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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칼럼] 한일간 경제전쟁과 방사능

김익중 경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전 동국의대 교수)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경제 전쟁이 한창이다. 이 와중에 일본 후쿠시마의 방사능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는 일본이 누가 봐도 무리가 될 만한 올림픽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 첫째가 후쿠시마 핵사고에 의한 고농도 오염지역에서 성화 봉송을 시작한다는 점, 둘째 후쿠시마에서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를 한다는 점, 셋째 각국 선수들에게 후쿠시마 농산물을 식재료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아베 정권은 올림픽을 이용하여 ‘후쿠시마 핵사고의 종언’을 공식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한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며, 핵사고는 9년 만에 모두 처리될 수 있는 사고가 아니다.


일본은 올림픽 이전에 귀환곤란지역을 모두 해제할 계획이고, 오염수도 방류라는 방식으로 모두 처리할 생각인 듯하다. 핵사고의 흔적은 오직 노심용융물만 남기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마치 핵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던 시간으로 되돌리고 싶은 듯하다.


일본 정부의 이러한 현실도피적 대응방식은 결국 국민 피폭량 증가를 가져온다. 일본의 정책대로라면 오염된 토양을 5센티미터 정도 걷어내면 제염이 끝나고, 이렇게 제염이 되었으면 사람이 살 수 있어야 하는 것이고, 걷어낸 토양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피라미드처럼 쌓아두면 되는 것이고, 그 옆에서는 벼농사를 지어도 되는 것이고, 이렇게 생산된 쌀은 기준치 이하니까 유통시키면 되는 것, 초고농도의 오염수는 바다에 버리면 그만이고, 노심용융물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치워나가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대응방식은 모두 일본 국민의 피폭량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초고농도로 오염된 지역은 제염을 포기하고 땅을 국유화해야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농도로 오염된 지역에서 발생한 오염토를 이곳으로 옮겨서 장기간 보관해야한다. 현재 지하수 때문에 발생되는 오염수는 막을 도리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 해도, 기존에 보관하고 있는 초기에 발생한 초고농도 오염수는 장기간 보관해야한다. 오염지역에서의 농산물 생산을 금지해야하고, 고농도 오염지역의 주민들에게는 땅값을 보상하여 영구히 다른 곳에서 살 수 있게 해줘야한다. 이렇게 하면 물론 돈이 필요하겠지만 대신에 일본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지 않은가 말이다.


한일간 경제전쟁이 발생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방사능문제, 올림픽 문제가 전쟁의 수단이 되어가고 있다. 덕분에 우리가 오랫동안 제기해왔던 일본산 식품 수입문제, 일본산 고철, 석탄재 수입문제, 쓰레기 수입문제 등이 언론에서 다루어진다. 그 결과 우리 국민의 피폭량이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반가운 일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한일 갈등 때문에 방사능이 갑자기 더 위험해졌듯이, 이 갈등이 해결된 후에는 방사능이 갑자기 안전해질까봐 염려되는 것이다. 


탈핵신문 2019년 9월(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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