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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9호> 밀양 송전탑 공사중단, 40일간의 휴전

밀양 송전탑 공사중단, 40일간의 휴전

곽빛나 집행위원(765kV송전탑 백지화 및 공사중단을 위한 경남공동대책위원회,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9년째 계속된 밀양765kV송전탑 반대투쟁

밀양765kV송전탑공사는 신고리핵발전소에서 창녕변전소까지 169기가 세워지며, 처음에는 수도권 전기이송을 목표로 계획됐으나 현재는 대구권으로 전기를 이송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신고리핵발전소 5~6호기까지의 전력을 이송하기 위한 것이나, 신고리 5~6호기는 아직 착공도하지 않은 건설예정 중인 상태다. 그리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핵발전소는 사양 산업으로, 핵발전소에 대한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북경남765kV송전선로 계획(신고리~창녕) 중 밀양 4개면 구간(52)은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이며, 주민들은 9년째 송전탑공사 반대투쟁 중이다.

 

 

 

주민들의 요구보상이 아니라, ‘이곳에서 살고싶다

밀양송전탑 싸움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시각은 지역이기주의나 보상 몇 푼 더 받기위해 반대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밀양 주민들은 지속적으로 보상은 필요 없다, 백지화를 해달라. 백지화가 어렵다면 밀양구간은 지중화를 해 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물론 밀양의 어르신들은 처음부터 765kV송전탑이 핵발전소와 연계돼있고, 에너지정책의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어르신은 765kV송전탑의 높이가 120m(아파트 40층높이)라는 사실과 이로 인한 경관문제, 밤낮을 가리지 않는 소음문제, 그리고 전자파문제가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국책사업이 이렇게까지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고, 대규모의 전기가 산업계로, 수도권의 화려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힘없는 농부들을 착취하는 상황임을, 그리고 이 전기가 핵발전소에서 나온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주민들의 요구는 아주 간단하다. 대대손손 살아왔던 이 마을을 지키고, 그저 이 마을에서 살고 싶다는 것뿐이다.

밀양대책위와 한전 6차례 간담회지중화 등 요구, ‘특별보상안제시

지난 2월 말부터 5월 중순동안 국회에서 한국전력(이하 한전)과 총6차례의 간담회를 진행했고, 밀양 어르신들은 새벽기차를 타고 오르내리며 성실히 대화에 응했다. 밀양 어르신들은 6차 간담회를 진행하는 동안 지중화전문가협의체 구성에 대해 끊임없이 요구했다. 또한 밀양을 2차례 방문한 조환익 한전사장에 대한 어르신들은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한전에서 돌아온 대답은 어떤 자료도 없이 지중화는 12년의 공사기간과 27천억이 든다며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밀양765kV송전탑 반대대책위(이하 밀양대책위)가 그동안 5가지의 대안을 요구한 반면, 한전은 9년이란 시간동안 고민해서 내놓은 안이란 것이 고작 13개안의 특별보상안이었다. 그 역시 확정된 것이 아니라 입법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보상에 대해 반대해왔던 어르신들을 우롱하는 처사였다.

520() 공사강행어르신들 철야농성, 알몸시위로 맞서

그 후 전력수급 안정을 명분으로 한전은 결국 520일부터 공사를 강행했다. 70~80대가 대부분인 주민들이 새벽 3시에 출발하여 새벽 4시에 농성장에 도착하고, 저녁 6시까지 농성장에서 경찰, 한전, 인부들과 대치하는 아주 절박한 시간들이었다. 어르신들은 마을 입구에서부터 경찰에 의해 출입이 막히자 산에서 철야농성을 하시기도 하고, 포크레인 아래에서 쇠사슬로 몸을 묶고 끌려나오지 않기 위해 발악하다 혼절 또는 부상으로 응급실로 후송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경찰과 한전의 폭력을 보다 못한 할머니들이 알몸으로 시위를 벌이시는 가슴 아픈 상황도 벌어졌다.

 

 

 

‘UAE 페널티 계약’, ‘신고리3~4호기 성적서 위조스스로 걷어차버린 공사강행 명분

안전한 공사를 운운하던 한전의 말과는 달리, 10일만에 19명의 어르신들이 쓰러져 구급차로 이송됐다. 구급차로 실려 내려오지 않았지만 크고작은 부상으로 병원신세를 지신 분들도 많아졌으며, 한전에 대한 시민여론은 점점 악화되기 시작했다.

20()부터 공사강행기간동안 아주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 가장 핵심적인 기사로, 한전이 전력수급 문제로 공사를 강행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천주교 등 외부세력의 세뇌등 부적절한 표현으로 24() 사퇴한 변준연 한전부사장은, “신고리 원전 3호기는 UAE(아랍에미리트) 원전의 레퍼런스 플랜트2015년까지 가동 안 되면 페널티를 물도록 계약돼 있다, ‘송전탑 공사 재개가 UAE 원전 수출 때문이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는 한전 스스로 밀양송전탑 공사강행 명분을 걷어차 버린 것이었다.

또한, 28() 원자력안전위원회 발표에서 신고리 3~4호기에 사용된 제어케이블은 시험검증기관에서 성적서를 위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로써 올 12월 가동하겠다던 신고리 3호기의 가동 시기가 언제일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서, 설령 한전에서 UAE 원전 수출 때문이 아니라고 하더라고 더 이상 공사강행의 명분은 없어져 버린 것이다.

29() ‘전문가협의체 구성등 합의농번기 일손 돕기 등 지속적인 연대가 필요

지난 29()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산하 통상·에너지소위(위원장 조경태)에서 제안한 전문가협의체 구성 중재안에 산업통상자원부, 한전, 밀양대책위가 극적으로 합의함으로써, 40일간의 공사중단이 이뤄졌다. 이 과정을 지켜본 주변 분들은, 전문가협의체를 통해 한전이 성실하게 자료를 제공하고, 논의될 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임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 밀양은 공사강행기간동안 하지 못한 농사일이 아주 많다. 61일부터 630일간 농활을 모집하여 농번기 일손 돕기를 진행하고 있다. 20일 공사강행 후 많은 지역과 단체에서 혹은 개인이 밀양을 찾아와주었고 함께 연대해주었다. 공사가 중단되자 밀양에 도와줄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으나, 몇 명이라도 함께 밀양으로 와주어 일손 돕기를 해주길 바라고 있다. 찾아오는 게 힘들다면 자기가 있는 곳에서 밀양의 일을 알려내고, 각자의 지역에서 문화제나 촛불집회 등을 진행하는 일정을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622일부터 밀양, 울산, 부산, 경남에서 밀양어르신들 사진전도 계획되어있다. 보다 많은 분들이 밀양 문제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발행일 : 201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