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등법원이 핵발전소가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이 지역주민 건강에 영향을 끼쳐 갑상선암 이 발병할 수 있다는 ‘균도네 소송’ 1심 판결을 뒤집었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한국수력원자력 주장을 대부분 수용한 내용이다.
적은 양의 방사선이라도 그에 피폭될 경우 피폭선량에 비례하여 암 발생의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이론을 ‘선형무역치모델’이라고 한다. 법원은 판결문에 선형무역치모델주장이 타당성은 가지고 있지만, 국제방사선방호협회(ICRP)와 몇 개 기관 의견을 인용해 생물학적․역학적 증거는 존재하지 아니하여 ‘균도네 가족’이 주장하는 저선량 방사선 피폭과 암 발생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피해자에게 과학적 규명까지 하라는 무리한 판단이다. 정치판결이 아닐 수 없다.
특정물질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 되지 않은 집단’의 발병률을 비교 했을 때, 특정집단 발병률이 비교집단에 비해 2배 이상 높을 경우 이를 ‘상대위험도 2.0’이라고 한다. 2011년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은 1991년부터 2011년 2월까지 19년 동안 11만 367명의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과 2만 4809명의 대조지역 주민들 건강을 추적했다. 이 역학조사 보고서는 핵발전소 주변지역 여성 갑상섬암 발병률이 먼거리 대조지역 여성에 비해 2.5배에 높게 나타났음을 보여주고 있다. 상대위험도가 2.0을 초과하는 경우 인과관계를 따질 필요도 없이 특정 물질을 발생시킨 기업의 책임이 발생한다.
1945년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이후 방사선 피폭으로 지금도 고통 받고 있는 원폭1세와 2세가 있다. 일본과 한국의 원폭2세는 원폭피해가 질병 발병과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해 아무런 피해보상도 못 받고 있다.
후쿠시마와 인근에 살고 있는 일본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ICRP와 일본 정부가 제시한 20밀리시버트라는 기준치에 의해 피난가거나 피폭지로 귀환하라는 지시가 내려진다. 그들이 제시한 기준치가 안전하다는 과학적 증거는 어디에 있는가. 일본 ‘모두의 데이터’가 발표한 자료는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이 일본 전역에 유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쿄올림픽과 방사능에 대한 한국 내 관심이 높아졌다. 반가운 일이다. 이런 관심이 반일감정에 갇히지 말고 후쿠시마 사고로 고통받는 일본인, 한국 핵발전소와 방사능 사고위험, 주민과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방사능 피폭, 원폭2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하루속히 탈핵하길 기대한다.
탈핵신문 2019년 9월(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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