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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2호> 청도군 삼평1리 마을은, '송전철탑을 반대합니다'

송전탑철탑을 반대하는 삼평1리 마을

김미화 (청도군 각북면, 목사)

꿈속에서도 검은 옷 입은 남자들이 나타날 때면 잠이 깨며 소리친다는 삼평1리 할머니들!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마을에서는 송전철탑을 반대하는 팔순고령의 할머니 10여명이 깡패 같은 용역들과 맞서 몸싸움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송전철탑과 관련한 일이 발생하기 전까지 삼평1리 마을은 주민들 간에 서로 화목하고 살기 좋은 평화스러운 마을이었다. 하지만 송전철탑의 선로가 갑자기 변경되는 사건이 발생되면서부터 마을의 평화가 깨어지게 되었다. 한전이 개인 보상이라는 명목으로 철탑이 세워질 땅을 마을 사람들이 모르게 매수했고, 그 속임수에 속아서 철탑이 설 땅을 내어준 사람들은 한전의 앞잡이라는 욕을 먹으며 마을 회의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만날 때 마다 얼굴을 붉히며 등을 돌리는 사이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송전철탑 선로가 마을을 지나지 못하도록 앞장서 일하던 몇 분의 주민들은 현재 법적구속이라는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지켜 본 삼평1리 할머니들은 말만 하면 거짓말 하는 한전을 향해 '마을을 이간질하는 사람들! 아무것도 모른다고 시골 사람들을 우롱하는 것이냐?”며 "내가 죽는 자리에 송전철탑 세우라"며 오늘도 울분 속에 밀양에서 송전철탑으로 분신하신 이치우 할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포크레인이 작업하는 마을 뒷산을 향한다.

삼평1리 마을은 2009년부터 풍각면과 연대해서 반대운동을 지속하다, 피해지역 15개 마을 중 14개 마을이 지역지원 사업비를 받고 협의함으로 연대가 깨어져, 지금은 홀로 반대시위를 하게 됐다. 더 이상 연대할 수 없고 고립된 마을의 상황을 알게 된 한전은 "국책사업이니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주권의 주체인 주민 의견은 묵살한 채, 할머니들에게 욕을 하고 할머니들의 인권을 짓밟는 깡패 같은 용역들을 투입하여 지난 73일부터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9월까지 모든 공사를 끝내야 하기에 공사를 방해하는 사람들은 구속할 것이며 용역 투입에 든 모든 비용들을 나중에 개인적으로 물게 하겠다는 협박으로 마을이야 어떻게 되든, 주민들의 요구와 상관없는 합의조건 아닌 합의조건으로 마을 대표구성을 요청해 오고 있다. 마을 할머니들은 앞장서 일하는 사람들이 지난번 같은 일을 당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마을 할머니들 모두가 대표가 되기로 동회에서 결정했다. 이 모든 과정들 속에서 신고리 핵발전소를 잇는 철탑 수만큼 많은 아픔들이 삼평1리 마을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해 있다.

법을 앞세운 폭력, 그에 맞서는 칠순 노인들

벼를 심어놓은 논에 포크레인이 질주하기에 벼를 심은 주인이 왜 허락도 없이 남의 논에 함부로 포크레인이 들어가느냐고 물으니 강제수용이라며 마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보란 듯이 더 심하게 일을 진행하기에 마을 사람들의 울분과 격분은 더해 갈 수밖에 없다. 삼평1리 마을 주민들이 마을을 에워싸는 철탑을 울분을 터트리며 반대하는 이유는 송전선로변경에 대해 공사 관계자들에게 그 사실을 물었지만 정확한 답변을 해주지 않다가 최근 마을 일이 외부에 알려지게 되자 “3차원 영상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글씨가 위 아래로 움직여서 그렇게 되었다는 답변을 해왔다”. 한 마을이 죽고 살게 되었는데 모든 것이 실수였다고 일축하는 한전의 답변은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답답하게 하고 힘들게 한다. 마을로 보아서는 송전철탑이 민가로부터 70~150m 가량밖에 안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전자파 피해 등으로 인한 주민생존권이 위협을 받을 뿐만 아니라 장차 전자파로 인해 마을이 위험에 처해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법치국가 임에도 불구하고 한전이 하는 모든 행동은 법을 내세운 강행이다. 법을 내세워 삼평1리 마을의 땅 주인처럼 행세하고 반대시위를 하는 15여명의 할머니들에 맞서기 위해 깡패 용역들은 날마다 50명씩 공사장에 투입되고 있다. 할머니들이 다치고 아파해도 수수방관하는 경찰들을 보며 니들이 경찰이가? 가만히 서 있으려면 뭐 하러 왔노?”하는 말을 들으면 대한민국이 법은 있으되 양심은 없으며 경찰은 있으되 경찰의 의무를 다하지 못함으로 받는 봉급의 절반은 할머니들의 욕 값이다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수시로 바뀌는 공사 라인, 누가 불법을 자행하는가?

23호기 철탑공사 작업은 지금도 계속적으로 강행되고 있는데 법을 지키라는 공사장의 경계선이 아침저녁으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마을 주민들과 할머니들만 있을 때면 산 입구에서 용역들이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게 불법이라는 경고 표지판을 내세우지만 외부에서 기자들이 와서 이것이 불법이 아니냐고 소리를 치면 공사가 진행되는 현장으로 경계선이 다시 옮겨진다. 작은 것 하나 속에서도 자신들이 먼저 불법을 저지르면서도, 할머니들이 삼평1리 마을을 지키겠다고 반대시위하면 다 구속한다고 협박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법 한번 어기지 않고 선량한 양심을 가지고 자신의 땅을 일구며 순하게 살아온 삼평1리 할머니들도 이제는 그런 법이 법이냐며 거들만 법 알고 우리는 법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가 보지. 그래 잡아 가두려면 얼마든지 잡아 가두고 빨리 잡아 가두라며 맞대응을 한다. 자기들이 불법을 저지르는 행동을 보여주면서도 법을 내세우는 그들의 말 속에 정말 진실이 있는 것일까?

마을이 송전철탑으로 인해 4년이 넘게 이렇게 고통을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을의 상황이 한번도 제대로 알려진 적이 없다. 사진 찍는 것도 용역들에게 욕을 먹으면서 찍어야 된다. 자신들은 할머니들을 잡아 가둔다고 위협하며 수시로 할머니들과 마을 사람들 얼굴에 카메라를 갖다대며 사진을 찍으려면도, 정작 삼평1리 마을에서 사진을 한장 찍으려면 용역들이 앞을 가로막으며 xx, 새끼하며 죽인다며 달려든다.

왜 저들은 사진 찍는 것 까지 그렇게 막으며, 모든 것을 법을 내세우며 강행하는 것일까? 왜 공사구간의 송전선로가 갑자기 바뀐 것에 “ 3차원 영상 글씨가 움직여 잘못된 것이다라는 변명 아닌 변명들을 하는 것일까? 협상을 하자면서 일을 하는 포크레인은 멈출 수 없다며 협상 아닌 협상 조건을 내세우는 것일까? 마을 사람들의 재산과 권리는 빼앗겨도 되고 자신들은 좀 더 돈이 들더라도 한 마을을 살리는 방향으로 왜 국책사업을 시행하지 못하는 것일까? 마을을 죽이는 쪽으로 협상을 중재하는 경찰과 공무원들을 볼 때면 역시 신고리 핵발전소의 송전선처럼 한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깡패 같은 용역들에게 욕을 먹으며 도와달라고 그렇게 요청하는데도, 마을 사람들이 젊은 용역들에게 그렇게 인권적인 모욕을 당하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다. 그리고 할머니들이 깡패 같은 용역들에게 끌려오면서 손이 다치고, 단기기억 상실에 걸릴 만큼 삼평1리 마을이 절박한데도, 같은 지역에 있는 국회의원은 한번도 이 고통의 현장에 찾아 온 적이 없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국책사업을 위해

마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돈이 든다는 이유로, 무책임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마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한 쪽의 균형이 깨어지면 다른 한쪽의 균형도 깨어지게 마련이다. 삼평1리 마을의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도시와 마을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한전의 국책 사업이 되어야 한다. 삼평1리 마을 주민들이 처음부터 요구했던 우리는 보상비에는 관심 없고 처음부터 이 구간에 대한 송전선로 지중화를 요구”는 말에 한전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마을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친 뒤 각종 기준을 검토 후 경과지를 선정, 200712월 지경부의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만을 내세우는 협상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 팔순의 고령의 할머니들이 걷기에도 힘든 무더운 날씨에 한전이 고용한 깡패 같은 용역들에게 “xx같은 년 죽인다는 욕을 먹으며 마을을 살리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밀양의 이치우 할아버지와 같은 분신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빠른 시일 안에 삼평1리 마을에 대한 국회의 진상조사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하나 되어 도와주시고 삼평1리 마을의 고통에 함께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발행일 : 201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