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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성 관련)

81.4%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

∥주장

81.4%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

- 이상홍 '월성원전 핵쓰레기장 추가건설반대 경주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81.4% 찬성. 재검토위원회가 724일 발표한 경주지역 의견수렴 결과가 불에 댄 것처럼 강렬하다. 2005년 방폐장 주민투표 때 89.5%의 찬성을 겪었지만,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2005년 주민투표는 부정이 난무했다. 경주시는 8억 원이 넘는 홍보비를 찬성 단체에 지원했다. 주요 도로가 찬성 현수막으로 뒤덮여 인도에서 도로가 보이지 않았다. 유권자의 3분의 1이 거소투표를 했다. 농촌 마을은 이장들이 주민 인감도장을 관리하면서 부재자 신고를 대신했다. 집배원이 부재자 투표용지를 한 묶음 들고 오면 이장이 일일이 찬성표를 찍어서 우체통에 넣었다. 이런 식의 광범한 부정투표가 방폐장 유치 찬성 89.5%를 만들었다.


2020년의 81.4%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자유당 시절을 연상시키는 부정투표는 없었다. 15년 세월에 경주 시민의 의식도 많이 성장했다. 외지인들은 눈에는 여전히 경주가 꽉 막힌 도시지만 미래통합당이 아닌 시의원을 6명이나 당선시킬 정도로 변했다. 경주시의원은 총 21명이다. 장밋빛 미래도 빛바래 방폐장 유치해서 득 본 게 뭐가 있느냐는 식의 볼멘소리를 지금도 종종 듣는다.


무엇보다 경주지역 공론화가 수면 위로 오를수록 시민들은 “2005년 주민투표 때 고준위는 가져간다고 약속 안 했나.”, “2016년까지 반출 약속을 지켜야지등의 비판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81.4%의 찬성이 튀어나온 꼴이다. 허탈한 마음을 추스르고 재검토위원회의 발표를 찬찬히 뜯어보니 분노 게이지가 81.4%로 상승했다. 부정으로 얼룩진 2005년 방폐장 주민투표의 변종을 보게 된 것이다.


△ 이상홍 월성원전 핵쓰레기장 추가건설반대 경주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이 7월 30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 경주지역 공론화 공론조작 의혹에 대해 성토하는 모습


경주 시민에게 던져진 의제는 월성핵발전소 맥스터 증설 찬반이다. 찬반이 분명한 의제는 찬반 비율을 사전에 설정하고 시민참여단을 모집해야 한다. 예를 들면 찬반 비율을 ‘4:6’으로 설정할 경우 찬성 58, 반대 87명으로 시민참여단 145명을 모집해 공론조사를 한다. 찬반 비율을 설정하는 것은 공론조사의 ABC에 해당한다. 놀랍게도 경주지역 공론조사는 찬반 비율 없이 시민참여단을 모집했다.


재검토위원회는 참가를 희망하는 시민 722명 중에서 지역, 연령, 성별만을 기준으로 145명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찬반 비율을 반영하지 않은 결과는 참혹했다. 아직 숙의 토론을 거치지 않은 627일의 1차 설문 결과를 보면, 양남면은 시민참여단에 속한 39명 중에서 반대가 1(2.6%)으로 나타났다. 감포읍도 시민참여단에 속한 31명 중에서 반대가 1(3.2%)으로 나타났다. 1차 설문은 145명 모집 당시의 찬반 분포를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특히, 비교 자료가 있는 양남면의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 한길리서치가 지난 66일에서 8일까지 양남면 주민 8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주민 55.8%가 맥스터 증설을 반대했고, 찬성은 44.2%였다. 반대 55.8%39명 중의 21명이다. 보름 만에 1(2.6%)으로 급격히 감소한 것은 설명이 불가하다.


맥스터에 반대하는 주민을 철저히 배제하고 시민참여단 145명을 구성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81.4% 찬성은 공론조작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찬반 비율 누락을 전혀 몰랐다며 재검토위원회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발뺌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성윤모 장관이 나서서 맥스터 증설을 무기한 연기하고 경주지역 공론조작 진상 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대로 맥스터 증설을 밀어붙이면 공론조작 범죄를 자임하는 꼴이다.


탈핵신문 2020년 8월(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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