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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월성핵발전소 최인접지역 주민들의 7년간의 분투⑥ _ 5.8 지진이라는 불안 속 희망 하나

 

∥ 그들은 왜 상여를 끄는가 _ 월성 최인접지역 주민 7년간의 분투⑥

5.8 지진이라는 불안 속 희망 하나

 

 

 

2016912일 지진 이후 멈춰버린 핵발전소

 

한반도는 지금까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지대라고 여겨졌으나, 2016912일 저녁에 발생했던 지진은 1978년 기상청이 계기 지진관측을 시작한 이래 기록된 가장 큰 규모였다. 기상청이 2017년 작성한 <9·12 지진 대응 보고서>에 의하면 2016912194432초에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2km 지역에서 규모 5.1의 전진이 발생했다. 진앙의 깊이는 15km 내외였고 경주와 대구뿐 아니라 부산, 울산, 창원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전진 이후 약 50분 뒤인 203254초에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7km 지역에서 규모 5.8의 본진이 발생하였다. 진앙 깊이는 15km 내외였고 경주와 대구에서는 진도 6, 부산과 울산 그리고 창원 등에서는 진도 5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뒤에도 2.0~3.0 규모의 여진이 밤새 200차례 이상 발생했다. 시민들은 집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국민일보, 2016-09-14). 2016912일 규모 5.8 지진은 대한민국 대부분 지역에서 감지되었으나, 가장 마음을 졸여야 했던 사람들은 아마도 핵발전소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지진의 공포 못지않게 핵발전소의 사고 가능성을 함께 걱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핵발전소 최인접지역 주민이라고 가정해보자. 지진이 발생할 경우 당신은 집 안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넓은 공터로 대피할 것인가?

 

지진 대피요령을 따르면 넓은 곳으로 나가는 것이 맞지만,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밖에 나가는 것은 방사성 물질에 피폭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 월성 주민들은 집을 나갈 수도, 집에만 머무를 수도 없었던 끔찍했던 밤을 보냈다. 김진선 씨는 굉장히 심했지. 5.8인데, 내가 그날 누워있었는데, . 집 전체가 흔들렸어. 내가 저 방에 누워있었는데, 이 집이 확 저기까지 갔다가 오더라고. 정말 한 번 더 가면 무너지겠더라고. 완전히 여기서 몇 미터씩 땅이 움직이는 것 같았어. 그렇게 강한 지진은 70년 평생을 살면서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전 이주대책위원장 김정섭 씨도 5.8 지진이 났던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무슨 사고 나면 여기는 원자력에서 방송하는 줄 아는데, 전혀 안 한다고. 우리집이 40년 전에 지은 집이거든. 근데 지진이 나자 사람이 미끄러질 정도로 흔들리더라고. 그날 밤에 비도 왔는데, 동네 아지매들이 전부 비 맞으면서 밖에 서 있더라고. 그러면 한수원에서 원전이 안전하다든가, 높은 데로 가든지 아니면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을 해야 하는 게 원칙 아니야? 근데 안 했어... 휴대폰도 안되고, 경주시 재난본부에서 한 시간 정도 돼서 ‘월성 원자력은 안전합니다’라는 문자가 왔는데, 뭐 그 사람들이 직접 가 봤는가? 그냥 원전에서 안전하다고 하니까 그렇게 앵무새처럼 보낸 거지. 앞집 아지매가 벌벌 떨면서 물어보더라고. 학교나 제일 높은 데로 올라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일본처럼 해일이 일어날지 누가 아냐고. 암튼 그날 아지매 다섯 명이 밖에서 있었는데, 내가 집에 가려고 하니까 겁이 나서 나더러 가지 말고 같이 있습시다, 카더라고. (김정섭, 4/22 인터뷰 중)

 

 

 

잠겨 있던 비상대피소와 부실한 방호 대책

 

 

김진선 씨는 5.8 지진이 난 이후 나산초등학교로 대피하라는 방송을 듣고 급히 집을 나왔다. 집에서 500미터 떨어진 초등학교까지 한걸음에 달려갔으나, 정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그는 자신만이 아니라 정문이 닫혀있어서 돌아간 차량도 많았다고 말했다.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간 그는 자정이 되어 서야 나산초등학교 문을 열었다라는 방송을 들으며 정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피 시설로 지정된 학교 운동장이나 마을회관은 방사능 방호 시설이나 방호 물품을 제대로 구비하고 있지 않았다. 방호 약품인 아이오딘제는 방호복이 있는 마을회관에서도 4~5km 더 떨어진 양남면사무소에 보관되어 있었다.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에는 5km 이내 가정에 미리 배포하여 비상시 주민들이 아이오딘제를 쉽게 복용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20명 내외의 양남면사무소 공무원이 6천여 명이 넘는 주민들에게 배포해야 한다(추적60, 2016지진 한 달, 긴급 원전 안전점검편 참고). 이에 황분희 씨는 원전 근처에 사는 주민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시스템은 정말 틀린 거예요. 보호가 안 되잖아요. 우리는 그게 너무 불안하고, 정말 5.8 지진이 난 이후로 여기사는 젊은 사람들이나 노인들은 불안해서 조금만 흔들리거나 어디서 꽝 소리가 나도 원자력 잘못된 거 아니냐는 생각, 이런 불안함에 시달리고 있어요. 결국엔 우리 마음 상태가 항상 불안한 거예요라고 비현실적인 대응과 조치를 비판하였다.

 

 

지진 이후 흔들린 핵발전소 진흥 정책

 

△ 2016년 규모 5.8 지진 발생 이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주대책위 농성장을 방문했을 때의 사진이다. 이주대책위는 이 사진을 천막농성장에 걸어놓았다.

 

 

2016912일 저녁에 지진이 발생하고 하루가 지난 913일 당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현 대통령)는 경주 월성핵발전소와 부산 기장군 고리핵발전소를 방문하였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곳은 언제 진도 6.0 또는 7.0을 넘는 지진이 발생할지 모르는 대한민국에서 지진에 가장 취약한 지대이다. 그런 곳에 세계 최고의 원전 단지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하였다(데일리중앙, 2016-09-13).

 

그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경남 양산에 있는 자택에서 지진을 직접 경험하면서 어젯밤 편안히 잠들지 못했다. 아직도 계속되는 여진 때문에 원전이 걱정된다라며 직접 월성 핵발전소를 찾아갔다고 한다. 뜬눈을 지새우다시피 밤을 보냈던 황분희 씨는 문재인 전 대표의 방문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9월 12일에 지진이 났고, 다음날 정치인 중에서는 제일 먼저 왔어. 집회장에서 안전도 묻고, 우리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갔거든. 나는 방사능이 여기 주민들 몸속에 피폭되었다, 다음에 대통령이 되시거든 이주문제를 꼭 해결해달라고 말했지. (황분희, 6/2 인터뷰 중)

 

 

문재인 전 대표는 이주대책위를 만나 “1차 지진 이후에 국민안전처로부터 긴급문자가 왔다. 그런데 긴급문자의 내용이 지진이 발생했으니 안전에 주의하라라는 것뿐이었다라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처하라는 게 전혀 없었다. 집안에 머물러야 하는지, 집밖에 피신해야 하는지, 아무런 행동요령에 대한 전파가 없었다. 국민들이 알아서 주의하면 되는 것이냐라고 지적했다(민중의소리, 2016-09-13).

 

황분희 씨는 지진이 나고 핵발전소가 안전한지 아닌지를 우리는 전혀 몰랐으니까, 너무 무서웠거든? 근데 문재인 전 대표님이 직접 농성장에 와서 정말 위로가 됐지라고 말했다. 황분희 씨는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진이 발생하고 일주일이 지난 2016920일에야 경주를 방문하였지만, 문 전 대표와는 다르게 주민들을 만나지 않고 한수원의 얘기만 듣고 갔다며 두 정치인의 다른 행보를 비판하였다.

 

농성장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주민들에게 위험하고 오래된 노후 원전은 수명연장을 하지 않고 새로 짓지도 않겠다라고 말하며, “앞으로의 에너지 정책은 원전처럼 위험한 에너지가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잘 개발해서 대체해야 한다라고 말하였다.

 

경주 5.8 지진은 핵발전소 최인접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지진에 대한 공포와 함께 일본 후쿠시마처럼 핵발전소가 터지면 어떡하느냐는 불안감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그러나 주요 정치인이 탈원전을 약속하였고, 주민들은 그에게 자신들이 얼마나 위험한 곳에서 살고 있는지를 직접 전달함으로써 절망과 불안 속에서도 작은 희망 하나를 마주하였다. 이 희망을 주민들은 잘 지켜낼 수 있을까?

 

<다음 호에 계속>

 

 

글쓴이: 김우창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에너지정책, 밀양송전탑 갈등, 핵발전소 인근 주민 피해 등에 관심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사업 합의의 의미와 맥락: 합의 주민의 관점을 중심으로」, 「한전의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 갈등 관리전략으로 인한 이해관계자 변화와 공동체 붕괴」 등이 있다.

 


탈핵신문 2021년 11월(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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