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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기사, 핵폐기물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안, ‘의미’와 ‘비판’

 

국회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마련해 92일부터 공동발의를 위한 행보에 나섰다. 그러나, 아직 법안을 공식 발의한 상태가 아니라서 법안 수정 등 다른 변수는 존재한다.

 

△ 김성환 의원이 올해 5월 17일 경주 월성핵발전소 앞 주민이주대책위 천막에서 경주와 울산 시민단체와 주민 등에게 '고준위 특별법' 필요성 등을 설명했다. 당시 김성환 의원실은 이 특별법을 마련하려는 취지가 재검토위원회의 '권고안'과는 연관이 없으며, 시민사회가 원해서 준비하는 법안이라고 했다. 그러나 내용 상당부분이 시민사회 주장과 배치되어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용석록)

 

 

 

김성환 의원의 특별법안 주요 내용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정책을 추진할 독립적 행정위원회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이하 고준위방폐물관리위)를 설립하고, 영구처분을 위한 부지선정 및 공론화 등 절차를 규정하며, 핵발전소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때에도 고준위방폐물관리위가 통제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김성환 의원은 9월 2일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고준위방폐물 특법법 법률안 공동발의 요청서'에서 법안 제안 이유에 "박근혜정부가 수립한 제1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은 국민과 원전소재 지역주민,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의견수렴이 부족하여 많은 국민들의 반발을 샀다"면서, "문재인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를 국정과제로 추진하였으나, 지난 4월 재검토위원회의 권고안 발표 이후 특별법 등 제도 마련은 아직 미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사실상 재검토위의 '권고안'을 이행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성환 의원은 아울러 특별법안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그동안 시민사회는 문재인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과정에 재검토가 엉터리이고 졸속이라며, 재검토위 해체와 권고안 폐기를 일관되게 주장했다.  

 

 

독립적인 행정기구 가능한가

 

 

김성환 의원의 특별법안을 살펴보면 '독립적인 행정위원회' 구성과 운영이 가능할지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 

 

법안 제9(위원회의 구성)위원장을 포함하여 9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위원장과 위원 1명은 상임위원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위원장은 국무총리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1명의 상임위원을 포함한 4명의 위원은 위원장이 제청하여 대통령이 임명 또는 위촉하며, 나머지 4명의 위원은 국회가 추천하여 대통령이 임명 또는 위촉하며, 별도로 사무기구를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사무처 중심의 행정을 펼쳐 규제기관으로써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인데, 위 법안대로라면 고준위방폐물관리위 역시 원안위가 현재 갖는 문제를 그대로 재현할 가능성이 있다.

 

지역과 시민사회는 산업부와 재검토위가 진행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과정에 '산업부가 관여하지 않는 대통령 직속의 독립적인 행정기구 구성'을 촉구하였었으나, 특별법안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하여 그 위상을 낮추었다. 

 

 

부지 내 폐기물은 사용후핵연료라고 규정

 

 

특별법안은 제2조 고준위 방폐물의 중간저장시설 정의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자로부터 인수·운반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기 전까지 저장하기 위한 시설. 다만,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제외한다라고 규정했다.

 

이는 핵발전소 부지 안에는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지 안의 고준핵폐기물을 사용후핵연료로 규정함으로써 처분과는 거리가 있다.

 

이 법안대로라면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 부지선정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내 모든 핵발전소 내에 저장되었거나 저장될 고준위핵폐기물은 사용후핵연료로 존재한다.

 

 



김성환 의원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중 일부


제32조(원자력발전소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설치ㆍ운영 등)

① 부지내저장시설을 설치하려는 자는 관리사업자와 협의하여 그 부지내저장시설에 대한 시설계획(이하 “시설계획”이라 한다)을 수립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라 시설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위원회에 제출하여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받은 사항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미한 사항을 변경할 때에는 위원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③ 위원회는 제2항에 따라 시설계획을 승인한 경우에는 부득이한 사유가 없으면 해당 시설계획을 기본계획에 포함하여야 한다.

④ 부지내저장시설을 설치 또는 운영하려는 자는 부지내저장시설의 주변지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의 지역(이하 “부지내저장시설 주변지역”이라 한다)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여야 한다. 이 경우 해당 원자력발전소 소재지 관할 시장ㆍ군수ㆍ구청장 또는 부지내저장시설 주변지역 주민의 요구가 있으면 공청회 등을 개최하여야 한다.

 

 

중간저장시설 건설 전까지 부지 내 저장허용

 

 

특별법안 제32동안 시민사회 일부가 주장한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을 중간저장으로 규정하라는 내용을 담지 않았고, “부지 내 저장을 허용하고 있다.

 

32항은 핵발전소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부지 내 저장시설을 건설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이다.

 

항은 그동안 원안위가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관련한 건설허가와 운영허가 권한을 고준위방폐물관리위로 이양한다는 조항으로써 행정부처간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의견수렴 범위 불명확, 주민투표 규정 없음

 

 

32항은 부지 내 저장시설’의 주민의견수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항에서 의견수렴의 방법과 절차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하였다.

 

특별법안은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장 부지선정 과정은 주민투표실시를 명시했으나, 부지 내 저장시설은 이를 규정하지는 않았다.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이 언제 지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지 내 저장시설은 사실상 고준위핵폐기장과 같다. 시민사회에서는 그동안 사용후핵연료 수조가 포화되면 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든가, 소재지역이 아닌 방사선 비상계획구역까지 확대해 주민투표를 실시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항은 부지 내 저장시설의 저장용량은 해당 발전소의 설계수명기간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양을 초과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여 의미 있는 규정으로 해석한다.

 

항부터 항은 부지 내 저장시설에 다른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반입할 수 없으며, 사용후핵연료는 관리시설이 완공된 후 지체없이 관리시설로 이전하여야 하며, 지속적인 지역지원 방안을 마련하여 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용후핵연료 처분권한은 관리위로,

처리결정은 원자력진흥위에

 

 

김성환 의원은 사용후핵연료 처리와 처분에 관해서도 처분권한은 고준위방폐물관리위가 가져가되, ‘처리에 관한 규정은 원자력진흥위원회에 그대로 두는 방식을 택했다.

 

김 의원은 특별법안과 함께 원자력안전법원자력진흥법개정안도 제출했는데, 현행법에 따라 원자력진흥위원회가 심의·의결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리·처분에 관한 사항 중에서 사용후핵연료의 처분에 관한 사항은 고준위방폐기물관리위로 이관해야 한다고 했다. ‘처리부분은 원자력진흥위원회 소관으로 남겨 놓았다.

 

 

핵발전소 지역을 정녕 핵폐기장으로 만들 것인가

 

 

탈핵부산시민연대는 김성환 의원의 특별법안에 대해 핵발전소 지역을 정녕 핵폐기장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9일 성명을 발표했다. 탈핵부산시민연대는 김성환 의원은 특별법 상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이 특별법은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모순과 갈등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성환 의원은 재검토위원회의 공론화 권고안부터 폐기하고, 제대로 된 공론화부터 다시 추진하는 것이 올바른 관리정책을 만드는 최선의 길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용석록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1년 9월(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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