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1) _ 고리 핵발전소 1호기 해체 계획 분석
사용후핵연료 보관 문제 쟁점
해체기술 부족 등 미비점 많아
1978년 4월 고리 핵발전소 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가동한 국내 핵발전소 가운데 2030년까지 2기는 영구정지, 10기는 설계수명이 만료된다. 현 정부가 노후핵발전소는 수명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그대로 정책이 추진된다면 핵발전소 해체는 한국에서 핵발전 못지않게 안전 문제가 대두된다. 핵발전소를 해체할 경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어떻게 처분할지가 주요과제이며, 아직 제염기술 확보가 다 안 되어 있는 상황이다.
15년에 걸친 즉시해체 결정
사회적 논의와 합의 과정 부족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1호기 최종해체계획서> 공람을 시작했다. 한수원은 해체 승인 기간 포함 고리1호기 총 해체 기간을 15년 6개월로 잡고, 7월 1일부터 8월 29일까지 60일 동안 최종해체계획서 주민공람 절차에 들어갔다. 한수원은 해체계획서 Q&A 자료집에 “고리1호기는 우리 실정에 맞는 해체공정 설계, 기술, 실행방식 등 안전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해체 계획 모델로 활용하고자 단일 호기 해체로 국가정책이 수립됐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를 제외한 핵발전소 해체는 ‘다수 호기 해체’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핵발전소 최종해체계획서는 핵발전소를 해체하기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 승인받아야 한다. 계획서에는 안전성평가, 방사선방호, 제염해체활동,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환경영향평가 등에 관한 종합 계획이 담겨 있다. 핵발전소 해체는 크게 해체준비-제염-절단-폐기물처리-환경복원 순으로 이루어진다. 고리1호기 해체계획서에 나타난 몇 가지 문제점을 분석했다.
사용후핵연료, “2025년까지 빼낼 계획”
저장시설 없으면 해체 계획 수포
고리1호기에 보관된 ‘사용후핵연료’와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는 어떻게 될까. 고리1호기 해체계획서를 보면, 한수원은 2025년 12월까지 사용후핵연료를 외부로 반출하고, 2032년 12월까지 해체를 종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수원은 고준위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2025년까지는 습식저장 형태로 습식저장소 건물 안에 보관하며, 2025년 12월까지 이를 습식저장조 건물 외부(부지 외부가 아님)에 있는 건식저장시설로 이송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2025년까지 핵발전소 부지 바깥에 중간저장시설을 확보 못 한다면 사용후핵연료는 고리핵발전소 부지 안에 건식저장시설을 확충해 보관할 가능성이 크다. 사용후핵연료를 습식저장 수조에서 빼내지 않으면 핵발전소 해체는 불가능하다. 사용후핵연료 보관 문제를 두고 적잖은 갈등이 예상된다.
한수원은 해체계획서에 중저준위 핵폐기물은 경주에 있는 중저준위 방폐장으로 이동할 예정이며 자체 처분 폐기물은 소각, 매립 등의 방법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원격제어와 삼중수소 처리문제 등
7개 핵심기술 아직 미확보
한수원은 해체 기술을 모두 확보한 상태는 아니다. 정부가 2019년 4월에 발표한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에는 국내 제염기술 수준이 해체선진국이라는 미국 대비 76%로 평가되었다.
고리1호기 해체 계획 담당 관계자는 7월 13일 탈핵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한수원이 아직 7개 해체기술을 확보 못 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이 아직 확보하지 못한 기술은 ▲원자로 해체 시 원격조작과 취급 및 제어기술, ▲부지 내 이용 평가, ▲해체시설 구조적 안전진단 및 보강, ▲지하수 감시 및 오염평가, ▲오염지하수 복원, ▲부지 규정 지침 안전성 평가, ▲삼중수소 처리문제 등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올해와 내년에 미확보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이에 대해 “기술이 76%밖에 확보가 안 됐다면, 이것은 해체기술이 없는 것과 같다”라고 지적했다. 또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도 “사용후핵연료를 습식저장 수조에서 빼야만 해체할 수 있는데, 그때 가서 건식저장시설을 부지 안에 건설할 방법밖에 없다면 주민 수용성 등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체작업 종사자 피폭선량 기준
연간 50mSv까지 허용한 원안법
한수원은 해체계획서에 방사선 안전원칙에 ‘ALARA(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_종사자 피폭을 합리적으로 최소화’ 개념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방사선 관리구역 해체작업은 사용후핵연료가 습식저장조로부터 외부로 반출(2025. 12.)된 이후에 착수할 예정이며, 해체 기간 중 종사자의 총 피폭선량은 약 3657man·mSv로 계산됐다고 밝혔다.
국내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은 방사선 작업종사자 피폭선량을 연간 50mSv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5년간 100mSv로 규정하고 있다. 이 말은 1년에 20mSv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1년에 50mSv까지 종사자가 피폭돼도 괜찮다는 규정이다. 핵발전소 해체작업 과정은 고체, 기체, 액체 고준위 방사성 물질을 다량으로 다루게 된다. 이 과정에 방사선 작업종사자가 원안법 시행령대로 피폭된다면 이것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에 대해 건강 영향조사 등 분석과 논의가 필요하다. 일반인의 피폭선량 기준은 연간 1mSv다.
주민과 종사자 피폭 경로는?
해체계획서는 주민 피폭 경로를 기체와 액체 방사성 물질 배출로 인한 영향과 고체 방사성 폐기물로 인해 직접 방사선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액체 방사성 물질 최대 피폭자로 예상되는 사람은 액체 배출물 방류지점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이라고 밝혔다.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오염된 토양에 거주하거나, 작물을 재배하는 등의 과정에 외부피폭과 내부피폭이 있을 수도 있다.
한수원은 이러한 피폭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업 과정에 선량평가를 해야 하며, 원자로 정상가동 시보다 해체 과정의 방사성 물질 영향은 낮다고 밝혔다. 고리1호기 최종해체계획서는 기체 방사성 물질 처리를 여과기와 같은 필터를 이용해 외부 누출을 막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기체 방사성 물질이 공기 중에 섞이거나 액체 방사성 물질로 인한 지하수나 토양오염 등을 우려한다. 고리1호기 해체 계획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화통화에서 “커다란 건물을 지어 그 안에서 해체작업이 이뤄질 것이므로 무분별한 기체 방사성 물질 누설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핵발전 분야의 한 전문가는 “발전소 건물을 밀봉할 건물을 짓는 것은 아니기에 기체 방사성 물질은 공기 중에 섞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핵발전소 해체 과정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방사성 물질이 토양, 바다, 대기 등으로 흘러들 수도 있다. 이는 주민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이를 제대로 감시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방사성 물질 감시할 기구 구성 필요
고리1호기 해체계획서 초안 공람은 부산(기장군, 해운대구, 금정구), 울산(울주군, 남구, 중구, 북구, 동구), 양산시 등 9개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하며, 이 지역은 사업자가 주민 의견을 수렴한다. 주민들은 각 기초자치단체가 지정한 장소에서 해체계획서를 볼 수 있으나, 열람만 가능하다. 주민 접근성이 떨어져서 해체계획서를 온라인에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 주민들은 최종해체계획서에 대한 주민 의견제출서를 거주지 자치단체에 제출할 수 있다.
한수원은 주민 의견수렴 과정 등을 거쳐 오는 10월 말까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용석록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0년 7월(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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