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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사설] 산업부 꼭대기에 앉은 한수원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핵발전소 ‘고준위핵폐기물 건식 임시저장시설’(이하 맥스터) 증설에 필요한 자재를 반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한수원은 맥스터 증설을 위해 대우건설과 139억원의 공사계약을 맺었고, 무진기연과 자재구매 90억 원을 계약하는 등 200억 원 이상을 계약하고 이를 집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수원은 지난 7월에 1차 자재 반입, 9월 30일과 10월 1일 2차 자재를 반입했다.

한수원은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를 시작 이전의 계약이행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하지만 한수원은 월성1호기도 원안위가 수명연장을 허가하기 전에 56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설비를 보완했다. 신고리 5·6호기 역시 건설 허가가 나기도 전에 공정률 18.8%를 기록했고, 향후 이는 공론화 때 종합공정률 28.8%와 매몰비용 1조원 운운하며 ‘짓던 건 짓자’는 식의 논리를 만들어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를 위한 공론화를 추진 중이다. 이 공론화는 국내 5곳의 핵발전소 부지 안에 맥스터 건설을 할지 말지에 대해 지역실행기구를 구성하고, 지역공론화를 통해 지역주민의 뜻에 맥스터 건설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공론화다.

그동안 산업부 관계자와 한수원은 공공연하게 지역공론화 결과 지역주민이 원치 않으면 맥스터를 짓지 않겠다고 했다. 탈핵신문 2019년 5월호(66호) ‘2019 민간환경감시기구협의회 워크숍’ 기사를 보면, 이때도 한수원 관계자는 지역주민이 임시저장시설을 반대하면 “원전 가동을 멈출 방침”이라고 답했다. 이 자리는 산업부 관계자를 비롯해 경주, 기장, 울주, 울진, 영광의 감시기구 위원 약 130명이 참석한 자리였다.

그러나 한수원이 맥스터 관련 200억 원 넘는 계약을 진행한 상태에서 이는 공론화와 원안위 심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산업부는 한수원이 반입한 맥스터 자재를 반출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산업부가 국민들을 한수원의 맥스터 건설에 ‘공론화’라는 이름으로 동원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한수원이 산업부 꼭대기에 앉아 제멋대로 하는 행위를 엄중히 문책하고 제재를 가해야 한다.

산업부가 추진하는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이 없고, 이해당사자를 배제하고, 지역주민 의견수렴 범위를 축소하고 있다. 산업부는 재검토위원회를 해체하고 전 국민과 소통하는 고준위핵폐기물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탈핵신문 2019년 10월호(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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