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합기사, 핵폐기물

세계 최초로 <세계 핵폐기물 보고서> 발간

전 세계적으로 핵폐기물의 양이 증가하고 있지만, 핵에너지의 시대가 시작된 지 70년이 지난 지금 어느 나라도 그 진정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핵폐기물을 처리할 최종처분장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아직 없다. 원자로를 해체하면 더 많은 방사성 폐기물을 생성한다. 대부분의 국가가 모든 종류의 핵폐기물 관리 전략을 개발하고 있지만, 세계 각국이 핵폐기물의 복잡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다. 독일 녹색당의 싱크탱크인 하인리히 뵐 재단이 201911월에 펴낸 세계 최초의 <세계 핵폐기물 보고서(WNWR)>는 이러한 배경에서 준비되었다. 148쪽에 이르는 이 초판은 유럽을 중심으로 핵폐기물과 그 도전에 관한 최신의 사실과 수치를 제시한다. 크리스티나 마우로가 누클리어모니터 882호에 소개한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누클리어 모니터> 882(201912)



제각각인 기준과 부실한 데이터

 

핵폐기물의 관리 전략 시스템은 국가마다 크게 다르다. 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의 범위가 다르듯이 규모와 위험 및 비용 설정이 쉬운 일이 아니다. 용어와 개념의 복잡성과 차이까지 고려하면 국가간 비교는 거의 곤란한 지경이다. 국가마다 분류 체계가 다를 뿐 아니라 각기 다른 규제와 안전 절차를 따른다. 자금 조달 계획, 회계 조치, 재고 보고서 및 책임 전략도 마찬가지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예외의 경우가 너무 많아서 접수한 회원국 보고서를 이해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핵폐기물 지침 이행에서 28개 회원국 중 25개 국가가 절차를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실제로 러시아는 핵폐기물 인벤토리에 대한 거의 쓸모가 없는 정보를 제공했고,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데이터는 오래된 것이고, 슬로바키아 보고서는 품질이 너무 나빠서 WNWR에 사용할 수 없었다.


WNWR는 각국의 보고에서 발생하는 누락과 의무에서 벗어난 부분을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한다. 또한 핵폐기물의 관리, 보관 및 폐기에 대한 추정 비용을 알려준다. 지역사회가 에너지 및 폐기물 관리 결정에 대해 더 많은 의견을 제시하는 상황에서 전체를 아우르는 이런 보고서는 환영할만한 것이다. 독일 시민사회위원회 의장 미란다 슈로이어에 따르면 환경 NGO들과 개인들은 폐기물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부가 어떤 기준을 사용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핵에너지의 환경영향평가와 인허가 프로세스가 점점 투명해지고 있지만, 핵폐기물 관련 의사 결정 프로세스는 불투명하다.


핵발전 국가들은 얄팍한, 임시방편의 해결책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들은 핵연료주기의 마지막을 다룰 때 눈치보기 전략을 따르게 된다. 때문에 위험한 핵 부산물의 최종 관리를 위한 안전 시스템 개발에는 그에 마땅한 자원이 할당되지 못하고 있다. 놀랍게도, WNWR은 세계에서 확보된 자금과 추정 비용 사이의 간극을 좁힌국가는 없다고 보고한다. 게다가 핵발전소 해체 및 폐기물 저장 비용에 대한 정부의 추정치들은 터무니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1년 발효된 방사성 폐기물 및 사용후핵연료의 안전을 규제하는 수단에 의하면, 모든 계약 당사자는 그 관리를 위한 적절한 재정 자원을 제공해야 하며, 또한 폐기물 문제가 미래 세대에 미치는 범위를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핵폐기물이 생성된 후에는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거나 비용효율적인 해법은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 핵폐기물은 그런 점에서 독특하며, 이는 슬프고도 진지한 진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직면해야 하는 더욱 실망스러운 사실들이 있다.

 

다룰 수 있는 문제인가?

 

그것은 핵폐기물 문제가 다룰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해저에 고준위 방사성 물질을 묻거나 우주로 쏘아 올리는 것은 책임 있는 접근이 될 수 없다. 결국 처분장을 필요로 하며, 이는 수용성이라는 중요한 장애물을 수반하게 된다. 스위스의 지질학자이자 전 연방핵안전위원회 위원인 마르코스 부서(Marcos Buser)는 지난 45년 동안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연구해왔지만, 우리의 현재 지식 상태는 거의 무지에 가까운 것이라고 언급한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단기간에 발견할 수 있는 해법은 없으며, 사회가 해법에 돈을 댈 수밖에 없기에 실패하기엔 너무 큰문제이고, “다루기에도 너무 큰문제라고 말한다.


핵폐기물에 대한 의견은 대체로 무엇을 핵폐기물로 분류하는가에 달려 있다. WNWR이 보여주는 것처럼 정의 및 범주적 불일치가 상당하다. 핵폐기물의 저장은 많은 처리 단계와 다양한 수준에서 발생하며, 실험실 캐비넷부터 비닐백(헝가리), 폭우에 취약한 보관용기(일본)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폐기물 캐니스터는 균열과 누출이 발생할 수 있는 상태다.


일부 저장방법이 특히 지속가능성에서 다른 저장방법보다 좋지 않다는 것이 분명하지만, 오늘날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많은 방법은 사실 어떤 목적에도 적합하지 않다. 임시저장 해법은 자체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해결책이 아니다. 심지층 처분은 대부분의 전문가가 가장 위험한 방사성 폐기물의 최종처리로 선호하는 해법이지만, 그 조건은 상당히 까다롭다. 그리고 기후정의 운동의 대다수는 그러한 개념에 동의하지 않는다. 핀란드가 2023년에 운영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그러한 시설을 건설하고 있지만, 현재는 심지층 처분시설을 운영하는 국가가 아직 없다.

 

핵폐기물 심지층 처분도 어려운 과제

추상적 방식으로 다루는 국가들

 

전 녹색당 의원 레베카 아름은 WNWR에서 심지층 처분이 지구상에서 가장 야심적이고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라고 썼다. ‘염려하는 과학자연합에 따르면 미국에서 최종처분장을 찾는 일은 중단되었다. 그리고 장기 처분 해법을 찾기 위한 국가의 데드라인이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정부는 사용후핵연료와 폐기물 문제를 추상적 방식으로만 다루고 있을 따름이다.


보고서는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도 강조한다. 오르후스 협약은 대부분의 환경 관련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지만 핵폐기물 데이터에 대한 대중적 접근을 막는 장벽은 다양하고 상당하다. 오염자 지불 원칙이 준수되지 않기 때문에 핵폐기물에 대한 납세자 부담은 예상보다 무겁다. 그리고 보다 민주적인 에너지 시스템 관리의 필요성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에너지 정책 결정의 투명성은 폐기물 관리 모델에 대한 대중의 수용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 크리스티나 마우로는 부다페스트에 본사를 둔 <핵 투명성 감시 및 공동의 지구>와 함께 활동하는 법률가다.

* 보고서 요약본 다운로드 www.WorldNuclearWasteReport.org


김현우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0년 1월(74호)






탈핵신문은 독자의 구독료와 후원금으로 운영합니다.

탈핵신문 구독과 후원 신청 https://nonukesnews.kr/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