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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11호>일본 핵발전소 새 규제기준 시행 -문제점은? 재가동은?

일본 핵발전소 재가동 될까?6개 핵발전소 12기 재가동 신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새 규제기준과 그 문제점

고노 다이스케 편집위원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이하 규제위’)는 지난 619일 새 규제기준을 마련했고, 78일부터 이 규제기준이 시행됐다.

안전기준이 아닌 규제기준이라는 이름은 규제위 다나카 슝이치 위원장의 기준을 100지켰다 하더라도 완전히 안전하다고 말할 순 없다라는 생각이 토대가 됐다. 그러나 실제로 기준을 채운 것으로 인정된 핵발전소는 재가동이 허용되므로, 사실상 안전하다고 인정하고 기능하게 되는 것은 틀림없다. 새 기준에 따라 712일까지 4개 전력회사가 6개 핵발전소 총 12기에 대해 재가동을 위한 안전심사를 규제위에 신청했다. 후쿠시마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도 니가타현 가시와자키가리와 핵발전소 6, 7호기 안전심사 신청을 준비 중이다(지도 참조).

새 규제기준 무엇이 달라졌나

후쿠시마사고 이후 만들어진 새 기준은 전력회사에게 다음과 같은 주요 대책을 새로 요구한다.

격납용기에 필터가 달린 배기설비(압력용기에서 새어나온 가스 때문에 올라간 격납용기의 압력을 내리기 위한 배기밸브) 설치, 사고 시에 중앙제어실을 대체하는 긴급시제어실 설치(사고 시에 원자로를 냉각시키기 위해) 외부전력 다중화, 전원차량과 소방차를 평지보다 높은 곳에 분산 배치(지진과 쓰나미 대책으로) 단층 위에 중요시설 배치 금지, 과거 40만년 사이에 움직인 단층을 활단층으로 간주(이전에는 과거 13만년까지), 최대의 쓰나미를 예측, 침수를 막기 위한 방조제와 방수문 설치.

그러나 이들 대책에 대한 아래와 같은 수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5년간 유예?

가압수형원자로(PWR)의 경우, 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제1핵발전소의 비등수형원자로(BWR)보다도 격납용기가 크다는 이유로 필터가 달린 배기설비 설치가 5년 동안 유예된다. 이번에 안전심사를 신청한 12개 원자로는 모두 가압수형원자로이다.

마찬가지로 긴급시제어실 설치도 공사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5년 동안 유예됐다. 5년 사이에 사고가 일어나면 어찌할 것인가?

핵발전소 형편에 맞춰, 쓰나미 높이를 예측?

최대의 쓰나미를 예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홋카이도 도마리핵발전소의 경우, 최대 쓰나미 예측치를 예전의 9.8m에서 7.3m로 오히려 내렸다. 도마리는 원자로 부지가 해발 109.8m의 쓰나미가 오면 여유가 20cm 뿐이기 때문에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방조제 건설이 요구될 수 있다. 따라서 거꾸로 쓰나미 높이를 깎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명연장 허용!

원자로 수명은 40년이지만, ‘특별점검을 실시하면 최대 20년간의 수명연장을 한번은 인정하기로 했다. 실질적으로 60년 가동을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입지심사지침이 사라졌다!

새 기준에선 구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입지심사지침이 사라졌다. 입지심사지침은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주변지역 주민의 전신피폭선량(누계치)250밀리시버트(mSv) 이하(최근에는 100밀리시버트 이하로 운영)로 억제하기 위해, 원자로와 주민 거주지역을 이격시키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새 기준은 중대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입지평가를 하면 100밀리시버트는 물론 250밀리시버트 이하를 달성할 수 있는 입지조건을 가진 곳이 일본 국내에는 거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해서 그랬을까?

가동 중인 오오이핵발전소는 예외?

규제위는 새 규제기준 시행에 앞서 620, 작년부터 재가동된 오오이핵발전소 3, 4호기의 현황평가서를 발표했다. 내용은 오오이3, 4호기가 새 규제기준에 비춰 바로 안전상의 중대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긴급시제어실이 설치되지 않은 것은 물론, 방조제 완성도 내년 3월 예정이다. “예측되는 쓰나미보다 부지가 더 높다는 간사이전력의 주장을 인정해 버린 셈이다. 또 오오이핵발전소는 바로 밑에 있는 단층이 활단층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지만, ‘현황평가서는 이 점을 묻지 않았다. 더구나 오오이핵발전소는 접근 방법이 하나뿐이고 그마저 지진으로 인해 다리가 붕괴되면 끊긴다. 주민 피난과 사고수습작업 종사자의 접근대책이 해결되지 않았다.

이번 현황평가서가 새 기준을 만족시키지 않아도 재가동이 가능하다는, 좋지 않은 전례를 남기게 되는 것이 염려스럽다.

핵 재해대책이 빠져있다!

핵발전소 주변 지자체 중에는 핵 재해대책과 피난계획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곳이 많다. 이들 대책은 적어도 핵발전소에서 반경 30km권에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며, 지자체 경계를 넘는 피난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자체들 간에 조정이 필요하기도 하다. 또한 피난민 대량 유입이 예상되는 대도시에서도 수용과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대책 없이 재가동이 허용되면 안 된다.

가시와자키가리와핵발전소가 입지한 니가타현지사는 재가동 반대!

도쿄전력은 이번에 후쿠시마핵사고 이후 처음으로 가시와자키가리와핵발전소 6, 7호기를 재가동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것은 사고 후 최초의 비등수형원자로(BWR) 재가동신청이다. 도쿄전력은 필터가 달린 배기설비 설치 기초공사를 1, 7호기는 올해 초부터, 5, 6호기는 지난 6월 말부터 시작했는데, 아직 자세히 설계되지 않았다.

이 핵발전소가 위치한 니가타현의 이즈미다 히로히코 지사는 재가동을 반대하고 있으며, 배기설비 기초공사에 대해서도 니가타현과 도쿄전력 사이에 맺은 핵발전소 시설 증설이나 변경 시에는 미리 입지 지자체에 양해를 얻는다는 내용을 가진 안전협정을 내세워, “미리 양해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밝혔다.

또한 만약에 가시와자키가리와에서 사고가 일어날 경우, 규제위가 배기를 허용한 방사성물질의 양이 니가타현 전체를 궤멸시킬 수 있을 정도라는 지적도 있다.

핵발전소 설계자가 제기하는 더 근본적인 문제!

이상에서 보다시피 새 규제기준이 새롭게 요구하는 내용은 중대사고 대책이다. 그것 자체는 후쿠시마사고의 교훈을 살린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 시점에서 해명된 사고원인에서만 이끌어낸 교훈에 지나지 않는다. 알다시피 후쿠시마사고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엄청나게 높은 방사선 수치 때문에, 도대체 사고를 일으킨 원자로 안을 몇 년 후에나 들여다 볼 수 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적어도 그 이전에 사고의 전모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1979년 미국에서 일어난 스리마일사고(5등급, 참고로 후쿠시마사고는 7등급)에서 원자로 안을 확인하는데 67, 사고 분석에 10~20년이 걸렸다.

과거에 도시바에서 격납용기 설계를 담당했고 현재는 기술적 관점에서 핵발전을 비판하고 있는 고토 마사시 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인터넷방송을 통해 새 규제기준의 더 근본적인 문제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예컨대 격납용기 안의 배관들의 밸브가 잘 열리고 닫혔는가, 냉각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펌프가 제대로 돌고 있는가, 물은 있는가, 전원이 확보돼 있는가, 이것들이 모두 잘 돌아가야 격납용기 안 방사능을 가둬둘 수 있다. 압력용기의 경우도 물이 들어가지 않으면 연료가 녹아버리기 때문에 외부에서 물을 부어야 한다. 전원 고장 등으로 통상시스템이 움직이지 못하면, 원자로 속 압력이 높아 물을 들여보낼 수 없다. 안전밸브를 열어 압력을 낮춰야 물을 넣을 수 있다. 후쿠시마에선 이 감압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잘 된 것처럼 보인 원자로에서도 수위계가 고장이 나서 실제로는 물이 적어서 이미 멜트다운 되기도 했다.

이것은 한 사례에 불과한데, 이것들 모두가 겹쳐져 사고가 난 것이다. 그것이 해명되지 않았음에도 새 규제기준에서는 지진으로 인해 전기가 끊기고 쓰나미로 물에 잠겼기 때문에 사고가 난 것으로 끝내고 말았다. 사고의 일부분만을 꺼집어내서 대책을 세웠다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새 기준은 냉각기능을 강화했을 뿐 핵발전 플랜트 그 자체, 압력용기와 격납용기가 어쨌다는 부분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에 배관 연결을 편히 할 수 있게 한다는 등, 가능한 한 사람이 작업을 하기 쉽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자로는 본래 사고가 일어났을 때에 사람이 무슨 대처를 할 수 있을 만큼 손쉬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생겼을 때엔 자동으로 제어봉이 들어가 핵반응을 멈추게 하고, 자동적으로 냉각시키고, 배관이 끊기면 자동으로 긴급노심냉각계가 물을 부어서 다 잠그고, 격납용기 안의 밸브가 다 닫혀서 방사능을 봉쇄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그것이 사고로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에 사람이 나선다는 것인데,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온도나 압력이 압력용기의 설계한도를 넘어버리면 그 안의 물질이 샌다. 특히 수소가 많다. 그것 때문에 격납용기의 압력이 높아지면 배기해서 낮추는데, 후쿠시마에선 배기하기 전부터 제법 샜다. 이것은 격납용기의 성능 문제다. 그것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배기설비를 달아도 의미가 없다. 배기시킨다면 압력이 제법 낮을 때에 시켜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결국 격납용기란 무엇인가? 라는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격납용기는 원래 사고 때에도 방사성물질을 봉쇄하기 위해서 존재하는데, 격납용기가 터져버리니까 배기시킨단다. 이것을 격납용기의 자살이라고도 말하는데, 본질적인 문제다.

배기설비의 필터도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심스럽다. 첫째는 방사성물질을 모두 제거할 수 없다는 점이다. 희가스는 빠져나오니까. 둘째는 통상운전 시엔 미량이기에 긴 시간에 걸쳐 필터를 통과하게 되면 약간 제거할 수 있지만, 중대사고 시엔 필터가 효과가 있더라도 나오는 양이 대량일 경우, 빠져나오는 양도 많을 수밖에 없다. 필터는 방사성물질 농도를 1/1000로 낮춘다고 자주 거론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조건 하에서이다. 때에 따라선 1/100에 그칠 수도 있고, 1/10이 될 수도 있고, 효과가 전혀 없을 수도 있다.

노심이 용융되면 수소가 대량 발생하고, 격납용기 파괴를 막기 위해 배기시켜야 하는 것은 비등수형원자로나 가압수형원자로 모두 마찬가지다. 가압수형경수로는 격납용기가 크니까 수소폭발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비등수형경수로는 격납용기에 질소를 넣어 수소폭발을 막는다. 그래서 후쿠시마사고 때에도 격납용기 안에선 수소폭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격납용기 밖에서 폭발했기에 사고가 이 정도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다.

발행일 : 201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