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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9호>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몬주’ 운전재개 준비 금지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몬주운전재개 준비 금지

몬주가 뭐야?

고노 다이스케 편집위원


 

고속증식로와 핵연료사이클

작년 11, 현재 사고로 가동이 중단된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이하 기구’)의 고속증식로 몬주에서 무려 약 1만개나 되는 점검 누락이 발견됐다.

지난 515,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이하 규제위’)원자로 등 규제법의 규정에 따라 핵연료 교환 등 운전재개 준비작업을 금지할 것을 결정했다. 기구는 자체평가에서 2005년 이후 안전 측면에서 2007(이 해에는 다른 시설에서 방사능누출과 그 은폐 사실이 발각됐음)을 제외하고, 모두 A 판정을 내린 바 있다. 규제위는 이번 점검누락을 기구의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운전재개는 그러한 구조문제가 개선되고 나서야 허가할 전망이다.

시마자키 구니히코島崎邦彦 규제위 위원장대리는 이런 조직이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점검누락은 20108월 즈음부터 늘어났으며, 발각된 당시에는 약 1만 개 기기에서 점검시기가 지켜지지 않았고, 그 중 절반이 점검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1만개 중 약 500개가 운전정지 상태에서의 안전과도 관련된 기기였다.

한편, ‘원자로 등 규제법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원자로설치허가 취소(, 몬주 폐지)가 당연한데, 이번 조치가 너무 물렁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핵발전과 고속증식로 원리를 알아보자~

 

고속증식로 몬주는 어떤 시설인가?

몬주는 일본 핵연료사이클정책의 주축을 이루는 시설 중 하나다. ‘핵연료사이클이것은 또 무엇인가? 우선, 차근차근 시작해 보자.

동위원소란 무엇인가?

모든 물질은 원자로 구성돼 있다. 원자는 양전하(+)를 지닌 원자핵주변을 음전하(-)를 지닌 전자가 돌고 있다. 원자핵은 양전하(+)를 지닌 양자와 전하를 가지지 않은 중성자가 결합돼 있다.

양자 수는 각 원소마다 정해져 있다. 예를 들면 탄소원자는 양자가 6, 산소원자는 양자가 8개다. 그래서 양자 수는 각 원소에 매겨져 있는 고유번호인 원자번호로 사용된다. 그에 비해 중성자는 같은 원소라도 수가 다른 것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탄소는 자연계에서 약 99를 차지하는 탄소12(12C라고 적는다. 12는 양자와 중성자를 합친 숫자로, 이 숫자에서 원자번호를 빼면 그 원자가 가진 중성자 수를 구할 수 있다.) 외에 탄소13과 탄소14가 알려져 있다. 이처럼 같은 원자번호를 가진 원소 중 원자핵의 중성자 수가 다른 핵종끼리의 관계, 또는 그 핵종을 동위원소 혹은 동위체라 부른다. 예를 들자면 13C14C12C의 동위체이며 12C13C14C의 동위체다.

우라늄원자폭탄과 핵발전

핵분열을 일으키는 우라늄원자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면 원자가 두 개로 갈라져(핵분열) 중성자가 2개 내지 3개 튀어나온다. 튀어나온 중성자들은 다른 우라늄원자에 부딪쳐서 다음 핵분열을 일으켜 또 중성자가 2개 내지 3개 튀어나온다. 이런 식으로 핵분열반응이 잇달아 확산된다. 이것이 핵분열연쇄반응이다. 핵분열에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된다. 그것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확산되기 때문에 그 현상은 폭발적이다. 이것이 우라늄을 이용한 원자폭탄의 구조다그림1참조.

한편, 핵발전에서는 원자 하나의 핵분열이 다음 핵분열을 한 번만 일으키도록 조절된다(임계)그림2참조. 만약 이 조절에 실패하면 체르노빌과 같은 핵폭주사고가 일어난다.

농축 핵발전의 연료를 만든다

우라늄엔 핵분열을 일으키는 것과 일으키지 않는 것이 있다

핵발전에 이용되는 우라늄에도 몇 개의 동위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우라늄 중 핵분열을 일으키는 것은 전체 우라늄의 0.7에 해당하는 우라늄235(235U) 뿐이고, 99.3는 핵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우라늄238(238U)이다. 그래서 핵발전에 이용할 때에는 우라늄235의 농도를 35까지 높인다. 이것이 농축이라 불리는 공정이다. 이렇게 만든 것이 우리가 자주 언급하는 핵연료이다.

재처리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한다

핵발전에서 사용이 끝난 핵연료를 사용후핵연료라 부른다. 사용후핵연료 속에는 우라늄235가 분열되어 생긴 각종 방사성물질(예를 들면, 후쿠시마사고로 유명해진 세슘134, 세슘137, 스트론튬90 ), 핵분열하지 않는 핵종인 우라늄238이 중성자를 흡수해서 생긴 플루토늄239(239Pu)와 플루토늄241(241Pu)도 포함된다.

플루토늄239와 플루토늄241은 핵분열을 일으키는 핵종으로, 현재 원자폭탄의 주류는 우라늄235가 아닌 이 플루토늄(주로 플루토늄239)을 사용한 것이다. 또한 플루토늄을 사용한 원자폭탄은 수소폭탄의 기폭장치로 사용되기도 한다.

플루토늄은 문자 그대로 현대핵무기의 핵심물질이다. 사용후핵연료에서 이 플루토늄(주로 239Pu)과 핵분열하지 않고 남은 우라늄235를 추출하는 작업이 바로 재처리.

고속증식로 이용을 기축으로 한 핵연료사이클

일반적인 원자로(경수로)의 사용후핵연료에 함유된 핵분열성 플루토늄은 1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발전하면서 보다 많은 핵분열성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로가 고안됐다. 그것이 바로 고속증식로다.

고속증식로에서는 노심 중심부에 플루토늄2391520함유한 혼합산화물연료(MOX연료)를 배치하고 그 주변을 우라늄238로 둘러쌓는다. 중심부의 플루토늄이 핵분열해서 튀어나온 중성자를 주위의 우라늄238이 흡수하면 그것이 주로 플루토늄239로 변한다그림3 참조. 계산상으로는 이렇게 함으로써 사용한 플루토늄의 약 1.2배의 핵분열성 플루토늄이 생긴다.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연료가 늘어난다.

참으로 꿈같은 이야기다. ‘몬주는 고속증식로로 실용화의 두 단계 전인 원형로다(원자로는 실험로원형로실증로상업로 단계를 거쳐 실용화 됨). 이러한 재처리플루토늄연료 가공고속증식로재처리라는 순환(사이클)이 핵연료사이클이다.

 

 

위험, 기술적 어려움, 핵무기

그러나 핵연료사이클의 꿈은 일부 추진하는 자들에게는 못다 이룬 꿈이지만, 그 외 모든 사람들에게는 악몽이다.

1)플루토늄은 인류가 알게 된 최악의 물질이라 말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며, 그 정도가 우라늄의 수십만 배라고 말하기도 한다. 239Pu의 반감기는 24000년이다. 인간의 폐에 불과 13mg만 들어가도 50가 급성 사망한다. 또한 폐에 1.0×10-9g(1/1000000mg)만 흡수되어도 연간 1mSv의 피폭을 당하게 된다. 그래서 만약 핵연료사이클이 이루어지면 플루토늄을 노린 테러와 범죄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최악의 감시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민주주의와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다.

2)고속증식로에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따라다닌다. 지금까지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이 개발을 포기했다. 일본이 고속증식로 개발을 내세운 것은 1967년이다. 애초 계획으로는 80년대에 실용화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핵에너지이용정책이 개정될 때마다 실용화가 연기됐고, 2005년 계획에선 실용화를 2050년으로 연기한다고 기재했다.

몬주에는 지금까지 무려 조엔(10조원) 이상의 국가예산이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고장과 사고가 잇달아 1kW도 발전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유지비만으로 연간 약 200억엔(2000억원)이나 든다.

몬주는 냉각재로 물이 아닌 나트륨을 사용한다. 나트륨은 물이나 공기에 접촉하면 강한 반응을 일으키며 발화하기 때문에 관리가 매우 어렵다.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사고에선 사고를 일으킨 원자로에 외부에서 물을 부을 수 있었지만, 몬주에서 사고가 나면 그저 도망칠 수밖에 없어, 방사능 누출을 막을 아무런 방법도 없다.

사실 몬주는 운전을 시작한 다음 해인 1995년에 나트륨누출사고를 일으켜 이후 15년 동안 운전이 중단됐다. 20105월에 운전이 재개됐지만, 불과 2개월간의 시험운전 중에 경보가 936번이나 울리고 고장이 32개소 발견됐다. 같은 해 8월엔 연료교환용 원자로 내 중계장치가 원자로 안으로 떨어져 또다시 운전을 못하게 됐으며 지금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점검누락은 이러한 가운데 발각됐다.

3)무엇보다 고속증식로는 질이 좋은 핵무기 재료를 생산할 수 있는 장치다. 일반적인 경수로의 사용후핵연료에 함유된 플루토늄 중 핵분열성 플루토늄이 70인 것에 비해 보통 핵무기는 핵분열성 플루토늄이 90함유된 연료를 사용한다. 그런데 고속증식로에서는 핵분열성 플루토늄 함유율이 98라는 고순도 연료를 생산할 수 있다.

사실 파탄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고속증식로를 고집하는 것은, 잠재적 핵보유국이라는 지위를 유지하고 더 우수한 핵무기 생산능력을 갖기 위해서다. 순도는 떨어지지만 일본은 이미 나가사키형 원폭을 4000개나 만들 수 있을 만큼이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고속증식로 대신 플루서멀

애초에 계획한 고속증식로는 실용화 전망이 보이지 않는데도, 플루토늄은 이미 많이 갖고 있다. 플루토늄은 핵무기 재료가 되므로 국제사회에서 핵무기보유 의도가 있다고 비판을 받는다. 일본은 어떻게든 갖고 있는 플루토늄을 소비해야만 하는 상황에 빠졌다.

그래서 일본은 기존 우라늄을 사용하는 핵발전소에서 플루토늄을 사용한 발전을 실시하기로 했다. 플루토늄을 49함유한 MOX(Mixed Oxide, 혼합산화물)연료와 일반 핵연료를 섞어 쓰는 것이다. 이 방식은 플루토늄을 일반적인 원자로열중성자반응로(서멀뉴트론리액터, thermal neutron reactor)에서 반응시키기 때문에 플루서멀[플루토늄+서멀리액터(thermal reactor, 경수로 등)를 조합한 신조어, plu-thermal]이라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플루서멀이 실시되는 원자로는 원래 우라늄연료 사용을 고려하여 만들어졌기에 플루서멀은 그만큼 위험도가 높아진다. 예를 들어 MOX연료는 우라늄연료보다도 약 70융점(녹는점)이 낮다. 즉 보통보다 70낮은 온도에서 멜트다운(노심용융) 된다. 또한 핵분열에 따라 발생하는 가스의 양이 많기 때문에 연료봉의 압력이 높아지기 쉽다. 폭발이 일어나면 일반적인 핵발전소보다 더 많은 플루토늄이 외부에 방출된다. 폭발한 후쿠시마제1핵발전소 3호기가, 사고 당시 플루서멀을 실시했었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욕심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짓

핵무기에 대한 욕심 때문에 핵연료사이클정책에 치우친 일본인데, 그것은 어떻게 봐도 실패사례다. 안전문제는 물론 재정적으로도 엄청난 낭비다. 일본은 몬주(일본 고속증식로의 이름)만으로 1조엔(10조원)을 낭비했고, 그 외에도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장에 애초 계획의 3배에 가까운 약 3조엔(30조원)을 투입했다(20112월 현재). 그 재처리공장도 아직 제대로 가동시키지 못하고 있고, 가령 제대로 가동했다 하더라도 오염을 일상적으로 배출할 것이다. 이런 정도의 비용이라면 차라리 외국에 위탁하는 것이 더 싸다.

물론 핵발전에 드는 비용은 이것만이 아니다. 후쿠시마사고 수습,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 앞으로 이어질 원자로 폐쇄(폐로) 등에 대체 얼마나 들지 아무도 모른다.

한국정부는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여 재처리를 실시하려고 하는데, 종국에는 파탄날 것이 확실하다. 한국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발행일 : 201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