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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10호>한일시민간담회- 핵발전소는 전기가 아닌 방사능 물질을 만드는 곳

'탈핵을 위한 한일시민간담회'

핵발전소는 전기를 만드는 게 아니라 방사능 물질을 만드는 곳

전기는 핵발전소가 아니어도 만들 수 있다.

 

정리 : 이모니카(성남.용인 한살림 이사)

 


 

지난 624() 오전, 한살림 성남·용인 사무실에서 탈핵을 위한 한일시민 간담회가 열렸다. 이 날 약 20여명의 한살림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 온 일본 분들은 탈핵과 아시아평화를 위한 한국 핵발전소지역 한일시민투어에 함께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시민들이다. 평범한 은퇴자, 주부로 보이지만 자신의 지역과 영역에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탈핵운동을 펼치고 있는 매우 특별한 분들이다.

후쿠시마에서 목사직을 맡고 있으면서 보육원을 운영하는 아까시 요시노부(明石義信, 56) , 사가현(佐賀縣)에서 정부와 규슈전력을 상대로 겐카이(玄海) 핵발전소 소송을 앞장서 이끄는 이시마루 하쯔미(石丸ハツミ) , NNAA(No Nukes Asia Actions) 이사인 오쿠보 테츠오(大久保徹夫, 67) , ‘후쿠시마 원전사고 긴급회의 & 재가동반대 전국액션합동회의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테라지마 시게히로(寺島栄宏) , 주민만족형 마을만들기 운동을 하다 탈핵운동에 적극 나서게 된 유미바 아키토(弓場 彬人, 67) 씨이다. 이날 간담회는 이분들의 얘기를 차례로 듣고 질문과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그 주요내용을 요약·정리했다.

 

아카시 요시노부

비유하자면, 현재 후쿠시마는 이가 나지 않은 어린이의 상황이다(피폭 결과가 아직은 나타나지 않은 상황).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지진발생 이틀 후 핵발전소 폭발 사고를 알게 됐다. 후쿠시마에서 사고가 났지만 후쿠시마 사람들도 다른 지역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TV를 통해 알게 된 것이 전부였다. 정부와 도쿄 전력에서는 어떠한 연락도 없었고, 대피 시스템도 없었다.

어떤 곳에서는 집안에 있으라는 안내 방송이 있었고, 어떤 곳에서는 도망치라는 안내방송이 있었다. 피폭의 위험성에 대해 알려주는 곳은 없었다. 먼저 움직인 곳은 소방서였지만, 소방서도 어떤 정보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떤 곳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피난을 가려고 했지만, 피폭을 당한 노인 2명이 버스 안에서 죽었다. 정부가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했더라면 사고가 난 직후 사람들은 거리낌없이 밖에 돌아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고가 한국에서도 벌어질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더라도 정부는 시민들의 안전을 살피지 않는다. 단지 현장 정리에 급급할 뿐이다.

후쿠시마 지역에 임시로 지어진 가설주택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고, 자원봉사자들이 일하고 있고 구호 물품도 오고 있다. 겉으로는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의 불신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다만 보상금만 주겠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보상금을 받는 사람과 받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불신과 갈등이 있다. 보상금을 받는 기준을 어떻게 정할 수 있는가?(모두 적든 많든 피폭을 당한 상태이기 때문에).

후쿠시마에 살던 어떤 가족은 좀 더 먼 곳으로 이사를 갈 수 있었다. 여기서는 당연하게 여기는 모든 것들창문을 열고,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수돗물로 세수하고, 편안하게 물을 마시는 모든 것들을 후쿠시마에서는 할 수 없다. 그 가족의 아이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한 후 창문을 열고, 운동장에서 놀 수 있다는 것, 물을 편하게 마실 수 있다는 것을 한참동안 신기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핵발전소 사고는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게 만든다.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어떤 것들을 먹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후쿠시마 이외의 물건들은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보 같은 생각이다. 한국에서 수입된 음식물들도 방사선량을 측정해보았다. 한국산 물품에서도 높은 방사선량이 측정되었다. 그런 와중에 엄마들은 그나마 비교적 안전한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측정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물품을 구매한다. 예전에는 후쿠시마산이 아닌 다른 지역의 물품들을 사먹으려 했지만, 이제는 방사능 수치가 정확하게 공개되어있는 물품을 구매하려 한다. 핵발전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역간, 나라간 정보교류를 통해 사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시마루 하츠미

사가현에 거주하며 겐카이 핵발전소 플루서멀 재판 모임에서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핵발전소 피해에 대해 정부에서는 피해 없음이라고 하지만 현재 사가현 및 일본정부와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는 중이다.

2003년도 10명 정도의 주부가 같이 핵발전소에 대해 처음 공부하면서, 피폭의 무시무시함을 알게 됐다. 핵발전소는 한번 가동하면 마음대로 멈출 수 없다는 것과 원자로에서 나온 방사능 쓰레기는 인간이 처리할 수 없는 비유하자면 마치 아파트를 지으면서 화장실을 만들지 않은 꼴이다.

핵발전소 건설은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짓게 되어 있었지만, 사가현의 겐카이 핵발전소는 도지사, 지자체장 단지 2명에 의해 결정됐다. 사가현 당국은 핵발전소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답변하지 못했고, 관련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관공서에 찾아가면 관공서 문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해서 문밖에서 성명서를 읽어야만 했다. 핵발전소는 전기를 만드는 게 아니라 방사능 물질을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전기는 우라늄을 사용하지 않고도 만들 수 있다.

소송을 준비하면서 당국과 핵발전소를 만드는 회사에 핵발전 자료 공개를 요청했지만, 중요한 자료들은 대외비라는 이름으로 중요한 정보위에 검게 색칠해 보내주었다.

국가와 지자체에서 뭔가를 해줄 수 있지 않을까하고 기다리는 것 보다, 우리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요구하며, 알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한국 핵발전소를 둘러보면서 느낀 점은 한국정부와 일본정부가 너무 똑같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신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길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시민들 스스로 공부하고 우리의 안전을 지켜나가는 방법도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오쿠보 테츠오

가나가와현에서 왔다. 여기는 후쿠시마로부터 3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다. 가나가와현은 녹차 생산지로 유명한데, 녹차 생산지에서 녹차는 오염되지 않았다고 사람들에게 홍보했다. 하지만 측정을 해보니 방사능 수치가 굉장히 높게 나왔다. 거리가 3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었지만 방사능은 바람에 따라 이동하고 확산되기 때문에 어디든 안전하지 않다. 후쿠시마 사태로 태평양이 오염됐다. 따라서, 일본만이 아니라 아니라 전 세계가 핵발전을 중단해야 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만든 건, 도쿄전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히타치, 도시바, 미츠비시, 미국의GE사가 건설했다. 핵발전소 사고가 나더라도 이 회사들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도쿄전력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는 법령 때문이다. 사실 이 회사들은 후쿠시마 사고로 더 이상 일본 내에서 핵발전소 건설이 어렵겠다고 판단하여, 인도, 베트남, 터키 등 여러 나라에 핵발전소를 수출하려 하고 있다. 일본의 민주당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발전을 점차적으로 중단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가 계속 어려워지자 핵발전소수출로 경기를 부양하려 하고 있다. 어느 틈엔가 핵발전소를 점차적으로 중단하겠다는 계획도 없어졌다.

일본은 동부해안선과 서부해안선을 따라 대부분의 핵발전소가 위치해 있다. 우리가 일본에서 열심히 운동하여 일본내 핵발전소를 모두 폐쇄한다고 하더라도 그 옆 한국에서 핵발전소가 존재하고 있다면 일본은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 만약 한국도 한국내 핵발전소를 전체 폐쇄했다 하더라도 서해 건너 중국에서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다면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안전한 곳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본을 넘어 아시아 전체로 이 운동을 확대하려고 하는 것이다.

NNAA에서는 도쿄전력이 아닌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도시바, 미국GE 등의 기업에게 원자력 기술 수출 반대재판을 하려는 것이다. 이 회사들이 핵발전소가 아닌 친환경적인 것을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아시아 전역의 시민들이 이 소송에 대한 위임장을 주면, 우리가 그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테라지마 시게히로

현재 후쿠시마에서는 가족, 지역 공동체의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 정부나 TV에서는 이제 후쿠시마는 안전하다고 알리고 있다. 이런 정부의 태도에 의심이 들기 시작하면서 탈핵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체르노빌에서는 사고가 난 후,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전부 이주시켰다. 나중에 돌아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자발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후쿠시마는 다르다. 피난을 간 사람도 있었고, 피난을 가지 않은 사람도 있다.

후쿠시마에 사는 사람들은 방사능에 대처하는 방법도 각각 다르다. 방사능 측정기를 구입해서 일일이 체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음속으로는 불안하지만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라고 생각해서 무심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핵발전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나의 주요 활동은 탈핵운동이 되었다. 탈핵을 내걸고 도지사 선거활동에도 참여했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탈핵 운동단체는 전국 단체이다. 우리는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활동들을 쉽게 공유하고 새로운 활동들이 있으면 바로바로 알 수 있도록 인터넷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

 

유미바 아키코

나는 살기 좋고, 방문하기 좋은 마을 만들기활동을 하고 있으면서 중소기업진단사 일을 하고 있고, 주민만족형 마을만들기 운동을 하고 있다. 또한 지역에서 치매 노인 간병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주민 복지를 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아 해결해 나가야 한다. 3·11 후쿠시마 사고가 나기 전에는 탈핵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가 난 후로 핵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다. 일반적인 자연재해라면 다시 복구하고 다시 마을을 만들면 된다. 하지만 핵 사고가 나면 마을은 다시 복구가 되지 않는다. 인간의 힘으로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주민이 행복하고 살기 좋은 마을과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핵발전소는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지역에서 하는 마을 만들기 운동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민들과의 네트워크가 잘 만들어진 곳은 어떤 재난이 와도, 서로 협력하여 재난에 대처할 수 있고 빠르게 복구가 이루어진다. 후쿠시마 안에서도 주민들 간의 공동체가 잘 형성된 곳은 다른 곳보다 빠르게 복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발행일 : 201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