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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 6·11 행정대집행 6주년 집회 열어

2014아수라장이었던 4개의 농성장. 과수원 한가운데서, 산 중턱에서, 산꼭대기에서 헬리콥터가 일으키는 바람과 먼지, 한 치의 연민도 없이 밀어붙이던 한국전력 직원들과 공무원들, 그리고 경찰들. 이에 맞서는 밀양주민들과 연대자들의 울부짖음.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이들은 우연히 살아남았다.


내 마음은 그 날 이후 빨갛다.”


평생 두려움 없이 밟았던 밭을 구름 끼는 날이면 송전탑이 무서워 밭을 못 간다.”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인사조차 못 하는 마을 분위기가 너무 괴롭다.”


경찰 사과는 말뿐, 폭력에 책임을 져야 할 경찰들은 승승장구 진급을 하고 있다.”


그 사이 세상을 떠난 어르신들, 그분들이 너무나 그립다.”


밀양 65kV 송전탑 반대대책위가 611너른 마당에서 행정대집행 6주년 온라인 집회를 하고 있다. 밀양 65kV 송전탑 반대대책위


지난 6년 동안 밀양주민들은 국가폭력의 상처를 안고 깨어진 마을 공동체 속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왔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경찰폭력에 대한 경찰청장의 사과가 있었다. 하지만 관련 책임자들은 단 한 명도 처벌되지 않았고, 한국전력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밀양주민들이 두려움, 괴로움, 분노, 서러움으로 맺혔던 그 날 이후를 어떻게 살아낼 수 있었을까? 행정대집행이 있고 난 바로 다음 날부터 바느질거리를 들고 모여들었던 어린이책시민연대 사람들, 매년 농활 또는 인문학 캠프로 밀양을 찾았던 문탁 네트워크, 성미산마을 사람들, 하자센터 사람들, 그리고 곳곳에서 밀양을 찾아왔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연대의 힘은 강했다. 지난 6년을 함께 살아냈던 이들이 611‘6·11 행정대집행 6주년 온라인 화상 집회를 통해 다시 만났다. 밀양 너른마당에 모인 밀양주민들과 온라인을 통해 마주한 전국의 연대자들 100여 명은 얼굴을 마주하며 그리운 이름을 부르고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그리고 앞으로 밀양 투쟁을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6년을 이어온 밀양 바느질 방은 찾아다니는 바느질 방으로 탈핵탈송전탑 이야기를 이어갈 것이고, 밀양 어르신들의 그림전시회는 작년 서울과 부산에 이어 올해 제주 강정 전시회를 예정하고 있다. 그리고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밀양 투쟁의 의미를 미래 세대들에게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기록관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최근 진행 중인 울산시민들의 맥스터 핵폐기장 반대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표명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5만여 명이 참여한 주민투표를 무시한다는 것은 6·11의 국가폭력과 다른 바 없다며, 정부에 핵폐기장 임시저장소 추가건설 중단을 촉구했다. 이어 하루라도 빨리 월성핵발전소 2·3·4호기 폐쇄와 고준위 핵폐기물에 대한 책임 있는 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여전히 사회적 거리 두기가 중요한 시점이며, 밀양 주민들도 고령의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건강을 생각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온라인집회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탈핵 탈송전탑 운동에 참여했던 시민들과 청도 삼평리 345kV 송전탑 반대 주민, 쌍용자동차 복직 노동자들, 성미산학교, 하자센터, 크리킨디 센터 청년과 청소년들, 문탁네트워크와 어린이책시민연대 등 전국의 연대자들이 참여했다.


최수미 통신원

탈핵신문 2020년 6월(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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