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어떻게 전력부족을 극복했나?
3·11 이후 일본의 절전노력과 전력개혁…도쿄도를 중심으로
다카노 사토시(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
기존 핵발전소 54기 중 현재 2기만 가동 중인 일본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사고와 그 이후 잇따른 핵발전소 정지로 인한 전력부족을 일본은 어떻게 대규모정전 없이 극복했는가?
여기에는 일본사회 전체의 절전의식 향상과 사람들의 절전노력을 뒷받침하는 제도가 있었다. 또 지자체 차원에서는 절전 외에도, 도쿄전력 이외의 전력을 구입하려고 하는 ‘탈 도쿄전력’ 움직임도 활성화됐다. 도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중심으로 절전노력과 전력개혁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먼저 당시 상황을 뒤돌아보자. 2011년 3월 11일, 지진과 쓰나미, 그 이후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사고로 인해 도쿄전력 관내 전력 약 2000만㎾가 상실됐다. 사고 전 도쿄전력 관내 발전량이 6647만㎾이므로 약 30%를 갑자기 잃어버린 셈이다. 이러한 긴급사태에 대해 도쿄전력은 계획정전을 실시했다. 2011년 여름의 예상수요 6000만㎾에 비해 공급량은 5380만㎾로 예측됐고, 620만㎾의 공급부족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 쳐했다.
이에 일본정부는 대규모수요처(계약전력 500㎾ 이상), 소규모수요처(계약전력 500㎾ 미만), 그리고 일반가정에서 전년 대비 전력을 각각 15% 삭감할 것을 목표로 세웠다. 특히 대규모수요처에 대해서는 전기사업법을 근거로 15% 삭감을 명령하는 ‘전력사용 제한령’을 내렸다. 이 명령을 고의로 위반하면 벌금도 부과할 수 있다.
정부의 이러한 대책 외에 도쿄도도 독자적인 대책을 세웠다. 그런데 그것은 새로운 제도나 시책을 시작했다기보다 기존 지구온난화 대책에서 쌓인 경험을 살린 것들이 많았다. 구체적으로 대규모수요처에는 ‘배출권거래제’, 소규모수요처에는 ‘지구온난화대책보고서제도’, 그리고 일반가정에는 ‘에너지절약진단원제도’를 통해 효과적인 절전대책을 실시했다.
‘배출권거래제’란 연료와 열, 그리고 전기 사용량이 원유로 환산했을 때 1500kL 이상인 공장·사업소를 대상으로, 온실효과가스 배출총량 삭감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로 2010년부터 시작됐다. 대상 사업소는 전체 도쿄 전력소비량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지구온난화대책보고서제도’란 도쿄도 내에서 중·소규모 사업소를 설치한 사업자가 각 사업소의 CO2배출량과 지구온난화대책 실시상황을 도쿄도청에 보고하는 제도로 역시 2010년에 시작됐다.
중요한 것은 이 두 가지 제도를 통해 도쿄도청이 도쿄도 내에 있는 대상사업소의 설비와 그 전기사용량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 데이터를 활용하여 어느 정도 절전할 수 있는지 모의실험할 수 있어 무리가 없고 효과적인 삭감을 조언할 수 있었다.
일반가정에 대한 ‘에너지절약진단원제도’는 도쿄도가 인정한 약 5700명의 절전진단원이 일반가정을 개별 방문하는 제도로, 여름철에는 약 33만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역시 2010년도부터 시작됐으며 절전에 관한 정보·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조명을 줄이는 등 적절한 조언을 줄 수 있었다.
여름철 피크전력 2년 연속 16% 삭감 성공…사회 전체의 절전의식과 제도적 뒷받침
이런 식으로 각 소비층에 대해 적합한 에너지절약 제도가 후쿠시마사고 이전에 설계되어 있었기에, 긴급시에도 효과적인 절전대책을 실시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도쿄는 2011년 여름철의 피크(peak)전력(최대 전력치)을 전년 대비 약 16%에 해당하는 276만㎾ 삭감에 성공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2012년도에 또 약 16% 삭감이라는 성과를 올렸다는 사실이다. 이번엔 전력사용 제한령이 내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것은 2011년의 긴급사태에 대해 많은 일반시민과 기업들이 조명 삭감이나 에어컨 설정온도 조절, 소비전력 가시화를 통한 수요관리 등 절전 실천이 정착됐기 때문일 것이다. 절전의식이 높아져 사람들이 실천하면 개인의 노력에 그치지 않고, 무리 없이 절전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반이 확보되어 있었다는 점이 도쿄도의 대폭적인 절전 성공의 요인이 아닐까.
후쿠시마핵발전소사고 이후 또 하나의 큰 변화가 있다. 그것은 지자체가 도쿄전력 이외의 회사로부터 전기를 구입하는 움직임이다. 일본에는 50㎾ 이상의 전기를 사용하는 사업소는 기존 전력회사 이외의 특정규모전기사업자(PPS)에게서 전기를 살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이것은 2000년에 도입됐는데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폭발적으로 이용자가 확대돼 현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도쿄도는 이미 30개 시설에서 총 4만㎾를 PPS에서 구입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도립 고등학교와 세무서 등 약 320개 시설의 전력계약을 PPS로 바꿀 예정이다.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도청이 관리하는 시설의 사용전력 중 30%를 PPS로 바꾼다는 것이 도쿄도의 목표다.
도쿄도 세타가야구는 2012년도에 구 시설의 일부를 PPS로 바꿔 전기요금을 약 4400만엔 절감했다. 또 2013년에는 대상 시설을 기존 117곳에서 163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것으로 전기요금을 6650만엔 더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에서 생산된 자연에너지를 공동구매하는 ‘전력 직거래’도 확산
이 외에도 세타가야구는 생협과 그 외 주민조직 등과 힘과 돈을 모아 ‘세타가야전력’이라는 PPS를 스스로 만들어, 지방에서 생산된 자연에너지를 공동구매해서 구민에게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직 구상단계지만 이러한 ‘전력 직거래’의 움직임이 확산되면 도시 공동체와 지방 공동체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전망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과제도 아직 많다. 일본에서 돌리고 있는 핵발전소는 현재 2기뿐이지만, 3·11 이전에 50% 정도였던 화력발전 가동률이 높아졌기 때문에 현재 전체 전력 중에 차지하는 화력발전 비율은 약 90%에 이른다. PPS 역시 화력이 많다. 핵발전소를 없애기 위해 단지 화력발전의 비율을 높이면 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자연에너지를 생산하고 싶다, 사고 싶다, 그리고 팔고 싶다는 의식은 확실히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의식이 더 구체화된다면 일본은 절전에 의한 사용전력 삭감과 자연에너지에 의한 깨끗한 발전으로 빠른 시일 안에 건전한 탈핵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 길을 한 걸음씩 착실히 걷고 있음을 믿는다.
발행일 : 20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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