드 131의 노출과 원고들의 갑상선암 발병 사이의 인과가 존재하지 않고 다른 원인에 의해 갑상선암이 발병했을 가능성이 농후한데, 이를 반증할 책임이 한수원에 있다는 원고의 주장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제발 우리를 살려주세요”
오는 2월 16일 수요일 오전 10시에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제2민사부는 갑상선암 공동송의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지난 최종변론에서 오행남 판사는 원고에게 마지막 진술 기회를 줬다. 이에 경주 월성핵발전소 인근에 사는 주민 오순자 님은 “사람답게 살고 싶다”, “왜 우리가 제물이 되어야 합니까”, “제발 우리를 살려주세요”라고 진술하며 재판부의 공명정대한 판결을 호소했다.
정수희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2년 1월(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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