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전탑

<8호>밀양 송전탑 투쟁, 이젠 탈핵을 향한 대리전

밀양 송전탑 투쟁, 이젠 탈핵을 향한 대리전

김준한 신부(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공동대표)


2005송전탑 건설 저지 여수마을 비상대책위원회를 시작으로 햇수로 9년이 흐른 오늘, 밀양의 사정은 200711월 산업자원부가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승인한 이래로,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이하 반대대책위) 사이의 끝없는 평행선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처음 한전은 요식적인 공청회를 통한 토지 강제수용, 법원에 보상금 공탁(供託), 공사강행, 주민에 대한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독소조항이 포함된 낡은 법체계인 전원개발촉진법에 의거해 수십년째 관행적으로 해온 폭력적인 송전선로 건설작업을 시도했다. 그에 반해 반대대책위에서는 대규모 집회 및 상경투쟁, 사업승인 취소 소송, 갈등조정위원회, 제도개선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송전탑 공사현장 농성장 체계구축 및 공사저지투쟁으로 맞서왔다.

9년이라는 긴 세월이 무색하게 숨가쁘게 맞서온 한전과 주민의 싸움은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2012116)을 기점으로 전국적인 이슈가 됐고, 탈핵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결합하여 국가에너지정책의 재고라는 새로운 국면을 이끌어내는 하나의 전선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산하 통상·에너지 소위원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전과 반대대책위와의 간담회는 58()까지 총 6차례 진행됐다. 그러나 6차에 걸친 간담회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간담회 중 공사중단, 양측의 고소·고발 취하, 성실한 간담회 진행 등의 형식적인 사항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평행선은 결국 노선변경, 지중화, 대체 노선 마련 등을 포함한 대책위 차원의 대안에 대한 한전의 절대적인 거부에서 비롯됐다. 한전으로서는 핵발전소 건설 예정지를 기점으로, 밀양뿐만 아니라 그 이후 이어지는 수도권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망을 765kV로 하기 위해서라도, 밀양의 문제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롭게 임명된 조환익 사장 체제하에서 한전은 밀양 갈등 해소를 위한 특별지원안을 발표하고, 국회를 통해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과 유사한 ·변전시설 주변지역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민주당 김관영 의원 대표 발의로 지난 410일 공청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한전의 대책은 최초의 의견대로 직접적인 보상도 아닌 금전적인 마을 지원사업의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정부 부처 간 재정적인 부분의 조율을 거치지 않은 말 그대로 계획일 뿐이기에 주민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반대대책위의 입장은 추후 다른 지역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송전선로 건설에 대한 기술적·재정적·환경적 타당성을 검토할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하여 한전의 정보공개와 검토, 대안에 대한 성실한 토론을 진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최초 사업승인 단계에서부터 지역주민을 배제한 채 사업계획과 공사를 강행한 한전에 대한 주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술적인 검토 작업일 뿐이다.

그러나 한전이 추후 어떤 입장으로 변화할지 알 수 없으나, 한편에서는 여론을 호도하며 공사를 강행하기 위한 작업을 시도하리라 추측하고 있다. 더더구나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한전의 탈핵 진영에 대한 공격적 언어인 정전 대란’, ‘전력수요 급증에 따른 핵발전소 건설의 불가피성’, ‘대체 에너지 개발의 지연등을 구사하는 것을 참고해 볼 때, 밀양의 송전탑 싸움은 탈핵을 위한 대리전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한다. 그전까지 지역이기주의’, ‘국책사업의 엄중함’, ‘외부세력에 의한 기만등의 표현이 점차 사라지고 핵발전을 중심에 둔 에너지사업의 차원에서 밀양 송전탑 싸움을 바라보는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을 두고 볼 때, 탈핵 관련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동참이 절실히 요청한다.

 

발행일 : 2013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