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파이로프로세싱·소듐냉각고속로(SFR) 연구개발 적정성 검토위원회’(이하 검토위)를 발족(2021. 9. 29)해 운영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검토위를 연말까지 운영하고, 검토위는 올해 안에 연구개발 지속 여부에 관한 권고안을 낼 계획이다. 이에 탈핵신문은 핵 전문가인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학 교수의 글을 게재해 독자들의 핵 재처리에 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장정욱 교수가 쓴 『재처리와 고속로 _ 미래 한국의 과제, 핵폐기물을 말한다』를 읽어도 도움이 될 것이다. - 편집자 주 - |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SFR)의 허구성
1 | 사용후핵연료의 누적과 재처리 시도 |
국내의 핵발전소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의 누적량은 2021년 6월 기준 1만7572.6톤(경수로 8204.4톤+중수로 9368.3톤)에 달한다. 그리고 매년 약 750톤(경수로 약 400톤+중수로 약 350톤)씩 불어난다.
원자로에서 꺼낸 직후의 사용후핵연료는 높은 방사능 및 발열량 때문에 발전소 내의 수조에서 최소 5년 이상 냉각한 후에, 발전소 내외의 중간저장시설(습식 또는 건식)을 거쳐, 지하 300m 이하의 최종처분장에 매설하는 ‘직접처분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방식을 현재 미국, 독일, 영국, 핀란드, 스웨덴 등이 채택하고 있다. 한편 사용후핵연료에서 핵분열물질인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추출하여 경수로 또는 고속로의 핵연료로 재활용한다는 재처리방식’을 프랑스, 일본, 중국, 러시아가 이용하고 있다.
한국은 사용후핵연료의 처리·처분에 대해서 관망주의를 유지하는데도 핵마피아는 자원의 재이용’이라는 탁상공론을 앞세워 재처리방식의 도입을 두 차례 시도하였다. 그러나 70년대의 재처리시설 수입시도와 마찬가지로, 핵확산을 우려한 미국의 견제로 모두 좌절되었다. 그럼에도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99년 무렵부터 현재 상용화되어 있는 습식재처리법(PUREX)이 아니라, 겨우 실험실의 연구단계에 불과한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ssing)’법의 건식재처리와, 강한 중성자와 녹인 금속소듐(Na)을 냉각재로 이용하는 ‘소듐냉각고속로(Sodium Fast Reactor)’(이하 SFR)의 개발추진을 끈질기게 시도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파이로프로세싱법(이하 파이로)으로 사용후핵연료 속의 ①우라늄(U)과 플루토늄(Pu), ②넵투늄(Np)·아메리슘(Am)·퀴륨(Cm) 등의 장수명(반감기가 긴) 및 방사능이 강한 마이너 액티나이드(MA), ③높은 발열성의 핵분열생성물(FPs)인 세슘(Cs)과 스트론튬(Sr), ④③을 제외한 핵분열생성물(Fission Product: FP)의 4가지를 분리·추출한다며 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그리고 ①과 ②를 SFR 또는 가속기(가속기 구동 미임계로:ADS)에서 연소 또는 단수명 핵종 또는 안정 핵종으로 '변환’시키고, 또 ③을 300여 년 장기보관하면 직접처분 방식보다 최종처분장 면적이 100분의 1로 축소되며, 방사능의 잠재적 독성이 천연우라늄 수준으로 낮아지는 기간이 1000분의 1로 짧아지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언설(言說)’을 펼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이런 주장이 왜 과학적 및 경제적 타당성(합리성)조차 없는 언설에 불과한 것인지는 후술하지만, 이들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최종처분장의 확보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않고 있다. 가령 파이로와 SFR이 실현되더라도 처분장이 반드시 필요함에도 핵마피아는 '변환’이 아니라 물질이 마치 없어지는 뜻의 '소멸’이라고 서슴없이 과학적 사실조차 왜곡하고 있다. 게다가 중수로의 사용후핵연료는 핵분열성 플루토늄(Pu)의 함유량 때문에 재처리가 불가능해 최종처분장에 직접 처분해야 한다.
2 | 파이로프로세싱법 공정과 문제점 |
파이로란 국내의 산화물연료(UO2)와는 달리, 금속연료를 이용하는 고속로개발을 전제로 한다. 특히 파이로는 고속로 부지 내에 재처리시설도 함께 운용하려는 계획에서 채택한 재처리방식이다.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ANL)가 수송과정의 테러 위험을 방어한다는 개념에서 1984년에 제시한 '일체형 원자로(IFR) 계획’에서 도입한 방식이다.
파이로의 주요공정은 ①전(前)처리, ②전해환원, ③전해정련과 전해제련, ④폐기물처리 및 연료제조와 같이 크게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①의 경우 작업공정의 효율성을 위해 사용후핵연료 봉을 짧게 자르고, 또 고온산화공정으로 핵연료봉 속의 희유가스와 휘발성 가스(세슘, 요오드 등)를 일부 배출한다. 파이로의 핵심공정인 ③과 ④는 '금속연료’를 재처리하는 것이므로, 산화물 연료를 사용하는 국내의 사용후핵연료를 먼저 금속연료로 바꾸는 공정으로서 전해환원이 불가결하다. 전해환원은 철제 그물망의 절단한 핵연료봉을 넣은 바스켓을 용융염(LiCl) 속에 담근 후, 약 3V의 전류를 흘리면 연료봉의 산소가 오른쪽의 백금 봉으로 배출되어 금속연료로 전환된다(그림-1).
그림2의 전해정련은 금속연료의 바스켓을 공융염(LiCl-KCl)에 넣어 전류를 흘린 후, 염 속에 녹은 방사성 물질 중에서 먼저 철제의 고체음극으로 우라늄을 우선적으로 계속 추출한다. 이후 우라늄 농도가 떨어지면 액체 카드늄(Cd)을 담은 세라믹의 도가니를 넣으면(액체Cd음극), 나머지의 우라늄·플루토늄·MA·일부의 희토류 FP가 혼합된 금속덩어리(혼합추출물)가 나온다. 그리고 일정 횟수의 작업 후에 염 속의 잔재물 추가 회수 및 염의 정화라는 '제련공정’을 실시한다. 마지막으로, 추출한 우라늄(고체음극) 및 혼합추출물에 붙은 염을 고온공정으로 증발 제거한 후, 연료제조를 위한 농도조정을 한다. 이후 석영봉 속에 주입하여 핵연료를 제조한다.
한편, 파이로는 500∼1500℃라는 고온상태에서 실시되는 만큼 기계·부품 등의 부식과 열화가 높아 배관 및 벨트를 이용하는 연결식 공정이 아니라, 천정의 크레인 등을 이용해 다음 단계의 장치로 취급물질을 이송하는 '뱃치(Batch) 공정’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핵마피아는 파이로의 장점으로 습식재처리보다 ①단위당의 처리량이 많고 안전성 및 경제성이 뛰어나다, ②핵무기 연료가 되는 플루토늄의 단독추출이 아니라 혼합추출이므로 핵무기 전용이 안 되며 핵비확산성이 뛰어나다, ③초우라늄원소와 우라늄을 고속로의 핵연료로 재이용하고, 높은 발열성의 핵분열생성물(FP) 특히 세슘과 스트론튬의 분리·저장으로 최종처분장 면적 축소 및 독성기간의 단축을 가져온다, ④소형화로 건설비가 적게 드는 경제적 효율성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기술적 한계 및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핵마피아가 주장하는 장점 ①의 경우 습식 재처리시설에서도 임계방지를 위한 설비의 규격 제한 및 처리량 제한을 하고 있으며, 연속공정의 효율성을 고려하면 처리 총량에서는 우월성이 없다. 다만, 냉각 기간이 짧은 사용후핵연료의 처리가 가능한 점은 습식보다 우월하나, 핵무기 원료제조에 한정되는 사례일 뿐이다. ②의 경우, 혼합추출물의 플루토늄과 MA의 분리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또 혼합추출물을 다시 습식법으로 처리하면 순수 플루토늄을 간단히 분리할 수 있다.
한편 짧은 연소 기간의 사용후핵연료를 불순물이 적은 염화물을 이용하면, 파이로에서도 높은 순도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도 있다. 즉 파이로의 핵비확산성은 국가 수준이 아니라, 테러집단 같은 범죄조직의 낮은 기술 수준에 한정된 것에 불과할 뿐이다. 게다가 테러집단이 플루토늄을 분리하지 못하더라도 '지저분한 폭탄(Dirty Bumb)’으로 이용할 가능성은 도리어 높아지는 문제도 있다.
파이로에서 나온 혼합추출물은 높은 방사능을 가진 FP가 대부분 제거된 탓으로, 오히려 테러 집단에게는 탈취목적의 접근이 더 쉬워진다. 이런 한계 때문에 핵비확산성의 여부가 공동연구(JFCS)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다.
③의 경우에도 MA의 99.8% 이상의 분리와 변환, FP의 99.99% 이상 분리라는 제거(분리)율이 필요하지만, 이는 완벽에 가까운 환경의 실험실조차 운영이 곤란하며, 가능하더라도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아울러 작업공정에서 필터 및 염화물 등의 제2차 방사성 물질 및 시설 폐지 시 핵폐기물이 대량 발생한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한계는 분리한 MA를 연소 또는 변환시킬 '장치(고속로 및 가속기)의 실현 가능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무한정의 예산과 시간을 투입한다면 언젠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상태다.
그밖에, 2015년에 발표된 개정 한·미원자력협정으로 전해환원에서는 ‘실제’의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파이로의 모든 공정에서 모의재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 측의 아르곤국립연구소에서 실제의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하여 실험하고, 한국 측이 공동참가하는 형식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이용한 사용후핵연료는 국내의 경수로에서 나오는 산화물 연료가 아니라, 플루토늄을 섞은 '혼합산화물(MOX) 연료’이었다. 미국 측은 사용후핵연료의 이송비용 때문에 ‘사용후 MOX 연료’를 이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재처리 연구비가 줄어든 미국 측이 공동연구라는 명목으로, 한국의 부담분을 자기들의 연구목적에 이용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3 | SFR 구조와 문제점 |
핵무기 개발 당시부터 플루토늄의 생산장치로서 원자로(흑연감속)를 이용하면서, 동시에 높은 순도의 플루토늄을 대량 생성하여 결과적으로 연료의 플루토늄보다 사용후핵연료 속의 생성량이 더 많아진다는 '고속증식로(FBR)’ 개발이 추진되었다. 1951년 12월 20일에 200W 전구 4개에 불을 밝힌 최초의 원자력 발전은 경수로가 아니라, 고속증식로의 실험로(EBR-1)에 의해 이루어졌다. 실험로에서 연료증식을 확인하였지만, 고속증식로의 기술적 및 경제적 한계로 결국 좌절하게 된다. 최근은 '증식’이 제외된 '고속로’ 개발이 중심이 되어 있다.
경수로는 핵분열에서 감속재인 경수와의 충돌로 에너지를 낮춘 열중성자를 이용하지만, 고속로는 감속재를 사용하지 않는다. 중성자 속도를 비교해도 경수로(초속 약 2.2km)와 고속로(초속 약 2만km)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냉각재도 전자가 경수(또는 가스)를, 후자는 중성자 흡수가 적고 열전도율이 높은 액체소듐(또는 납·비스무트 등)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고속로의 구조적 한계, 즉 ①이상 발생 시 폭주사고를 촉진하는 노심 구조, ②냉각재 소듐의 사고 위험, 이에 따른 ③경제성의 한계 등의 이유로 개발 선진국이었던 미국·영국·독일·일본·프랑스는 모두 도중에 개발을 포기한 상태다.
이들 국가들이 고속로 개발을 포기한 이유는 ①고속로는 경수로보다 4∼5배나 많은 연료량을 장착하므로 이상이 있을 시 이론상으로는 안전방향으로 움직이는 음의 반응도’를 가진 경수로와는 달리, 고속로는 위험을 오히려 촉진하는 '양의 반응도’를 가지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②고체소듐(융점 97.8℃)을 녹인 냉각재는 불투명하며, 특히 물과 접촉하면 폭발, 공기와 접촉하면 화재 같은 격렬한 화학반응을 보인다. 이 때문에 경수로보다 안전설계가 복잡하여 건설비도 수 배나 높아진다. 그림-3에서 볼 수 있듯이, 냉각재가 2계통인 경수로와 달리 고속로(몬쥬)는 3계통(소듐의 2계통)을 설치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든 고속로에서 소듐누출사고를 겪었을 정도이며, 또 방사능도 높아 가동을 정지하여도 최소 1주일 이상은 원자로에 접근이 불가하므로 보수 기간 및 비용이 많이 든다. 2016년 12월에 일본 정부가 폐로를 결정한 고속증식로 원형로인 몬쥬(전기 출력 28만kW)의 경우, 건설비/kW가 경수로의 약 11배인 5886억 엔(약 6.5조 원)이 투입되었다. 그러나 사고빈발로 실제 가동은 1995∼2016년의 약 20년 동안 겨우 250일에 불과하다. 그것도 100% 출력이 아니라 40%의 출력인데, 운전·유지비가 5240억 엔, 폐로비가 약 3700억 엔(증가 확실)으로 약 1조 4700억 엔(약 15조 원)이 소요된다. 작년에 취소된 프랑스의 고속로 ASTRID도 경제성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한편 2016년부터 세계에서 유일하게 고속(증식)로 BN-800이 러시아에서 가동되고 있으나, 해체 핵무기의 플루토늄 연소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 구조도 불명확하며, 과연 서방세계의 안전기준에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는 고속로이다. 그밖에 인도의 고속(증식)로 원형로(PFBR)는 군사용이며, 중국이 고속로 실증로인 CFR-600을 건설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핵마피아는 고속로 개발을 둘러싼 선진국의 실패사례를 외면한 채, 그저 '하면 된다’는 식으로 혈세로 먹거리 확보에 나서, 고속로(PGSFR) 개발과 파이로의 병용으로, 최종처분장의 축소 및 방사능 저감 기간의 단축 등을 가져올 수 있다는 궤변을 펼치고 있다(그림-4).
4 | 변환의 문제 |
변환이란 파이로에서 나오는 마이너 액티나이드(MA) 및 장수명의 FP를 핵분열, 중성자포획, 붕괴 등으로 단수명 또는 안정 핵종으로 바꾼다는 뜻이다. 가령 변환이 가능해도 다른 핵종으로 바뀌었을 뿐인데, 핵마피아는 마치 완전히 없어지는 것처럼 '소멸’이라고 왜곡·선전하고 있다.
핵마피아가 소멸(변환)의 효과로 주장하는 처분장의 감소(100분의 1) 및 독성 저감 기간의 단축이라는 궤변이 성립하려면, 파이로에서 특히 초우라늄원소(TRU) 99.8% 이상의 분리율이 불가결하지만, 용윰염 속의 잔재물 또는 피복관 안쪽의 부착물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경제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다. 또 FP의 추출도 99.99% 분리가 불가결한데 이 또한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
만약 파이로의 전제조건이 충족되어도, '고속로의 상용화’가 실현되어(?) MA의 연소(변환)가 99.8% 이상 가능해야 하는데, 이 또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국내의 누적량을 1만 톤으로 가정할 경우, 필자의 매우 개략적인 계산으로도 100만kW의 고속로가 20기 이상, 파이로 시설(20톤/년 처리)이 12개 이상이 필요하며, 그 운영비 및 폐로 등을 고려하면 약 40년간 총액이 간단히 1천조 원을 웃돈다. 반면, 중간저장시설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한 후 최종처분하면 직접처분장의 40% 축소, 200년 저장 후라면 75% 축소할 수 있다. 오히려 이 방식이야말로 경제성 면에서 탁월할 뿐만 아니라, 파이로와 고속로의 사고 위험 및 폐로에 따른 2차 폐기물의 증가도 회피할 수 있다.
또 지하의 최종처분장에서 지하수에 누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독성을 고려할 경우, MA는 거의 물에 녹지 않으므로 분리·변환할 과학적 근거도 없다. 지하수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은 물에 녹는 성질의 FP로서, 특히 300년 후에는 주된 영향을 미친다(예를 들면, Cs135, I129, Zr93, Se79 등).
그러나, 핵마피아는 파이로로 FP를 분리하여 보관한다고 하면서, 정작 독성의 영향이 적은 MA의 분리 및 변환만을 강조하고 있는 모순을 보인다. 왜냐하면 만약 장수명 FP를 변환시킬 경우, 현재의 기술 부족으로 오히려 FP가 늘어나는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반감기 230만 년의 세슘(Cs)135의 경우, 고속로로 변환하면 동위 핵종인 Cs133이 중성자를 흡수하여 오히려 Cs135가 늘어난다. 덧붙이면, FP의 변환은 고속로보다 경수로가 더 효율적이나, MA 변환에는 중성자 재정수지상 경수로보다 고속로가 효율적이다. 여하튼, 불필요한 MA의 변환을 위해 실현 가능성도 없는 고속로 개발에 혈세를 투입하고 있는 꼴이다.
5 | 불편한 진실의 은폐 |
한·미 공동연구보고서 왜 공개 안 하나
파이로와 SFR 연구 즉각 중단해야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의 일체형 원자로(IFR) 계획은 기술적 및 경제성 부족 때문에 1994년에 좌절된 후, 파이로(재처리)와 고속로 연구도 미국 정부의 예산축소와 함께 실험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아르곤국립연구소를 퇴직한 한국계 미국인 연구자가 중간역할을 하여, 2012년부터 10년간 한·미 공동연구가 추진되었다.
공동연구는 ①우라늄자원 이용의 효율성, ②최종처분장의 축소 및 독성기간의 단축이라는 환경성, ③안전성, ④핵확산의 저항성(비확산성) 등의 확인을 강조하였다. 특히,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의 추출이라는 재처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핵비확산성’의 확인을 중심으로 파이로의 기술적 및 경제적 타당성을 공동으로 검증한다는 취지로 추진된 것이다.
그런데, 올 9월 1일의 과학기술정통부(이하, 과기부) 발표에 따르면, 공동연구의 결과보고서는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비공개’로 하면서, 또다시 '추가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황당무계한 궤변으로 공동연구의 재연장을 시도하고 있다. 1997년부터 관련 연구를 위해 혈세가 약 7천억 원이나 투입되었는데도, 정작 중요한 결과보고서조차 감추는 '대국민 기만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과기부의 연구보고서 비공개는 연구결과가 공개 못 할 정도로 참담하다’는, 즉 실패를 방증하는 꼴로써, 이미 전문가들이 예상하던 결과다.
공동연구는 그저 공학적인 연구의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파이로에서 나오는 '혼합추출물’의 핵무기 전용방법이 적혀 있지 않는 한 -적혀 있을 리도 없다- 과기부가 보고서 내용을 비공개로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일본에서는 이 분야의 연구결과를 전면 공개하고 있다. 과기부가 보고서를 비공개로 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재처리 관련 연구비가 줄어들고 있는 미국 측은 공동연구의 존재를 내세워 연구비 유지가 가능하고, 한국 측도 먹거리 확보를 계속할 수 있다는, 공통이익의 보호라는 목적을 우선한 탓이다.
과학적 타당성조차 무시한 채 혈세를 낭비하는 핵마피아를 보호하는 과기부는, 한마디로 복마전의 상황에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연구의 재연장을 위해 과기부는 2018년에 이용한 재검토위원회를 확대하여 찬반 의견을 청취하는 중이다. 즉 현행의 재검토위원회는 2018년에 연구비지출을 승인한 검토위원들이 중심이며, 게다가 연구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까지 포함돼 있다.
과연 객관적인 판단력을 가진 검토위원회라고 신뢰할 수 있겠는가? 파이로와 고속로 연구를 더는 연장할 필요가 없는 만큼 즉각 중단해야 하며, 혈세를 오직 자기들의 먹거리 확보만을 위해 낭비한 관계자의 책임을 엄중히 추궁해야 할 시점이다.
글쓴이: 장정욱 교수
일본 마쓰야마 대학 경제학부 교수이며 일본환경회의(JEC) 이사다. 일본 교토대학 대학원 경제학연구과를 졸업한 경제학박사로 전공분야는 원자력정책, 환경경제론, 지방재정론이다. 저서로 <재처리와 고속로>, <원자력 손해배상제도의 법경제적 분석>, 공저 <한 권으로 꿰뚫는 탈핵> 등이 있다.
탈핵신문 2021년 12월(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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