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을 위한 한·일 시민간의 연대와 모색이 시작됐다!
5박6일간의 탈핵 한·일시민투어 후기
이대수 목사(아시아평화시민네트워크 운영위원장)
6월 19일~24일 5박 6일간 한국 전역을 돌며 진행된 이번 탈핵 한일시민투어는 NNAA-J(No Nukes Asian Action-Japan, 탈핵아시아행동-일본)가 중심이 되었다. 겐카이핵발전소(부산에서 200km 거리인 일본 큐슈 사가현 소재, 서울~부산 거리는 약 330km) 주민, 후쿠시마, 일본 동북지역, 오사카, 도쿄 및 수도권 탈핵운동 활동가, 변호사, 목사 등 모두 21명(미국 참가자 1인 포함)이 참가했다. 6월 18일(화) 수원에 모여 숙박을 하고, 다음 날 19일(수) 아침 출발해 영광을 거쳐, 밀양·부산고리(목), 경주월성·영덕(금), 울진·삼척(토)을 돌면서 핵발전소를 방문하고 공동집회와 기자회견 등을 갖기도 했다. 23일(일)은 강원도 고성의 DMZ를 돌아본 뒤, 24일(월)은 서울에서 탈핵운동 단체와 녹색당 그린피스 등을 방문했다.
한·일 핵발전소 지역주민들간의 폭넓은 교류 기회
이번 한일시민투어의 과정과 의의로서, 첫째, 핵발전소 지역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첫 방문지인 전남 영광핵발전소의 경우 지역대책위에 해당하는 ‘핵 없는 사회를 위한 영광공동행동’은 영광(=한빛)핵발전소 홍보관 앞에서 현수막을 펼쳐들고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백제 불교의 도래지이기도 한 영광의 원불교 영산성지 대교당에서 이루어진 교류회를 통해, 영광핵발전소의 실상과 영광·고창대책위 활동에 대해 설명을 듣고, 활동을 공유할 수 있는 여러 방안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영광농민회를 비롯해, 고창농민회도 참석해 주었는데, 영광농민회의 경우 ‘탈핵운동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의 경우, 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못한 채, 농성현장을 격려 방문하는 수준이라 조금 아쉬웠다.
일본측 방문자들은 부산고리 인근의 월내리 주민대표들과 만나 핵발전소 주변 지역주민들간의 실질적인 경험과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주민들이 일본 겐카이 핵발전소지역을 방문했지만, 공무원들과의 만남뿐이라 시민단체·지역주민 등과의 만남을 통한 균형잡힌 인식을 할 수 없었던 한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경주 월성의 경우 주민대책위 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스트레스테스트의 실상에 관해 정보를 공유하면서 의견을 주고받았고, 울진의 경우에는 신화리 마을회관에서 주민대표와의 간담회를 가졌는데 공무원과 경찰까지 참석해 폭넓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삼척의 경우 2차례의 투쟁을 통해 이룬 백지화 투쟁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고, 반핵대책위 차원에서의 활동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핵발전소의 또 다른 문제점, 고압송전탑과 송전선로
둘째, 핵발전소 외에 송전탑과 송전선로를 포함한 고압송전 문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핵발전소에 의해 만들어진 전기를 장거리 송전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지역이 고압 송전선로와 송전탑의 통과지점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밀양과 청도(경북)의 경우가 해당 지역주민들이 송전탑 설치를 반대하는 처절한 투쟁을 전개하면서, 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었고, 최근에야 중앙정부와 국회가 직접 나서 해결하려고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과거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정부시절과 달리 송전선로·송전탑 건설을 강행하는 국가와 한전에 대해, 지역주민들은 일방적으로 토지를 수용당하고 침묵을 강요받지 않겠다며 사회적 문제로 드러난 상황이다.
울진의 경우 핵발전소 인근의 신화리 마을은 7백년 전통을 가진 곳인데, 마을을 양분하는 도로와 마을 위를 통과하는 고압송전선로로 인해 고립된 죽음의 섬이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몰랐었는데 밀양에서의 투쟁 소식을 접하면서 방문도 하고 도움도 받게 되었다고 한다. 핵발전소 지역의 전체실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탈핵을 위한 한·일 시민간의 연대와 모색이 시작됐다
셋째, 탈핵을 위한 한일 시민간의 협력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전 교류에서는 주로 활동가 중심의 소수의 선구적인 교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시아반핵포럼(NNAF)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의 활동, 그리고 일본에서 개최된 탈핵발전세계회의 등은 주로 전문연구자와 활동가를 중심의 참여였다.
일본에서 개최되는 후쿠시마 추모 집회에서도 여건상 주민 참여가 어려웠다. 후쿠시마 이후에는 점차 탈핵운동의 대중화가 이루어지면서 이제는 보다 다양한 교류, 곧 해당지역 활동가와 주민간의 교류, 전문연구자의 지원과 협력 등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민을 포함한 활동가들이 한·일간에 상호 방문을 추진함으로써 지속적인 관계 형성이 가능하게 되었다. 후쿠시마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까지 참석했기에 핵발전소 주변지역에서 해야 할 일들에 관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들을 수 있었다.
넷째, 탈핵을 위한 폭넓은 국제연대를 모색할 수 있었다. 이번 방문 마지막 날인 24일에는 녹색당 본부사무처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를 방문했고,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과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그리스도인 연대(이하, 핵그련)’을 차례로 방문하면서 정책협의의 시간을 가졌다.
녹색당의 경우 전세계 1백여 국가에서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네트워크를 갖고 있는데, 특히 APGN(Asia Pacific Greens Network)을 통해 아시아에서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린피스는 세계적 환경단체로 1년여 전 한국사무소를 개설했고, 오랫동안 반핵운동을 해온 경험과 세계적 전문역량을 갖추고 있어 협력의 폭을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번 방문을 통해 탈핵운동의 폭넚은 국제연대를 형성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후쿠시마 사고를 낸 원자로 제조사 상대로 ‘세계 1만인 소송’ 추진
다섯째, 원자로 제조사 상대의 ‘세계 1만인 소송’의 한국 참여를 추진하게 되었다.
작년 11월 도쿄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하면서 후쿠시마 사고를 낸 원자로 제조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NNAA-J에서는 시마 아키이로 변호사를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했고, 홍보물을 제작해 원고 1만인 소송단을 모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미 지난 4월 시마 변호사가 방문해 민변과 탈핵법률가모임(해바라기) 등을 방문해 협의를 한 바 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적극 참여할 뿐 아니라 공동보조를 맞춰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번 방문기간 동안 지역주민, 환경단체 등 모두 원칙적인 공감대를 확인해 주었기에 구체적인 추진이 가능해진 것이다. 2000년 12월 도쿄에서 ‘위안부’ 문제로 14개국 법률가 등이 참여해 개최된 ‘2000년 일본군 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의 경험을 참고할 만하다.
5박 6일간 영광 원불교 영산성지 대교당을 시작으로 마지막 지역 일정인 삼척 호소동 천주교회 공소, 왕곡마을의 왕곡교회 공동체 등 여러 지역에서 지역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종교인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간 지역에서 준비하고 환영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오는 10월초로 계획하고 있는 일본 핵발전소 지역투어 계획도 여러분들의 참여속에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발행일 : 20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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