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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칼럼] 방사능 피폭 위험에 처한 탄소중립

 

임성희 녹색연합 에너지전환팀장

 

늦었지만 우리 사회도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물론 진정성을 다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운영한 ‘2050 탄소중립위원회의 탄소중립 시나리오 문제점은 탄소중립을 외면한 것에만 있지 않다. 핵발전을 탄소 무배출 산업으로 강조하고 있는 핵산업계의 논리가 별다른 저항 없이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반영되고 있는 문제 역시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라는 위기대응하기보다 위기기회로 포착하는 세력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핵산업계의 홍보전략은 미세먼지가 화두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섬뜩한 버섯구름의 폭발이나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충격적 파괴력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핵발전이 방사능 누출, 핵폐기물 오염을 수십 년 이상 대물림한다는 진실이 대기오염 걱정 없는 푸르고 맑은 하늘을 약속해 온핵발전의 두 얼굴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위기를 바라보고 대처하는 균형적 시각과 총체적 사고가 결여될 때, 미세먼지 없고 탄소 배출 없다고 주장하는 핵발전의 위험은 뒷전으로 밀린다. 탄소 배출이라는 단일한 잣대, 하나의 창으로만 세상을 해석하고 대응하는 한계도 자각되지 못한다. 기후위기를 기회 삼아 핵발전을 늘리자는 논리가 에너지전략,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한 논리적 피폭이란 사실도 감지되지 못한다. 위기를 전략과 기회로 낚아채는 핵산업계의 모략은 때로는 그렇게 은밀하고 정교하게 현실에서 작동한다. 우리 모두는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권리, 안전한 세상과 안전한 미래에 대한 권리가 있다. 기후운동 최전선에서의 싸움이 핵발전와 싸우는 일에 연대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여정이 화석연료와 우라늄에 기반한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꿔나가는 에너지전환이란 운동과 나란한 여정이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에서 탈핵은 답보를 넘어 퇴보할 위기를 맞은 채 비상이다. 약속된 신규핵발전소 건설 폐기는 이행되지 않은 채 되살아날 시기만을 엿보고 있다. 수명 다한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면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는 주장은 여전히 기세를 부리고 있다. 신규로 진입할 핵발전소의 수명이 늘어난 만큼 우리의 수명은 위태로울 것이나 그것도 모자라 소형모듈형원자로 개발과 수출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산업을 부흥시키자고 설파한다. 처분하기 어려운 핵폐기물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핵발전을 멈추는 것뿐이지만, 핵발전 가동을 위해 임시저장시설을 지을 생각뿐이다.

 

핵발전이 죽어야 모두가 안전하게 산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핵발전의 무덤을 만들어야 할 판이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일제히 탈핵이라는 얕은 무덤의 관을 다시 열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듯 보인다. 내년 대선이 핵발전의 무덤을 확장하고 견고한 못질을 위한 중대한 정치일정이라면 우리의 안전을 위해 내년 대선은 실로 중대한 시기임은 분명하다.

 

탈핵신문 2021년 10월(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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