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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기사, 핵폐기물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에 저항하는 뉴멕시코와 텍사스


지난해에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의회는 유카산 핵폐기물 저장시설에 관한 30년의 교착 상태를 해결하고자 핵폐기물 임시저장소 개발을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한때는 일자리와 경제 발전 잠재력으로 저장소를 수용했던 뉴멕시코와 텍사스주가 이제는 반대로 돌아서고 있다. 유카산이 있는 네바다주에서 영구저장시설을 수십 년 동안 지연시켰던 것과 같은 모양새다. 뉴멕시코와 텍사스의 주지사는 다량의 사용후핵연료 봉을 그들의 주에 가져오는 작업을 중단하거나 연기할 것을 연방정부에 요청했다. 


텍사스 앤드류스의 저준위 핵폐기물 처분시설


민간 그룹들은 사용후핵연료를 뉴멕시코의 칼스배드 근처와 텍사스의 앤드류스 카운티의 오데사 서부에 임시로 보관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연방정부가 법에서 요구한 대로 라스베이거스 북쪽 유카산의 영구 저장시설을 개발하지 못하거나 다른 적절한 위치를 찾지 못한다면 핵폐기물의 임시저장이 영구적이 될 것이라고 주민들이 염려하면서 환영은 걱정으로 바뀌었다. 임시저장시설 운영 허가는 40년이지만 주민들은 핵폐기물이 영원히 지역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텍사스의 앤드류스에는 이미 저준위폐기물 처분시설이 있는데, 자칫 영구 처분시설 입지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뉴멕시코 칼스배드는 폐기물 격리 파일럿 프로젝트(WIPP)가 진행되었다가 20142월 화재로 인한 방사성 물질 누출로 최소한 21명의 노동자가 피폭된 기억도 있는 곳이다.


뉴멕시코 의회 대표단은 결정 과정을 연기하고 홀텍 인터내셔널(Holtec International)이 요청한 허가 발급에 대한 대중의 의견수렴 시간을 더 많이 허용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핵규제위원회(NRC)에 발송했다. 서한은 상업용 사용후핵연료 보관은 수많은 건강과 안전 및 환경 문제들을 야기하기 마련이라고 적고 있다. 이런 문제들에는 지역 농업과 공업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 핵폐기물 운송과 관련되는 이슈들, 아메리카 원주민 공동체가 겪을 수 있는 불평등 등이 포함된다.


민주당 소속 뉴멕시코 주지사인 미셀 루잔 그리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 주민들의 안전 우려를 말하며 핵폐기물 임시저장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텍사스에서는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자, 농민, 상공인들이 반대하고 있다. 그렉 애봇 텍사스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이지만, 핵폐기물을 유정 근처에 두는 것은 테러리스트의 표적이 될 수 있으며, 핵폐기물 운송은 시민의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멕시코와 텍사스주의 환경단체들은 신규 시설에 대한 반대를 표명하고 루잔 그리샴에게 임시 부지가 핵폐기물 영구저장시설이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뉴멕시코주 자체 기구를 만들 것을 촉구했다.


반대가 고조되는 가운데에도, 핵규제위원회는 텍사스와 뉴멕시코 임시 부지 신청에 대한 허가 절차를 진행했다. 환경단체들이 반대 의견 제출을 독려했지만, 핵규제위원회의 대변인은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의견 청취가 9월로 마감되었고, 2021년 여름에 최종 환경 영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뉴멕시코 주민들은 그것으로 충분치 않으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직접 모임을 할 수 없으므로 팬데믹이 끝날 때까지 기한이 연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의회가 유카산을 핵발전소와 해군의 핵폐기물 영구 저장소로 지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1987년이었다. 하지만 조지 워커 부시 행정부 동안 에너지부가 핵규제위원회에 건설 허가를 신청했지만 지역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고, 부지 적합성 자체도 논란이 되었다. 지금도 미국의 핵폐기물은 80개의 핵발전소와 폐쇄된 시설의 현장에 쌓여가고 있다.


2017년에 의회가 유카산 프로젝트를 되살리려고 시도하며 저장 용량을 77천 톤에서 11만 톤으로 늘리는 내용을 입법에 포함했지만, 이는 미국 전역 핵폐기물의 절반도 안 되는 양이며 이조차 통과되는 데에 실패하고 말았다. 의회 조사국에 따르면 핵발전소와 해군 선박에서 발생하는 총 폐기물의 양은 2048년에는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유카산이 아닌 다른 영구저장부지를 선택하려면 의회가 법안을 수정하고 대통령이 서명해야 한다.


김현우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1년 1월(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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